전쟁과 가족 (가족의 눈으로 본 한국전쟁)

전쟁과 가족 (가족의 눈으로 본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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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금의 세계는 한국전쟁이 만든 세계다
관계의 관점에서 복원한 한국전쟁의 체험된 역사
2020년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어린 시절 혹은 청소년기에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간직한 살아 있는 전쟁의 기억이 그 생을 다할 때가 된 것이다. 이 시점을 전쟁문화사 연구자들은 중요한 전환점으로 이해한다. 전쟁의 경험자들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그 전쟁을 누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냉전 연구로 세계 인류학계에서 독보적 위치에 오른 권헌익(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은 『전쟁과 가족』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양민들이 처했던 현실과 폭력이 작동한 방식을 가족과 친족의 관계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한국의 전통적 공동체에서 인간적 친근함이라는 환경이 어떻게 한국전쟁이라는 정치의 주요 표적이 되었는지, 그리고 이후 긴 냉전시기 동안 어떻게 국가적 규율 행위의 핵심이 되어왔는지를 드러낸다. 안동, 제주 등의 현지조사를 통한 인류학적 분석은 문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학과 만나 전지구적 분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진 냉전적 근대성의 본질을 묻는다. 또한 한국전쟁은 지금의 세계를 만든 전쟁이기도 하다. 전지구적 냉전체제를 형성한 초기 주요 사건이면서 최근 새롭게 부상한 소위 중국과 미국의 신냉전 구도의 뿌리도 한국전쟁에 있다. 20세기의 대표적 내전이자 가장 폭력적인 내전인 한국전쟁이 세계사의 넓은 지평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저자 권헌익은 전쟁의 감춰진 상흔을 용기 있게 대면하는 지역공동체 주도의 노력을 유가족의 발언을 따 ‘소리 없는 혁명’으로 지칭하며 한국전쟁을 양극화된 이념의 관점에서 벗어나 그 역사적 정체성을 진실에 가깝게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평가한다. 제주에서 전개된 마을 단위의 노력은 추념식 등의 공식행사로 발전되었고 해외로까지 확장되어 전지구적 시민사회의 특성도 띠게 되었다. 공동체를 사회와 분리하는 근현대 세계의 이념적 경향을 이겨내고 소시에타스와 시비타스가 서로 합심하여 놀라운 정치적 공간을 창출했다고 분석하며, 이 지점에서 한국사회가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나아가는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저자

권헌익

權憲益
서울대인문대를중퇴하고미국미시간대에서정치학학사,영국케임브리지대에서사회인류학석박사학위를받았다.초기의구소련시베리아원주민사회연구에서근래의베트남전쟁미시사연구에이르기까지줄곧비교공산주의와냉전시대인간의조건에집중해왔다.맨체스터대,에든버러대,런던정경대교수를거쳐현재케임브리지대트리니티칼리지에서석좌교수로재직중이다.베트남전쟁을다룬저서『학살,그이후』로미국인류학회에서기어츠상,『베트남전쟁의유령들』로아시아학회에서카힌상을수상했고,냉전의이해에관한저작으로한국의경암학술상과세종문화상을수상했다.2019년10월프랑스의레비스트로스상을수상하고이책의내용이부분적으로소개된‘인류학과세계평화’라는제목의대중강연을했다.2020년현재서울대사회과학대에서인류학초빙석좌교수로있으면서전쟁으로인한한국사회의종교적변화를다룬새저작을완성중이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감사의말

서론
1장코리아의학살
2장불온한공동체
3장분쟁중의평화
4장연좌제
5장도덕과이념
6장소리없는혁명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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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냉전의가장대표적인내전이자가장폭력적인전쟁,한국전쟁
세계적인류학자권헌익,경험주체의관점으로복원해내다
1990년대냉전이종식됐지만한반도에서는냉전이사라지지않았다.한국전쟁은남북관계에서도북미관계에서도여전히진행중인전쟁으로동서대결의냉전이종식된지어언한세대가지났음을상기하면놀라운사실이다.남북분단과휴전상태가이어지면서한반도는‘세계유일의냉전의섬’으로남아있다.한편한국전쟁은하나의전쟁이아니라서로다른종류의전쟁이결합한것이었다.식민지배에서벗어나서로를부정하는두정치세력이각자의국가를건설하는과정에서벌어진전쟁이었고,냉전을지배했던두국제적세력간에벌어졌던전지구적갈등의일부이기도했으며,미국과중국간에벌어진국제분쟁이기도했다.저자는무장한두군사집단간의교전이라는관습적인전쟁사의시각으로도,초강대국사이의세력균형으로보는냉전사적시각으로도한국전쟁의실체를오롯이알수없음을강조하며,세계사적으로가장잔인하고폭력적인내전인한국전쟁을‘경험세계’의인식으로마주해야그실체를알수있음을설파한다.
한반도에서일어난이‘작은’전쟁이세계사의넓은지평에미친영향이엄청나지만정작한반도를살아가는대다수의사람들에게한국전쟁은잊힌전쟁이되고말았다.그망각은시간의흐름에따른자연스러운작용이라기보다한국전쟁당시개개인의삶에미친폭력의기제가전후에도가족/친족/공동체라는‘관계’를중심으로강력하게작동했기때문에애써부인하고잊으려는노력의결과였다.대중의한국전쟁경험은문학작품,자서전,증언록등을통해최근에야비로소폭넓게공개되었는데,그내용을보면3년에걸친이전쟁이군인뿐아니라무수히많은민간인에게깊은상처를남긴경험이었다는사실이드러난다.이책은이러한한국전쟁의경험세계를복원하고그이론적근거를모색한노작이자,하늘이무너지는시대에존엄을지키려노력했던경험주체들의기적적인삶에경의를표하는인류학자권헌익의절실한마음이다.

한국전쟁의경험주체에대한예리한통찰,
가족과친족에대한기존의서구이론을날카롭게비판하다
‘박완서는전쟁당시자신의가족이겪었던일을자전적소설에서회고한다.북한군이서울을점령했을당시북한군은숙부의집을접수하여장교식당으로사용했는데,이후국군과미군이서울을탈환했을때이웃이그사실을고발해즉결처분되었다.또한전쟁전급진적정치운동에가담했었던그의오빠는북한군점령기때인민군에징집되었는데국군이해방군으로돌아오자오빠의전적이가족의생사를위협하는문제가된다.당시문학을전공하던대학생이던박완서는가족의생존을위한절박한마음으로반공청년단에서서기로일한다.’(1장「코리아의학살」55~57면)
서울을번갈아가며덮치던폭력의물결은이처럼가족,이웃의삶을산산조각내면서그들간에놓인유대와연대의마음을갈가리찢어놓았다.권헌익은한국전쟁의경험이문학(박완서김동리최인훈현기영등)속에서얼마나핍진하게형상화되고,작가의역사적인식이작품으로어떻게결정화되었는지분석하면서,‘관계’가핵심용어로등장함을포착한다.한국전쟁의폭력은가족/친족관계의환경에잔혹하고도지속적인영향을끼치는관계적고난이었다.따라서저자는한국전쟁의장에서친족세계는공적세계에서독립되어존재하는사적영역일수도없고,이기적개인의연합인사회에서물러나찾을수있는은신처가되어주지도못했음을지적한다.그대신긴냉전시기내내양극화된전지구적정치의강력한힘과인간의사적이고도연약한도덕성이격렬한투쟁을벌이는장이되었던것이다.이러한저자의인식은기존사회학ㆍ인류학담론이공민사회(civitas)와민간사회(societas)를구분하고,근대정치에서친족이라는환경은사적영역에불과하다고가정해온관념을날카롭게비판한다.권헌익은문학작품을통해시대적징후를읽어내는예리한감각,전쟁경험의기억을안고살아온자들에대한휴머니즘적시선을내내견지하면서도전쟁과사회,친족에대한사회과학의기존담론을정면으로통박하면서세계적인류학자의통찰을유감없이드러낸다.

연좌제의잔혹성과끈질긴지속성,전후한국사회를지배하다
‘경상북도예천군의어느마을,그마을안씨집안의장손은1978년11월대공분실로끌려가자기집안의가계도를대면하게된다.일제강점기당시공산주의활동가였던숙부의이름이빨간색으로쓰여있었다.그가해야할일은그빨간색이름과다른사람들과의관계를진술하는것이었다.‘빨갱이이념’이숙부에게서다른친족관계로어떻게퍼져나갔는지각인물과과거사에대해상세히털어놓으라는것이었다.심문과고문이더해질수록집안의가계도는점점붉은색으로물들어갔고,안씨는자신의집안이공산주의에물들어가는것처럼보였다.’(3장「연좌제」148~150면)
전쟁당시북한군과남한군이번갈아점령하면서적국의조력자로여겨진자들에대한혼란스럽고끔찍한폭력이이루어졌고이로인해무수한사람들이고향을버리고남으로혹은북으로이동했다.이때문에전후한반도의인간조건과관련해아주중대한쟁점,이산가족의곤경이생겨난다.전쟁이끝난후에는적의영역으로넘어갔다고의심되는자의가족전체가감당해야할심각한문제가되었다.저자는이산가족과연대책임이라는두현상이가족과친족내에극심한존재적ㆍ도덕적위기를초래했음을지적하면서,연좌제라는규율권력이어디서,어떤방식으로,무엇을대상으로작동되었는지푸코,보글리스등의이론을경유하면서촘촘히분석한다.한편으로안동,제주,예천,예산등의현지조사를통해연좌제로고통받은이들의생생한증언을수집하고그말속에담긴고통의윤리를내보인다.헤어진가족과의결합을간절히바라는마음과다른한편으로그때문에죄인취급을받을까두려운마음으로살아온일평생이었다.연좌제라는규율권력은바로그개인을도덕적인격으로만드는촘촘한관계망을표적으로삼아작동되었던것이다.

친족의균열과갈등을극복하고우애와연대의역동성을회복하다
‘제주서쪽애월의하귀리는2003년초에마을위령비를새롭게완공했다.이지역에는원래4ㆍ3사건당시반란진압작전에동원되어전사한경찰과반공청년단을기리기위한추모비가서있었다.자신의가족과마을에폭력을자행한자들을묻은묘지와추모비가마을에있다는사실은이곳주민들에게오랫동안도덕적소외감의근원이자분개심의대상이었다.하귀의새조상석은4ㆍ3사건의왜곡된기억에대한반발이자이를바로잡으려는노력으로,한국전쟁전후에길고도잔혹했던폭력에희생된마을사람들에게바치는위령비다.’(6장「소리없는혁명」237~242면)
권헌익은전쟁의감춰진상흔을용기있게대면하는지역공동체주도의노력을유가족의발언을따‘소리없는혁명’으로지칭하며한국전쟁을양극화된이념의관점에서벗어나그역사적정체성을진실에가깝게회복하고자하는노력으로평가한다.제주에서전개된마을단위의노력은추념식등의공식행사로발전되었고해외로까지확장되어전지구적시민사회의특성도띠게되었다.공동체를사회와분리하는근현대세계의이념적경향을이겨내고소시에타스와시비타스가서로합심하여놀라운정치적공간을창출했다고분석하며,이지점에서한국사회가전쟁을끝내고평화로나아가는희망의실마리를발견한다.산자는정치적두려움없이고인을추모하고애도할수있어야한다.죽은자는친족전체를위험에빠뜨릴위험없이친족세계에귀속되고기억될수있어야한다.제주의지역공동체에서발견한이희망이확장되어한반도가우애와연대의길로나아갈수있을까.권헌익이던진질문앞에남북간군사적긴장이다시고조되고있는지금한국전쟁70주년의의미가새롭게다가올수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