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H. 로런스의 현대문명관 ('무지개'와 '연애하는 여인들' | 양장본 Hardcover)

D H. 로런스의 현대문명관 ('무지개'와 '연애하는 여인들' | 양장본 Hardcover)

$22.69
Description
주체적 외국문학 연구를 선도하고 학문적 실천의 전범을 보여온 백낙청 50여년 학문여정의 시발점이 되는 하바드대학교 박사학위논문(1972)의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40, 50년간 사제의 연을 이어온 네 제자가 철저한 협업으로 옮기고 지은이의 감수를 거쳤다. 일찍이 서양정신사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극복을 모색한 걸출한 영국소설가 D. H. 로런스의 대표작 분석을 통해 서구 산업사회·기술문명의 본질을 고찰하고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본서는 존재와 진리에 대한 비형이상학적 탐구 및 그에 기반한 리얼리즘론, 제3세계문학론, 근대 적응 및 극복의 이중과제론, 주체적 외국문학연구 등 저자가 반세기도 넘는 동안 수행해온 학문적·비평적·사회적 실천의 중심에 자리한 담론들 대부분을 혹은 맹아적 형태로, 혹은 거의 완성된 모습으로 품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한국문학계의 현실에 밀착된 문제의식을 집중적인 학문적 탐구와 연마를 통해 확대, 심화함으로써 탄탄한 비평적 입론으로 가다듬어낸 성과인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장차 한국평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될 주요한 비평담론들의 모태이기도 하다. 동시 출간된 《서양의 개벽사상가 D. H. 로런스》와 함께 읽으면 이 책이 제기하는 원형(原形)의 주제들이 어떻게 움트고 성숙해 결실하는지 목격하는 진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저자

백낙청

1938년생.고교졸업후도미하여브라운대와하바드대에서수학,후에재도미하여1972년하바드대에서D.H.로런스연구로영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66년계간『창작과비평』을창간하고2015년까지편집인을지냈으며,서울대영문과교수,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시민방송RTV이사장,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상임대표,한반도평화포럼이사장등을역임했다.1970년대이래민족문학론을전개하고분단체제론을통해한반도문제의체계적인식과실천적극복에매진해왔으며,근대에대한탐구를통해새로운문명전환의사상을연마하고있다.현재서울대명예교수,계간『창작과비평』명예편집인,한반도평화포럼명예이사장으로있다.저서로『민족문학과세계문학1/인간해방의논리를찾아서』(합본개정판)『민족문학의현단계:민족문학과세계문학2』『민족문학의새단계:민족문학과세계문학3』『통일시대한국문학의보람:민족문학과세계문학4』『문학이무엇인지다시묻는일:민족문학과세계문학5』등의문학평론집과연구비평서『서양의개벽사상가D.H.로런스』『D.H.로런스의현대문명관』을냈고,『분단체제변혁의공부길』『흔들리는분단체제』『한반도식통일,현재진행형』『어디가중도며어째서변혁인가』『2013년체제만들기』『근대의이중과제와한반도식나라만들기』등의사회평론서와『백낙청회화록』(7권)『변화의시대를공부하다』『문명의대전환을공부하다』『백년의변혁:3·1에서촛불까지』『한국어,그파란의역사와생명력』등다수의공저서및편저서가있다.

목차

제1장서설:사유의모험으로서의소설
제2장무지개와역사
제3장연애하는여인들과기술시대
에필로그:날개돋친뱀에관한성찰
D.H로런스연보
참고문헌
옮긴이의말
옮긴이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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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백낙청50년공부의원형!
D.H.로런스의창조적사유로탐색한
현대문명의한계와극복가능성을마주하다

로런스사유의독창적면모들과‘사유의모험’으로서의소설
로런스연구서로국한해보더라도본서는여러모로독보적이다.학위논문이제출된1972년은로런스사후40여년이지난때였으나당시이소설가에대한평가가확립된형국은아니었다.평자들이‘반지성주의자’나‘예언자’같은다소조롱섞인호명으로그를규정하고자했다면,그를‘성(性)문학의대가’로여기는대중적인식도여전했다.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에서40권에이르는전집으로간행되고수많은연구결과가축적된오늘날에도로런스의핵심적인예술적·사상적성취가어떤것인지방향을잡기어렵다는호소를드물지않게듣게된다.동시대로런스연구의현실을염두에두면서로런스의예술적·사상적성취의핵심을새로규명해내는과제에집중하는본서가특히주목하는것은F.R.리비스의로런스읽기와하이데거의형이상학비판이다.리비스는초창기로런스비평의오독과혼란의와중에이작가를영국소설전통의계승자로자리매겼으며,로런스소설이추상적·이론적사유와는다른차원의창조적사유를작가의예지로써담아낸다고역설한바있다.저자는이런리비스의시각에동의하는한편로런스를하이데거와대면하게함으로써로런스의근대비판및새로운사유의모색이갖는문명적·예술적함의를더욱깊이궁구해나간다.
로런스는일생‘존재’와진리에대한관심을추구하며소설로구현했고,소설이라는형식에굳건한믿음을갖고있던작가다.그는소설은사유의모험이며인간은사유의모험가라는생각에서출발해육신으로살아있는존재,‘진정한실체’에대한사유로,또한서양철학전통의존재론과형이상학에대한본질적인문제제기로나아간다.모든소설의배경에는일정한형이상학이깔려있으며예술조차도형이상학에전적으로좌우된다,그리고오늘날형이상학은닳아서애처로울정도로얇아지고예술은온통헐어가고있다는것이당대예술에대한로런스의진단이다.저자는여기서로런스와하이데거사유의상통성을발견하는데,기성철학이존재의의미를추상의영역으로밀쳐내고진정한존재로부터떨어져나옴으로써인간과지상의민족들의쇠퇴를가져왔다는것이하이데거의문제의식인것이다.플라톤이래의형이상학을극복하려는시도는니체와맑스에서결정적전기를맞지만양자는근대주의적한계를넘어서지못하며,저자가보기에로런스의사유는근대문명의역사를인정하는가운데존재의진리를추구하면서기성철학을능동적으로극복한,세계사적으로의미를갖는성취이다.
로런스에게진정한예술은항상진리의일어남이며,진정한예술가는본질적으로리얼리스트로,미래에대해말하면서그미래의새로운토대를마련하는사람(예언자)이다.그리고그런특별한명예를부여받은존재가바로소설가이다.소설작업에는총체성과균형,구체적세부의풍부함이요구되며,소설가는그사소한세부들의풍부함을통해‘그배후에자리한이름붙일수없는불꽃’을구현하기때문이다.그에게소설이존재의본질적의미를탐구하는사유의모험의특수한형태인한,그의소설세계를정당하게판단하려면먼저로런스가내세운최고의사유의모험의차원에들어가야만한다는것이저자의인식이다.

존재의진리의역사와기술문명의본질을탐구하다
로런스는『무지개』(1915)를통해영국적전통사회의해체와산업사회의등장을배경으로공동체와의유대를상실하고근대기계문명속에서자기자신으로서려는개인들의모험을성공적으로그려낸다.이여정은아직‘피와피의친밀한교감’이살아있는공동체에뿌리박고있으면서자식들만은지상최고의삶을누리기를열망하는식으로근대화의욕망을발견하는1세대,붕괴해가는공동체의세계속에서지식과교육을통해근대사회의독립적개인이되어가는가운데양자사이의균형을가까스로유지하는2세대,전통적유대를거의상실하고근대문명을마주하는과정에서다른길을찾아자신의‘존재’를세우는3세대에걸친자아의모험의여정이다.로런스는이를형상화하는과정에서방법론적으로재래식사실주의뿐아니라종래의리얼리즘과도결별한다.역사적현실을체현한자아의모험을한차원높은진리를구현하는과정으로그려내며,이는『무지개』를진정한리얼리즘의결과물로만들어준다.작중인물들은근대산업문명을역사로인정하는한편그것이가져오는소외를극복할대안을찾아분투하는데,3세대어슐라는여성운동을비롯한당대가장진보적인사상들을접하고경탄하지만그것들이근대사회에서갖는한계또한분명하게인식한다.근대적휴머니즘과산업주의의깊은연관을감지하고반감을느끼는어슐라는이‘기계의세계’를떠나기로한다.한때동경했던왕성하게활동하는남자들의세계안에서살고일하기를배울뿐아니라자신이그세계와맺고있는관계의본모습을,그리하여그세계를떠날필요성을진정으로깨닫는것은어슐라의창조적모험의결실이다.재래식안정을버린어슐라의삶은늘위태롭게흔들릴것이지만개별존재로서진정한성취를이룬것이며새미래의기초를세운것이다.
후속작『연애하는여인들』(1920)에서는어슐라가새로운존재를향한모험을포기하지않으리라는확신이본격적으로전개되며근대사회와의온전한대면으로이어진다.근대산업문명의진정한성격은무엇인가,인간의본질적운명이라는측면에서그함의는무엇인가가어슐라와버킨의모험을통해드러난다.로런스는우선근대문명이초래한파괴적결과에주목하는데,그의비판은산업주의를단호하게하나의역사적운명으로인정하는가운데이루어지는비판이라는점이중요하다.이작품은1914년무렵영국사회를생생하고폭넓게그리는가운데특히‘산업계의거물’장에서는초기자본주의의기독교적·인도주의적잔재를버리고더신성한‘거대한산업기계의세계’를수용하는역사를집약해보여준다.이를통해로런스는부르주아휴머니즘의이데올로기적성격과계급투쟁의필요성에대한맑스와엥겔스사상을공유하면서도그들이통찰하지못한산업사회의핵심을포착한다.이체제가더발전하면기술적합리성을수용한보편적합의가이루어지며노동계급은혁명의열정대신실용적이득과특정한생활방식에만족감을얻는다는것이다.이는로런스가보기에근본적소외의상태로,진정한안정성을결여한것이다.산업계거물로상징되는인물제럴드가진정한관계맺음의제안을거절하고결국홀로파멸을맞는것은그개인의실패이자산업문명의본질을돌아보게하는결말이다.그대안은버킨이감행하는사유의모험으로제시된다.그는진정한사랑은‘함께자유로움’이라며어슐라에게‘세상의어떤곳들로부터우리들자신의아무데도아닌곳속으로’떠나기를제안한다.이는현실에서발을빼는행위가아니다.산업주의·인본주의·이상주의같은오늘의‘신들’에대해의문을제기하고,우리의시선을위험이자리하는곳으로이끌어거기에서‘구원의싹’의성장을목격하게하는일이다.이렇게『연애하는여인들』은기술시대예술의과제에동참하며,이대목에서로런스는하이데거의예술관과다시만난다.

오늘우리앞에놓인새로운도전
에필로그에서다루는『날개돋친뱀』(1926)은『연애하는여인들』에서최고의성취를보여준창조적모색의속편격으로,버킨이감행한모험의연장에서새로운인간사회의기반을비유럽·비산업사회에서찾아내야할필연성을구현하고있다.식민지배를받던민족이새로운국가정체성을추구하는과정에서총체적인문화적혁명에역점을두고전통다신교신앙을국교로선포하기에이른다는결말이갖는소설적결함에대해서는여러평자가지적한바있다.그러나한편이런지적들은유럽정신의지배,유럽의정치적·경제적·이념적지배로부터벗어나고자하는제3세계의절박한필연성을외면한것이기도하다.실제로20세기초활발하게전개된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등제3세계의민족해방운동·혁명운동은『날개돋친뱀』에보이는로런스역사인식의적실성을보여주며,종교와대중정치운동의관계및탈식민주의논의에이르기까지오늘날에도시사하는바크다.그의작품세계는이후더큰소설적성취를보여주지못하는데이는척박한기술시대의현실이온전히성취된장편소설쓰기를점점더어렵게만들기때문이기도하지만,그러한현실에대한그의관심은일생지속되면서이후다른작품들에도일관된성격을부여한다.
이처럼이책은향후서구의여러비평담론들이내놓게될유효한발상들을내장하고있을뿐아니라,이런담론들의전개과정을되돌아볼수있게된지금의시야에서읽을때새삼두드러지는많은통찰들을내포하고있기도하다.가령남녀의새로운관계모색이문명의차원에서도핵심적이라는로런스의문제의식을부각한것은페미니즘에서도주목할만하며,『날개돋친뱀』의제3세계적의의를처음으로지적한대목에는이후로런스비평안팎에서전개될탈식민주의담론의요체가들어있다.이논의의밀도와치열함은로런스가모색한‘다른길’을물질적조건과정신적성숙을동반한새로운문명의가능성으로연결하려는저자의지적열망에서비롯한것이다.이후50년에걸쳐무르익은대로서구자본주의문명을넘어선문명대전환의큰구상은이책에서모든싹을틔우고있음을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