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마음들 (분단의 사회심리학)

갈라진 마음들 (분단의 사회심리학)

$18.00
Description
분단이 파고든 일상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 마음속에 새겨진 분단의 흔적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노골적으로 어기고 그 방역활동을 방해함으로써 다시금 전국민을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에 빠뜨린 어느 개신교 교회의 목사와 신도들은 자신들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이 북한의 바이러스 테러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처럼 ‘북괴’에 맞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태극기를 휘두르는 어르신부터, 북한을 한국 경제의 ‘먹거리’로 해석하는 중장년층, 북한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성원 모두는 분단 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70년간의 분단은 단순히 정치적ㆍ경제적 분단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식과 감정의 분단을 만들어냈으며, ‘종북’ ‘빨갱이’ 등의 기표가 지칭하듯 한국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근원에 분단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제껏 북한/분단 관련 담론이 주로 정치외교적 관점에서 다뤄진 것에 비해 『갈라진 마음들』의 저자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분단 문제를 사람들의 경험, 인식, 감정 등의 층위에서 분석하면서, ‘분단적 마음’이 현 상태를 재생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힌다. 분단체제가 한반도 주민에게 남긴 영향을 일상과 정동의 영역에서 세밀하게 분석하는 이 책을 통해 그간 분단 문제에 무감각해왔던 독자들은 새삼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분단체제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외교적·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어왔던 분단 문제에 심리/문화/여성의 관점을 도입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책이다.
저자

김성경

영국에섹스대학교에서사회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성공회대학교,싱가포르국립대학교를거쳐현재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교수로재직중이다.북한사회/문화,이주,여성,청년,영화등을주요연구주제로삼고있으며,최근에는분단의문제를마음이라는키워드로분석하는것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공저로『분단너머마음만들기』『새로운북한이야기』『분단된마음의지도』『탈북의경험과영화표상』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분단의사회심리학
분단을살아간다는것
분단이만들어낸마음
분단적마음을어떻게포착할까

2장분단의감정과정동
분단에대한무감각
과잉된분단감정,적대감
북조선을향한무시와우월감
상상된남북화해와협력

3장북조선인민의마음
북조선정치체제와마음
평양스펙터클과북조선인민의정동

4장우리안의타자,북조선출신자
난민,장소를잃어버린자
인권보다국가,그위의분단
젠더화된탈북과정과한국사회의관음증
타자중심의윤리

5장한반도밖분단
조·중접경지역,북조선인민과조선족의장소
북조선여성의초국적삶:이주,결혼,그리고가족

6장공동체,연대,그리고사회
도덕감정의복원
연민이촉발한수치심
연대감과사회만들기
평화와탈분단의상상

에필로그

수록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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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분단적마음’의탐색,우리모두의근원적변화를위한시발점

남과북은70년이넘는세월동안서로를적으로규정하며살아왔다.경제성장을통해체제우위를선점하려한한국과,식민청산과반제국주의를앞세운정치시스템으로자신들의우월성을증명하려한북조선모두에서체제경쟁이격화될수록그곳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삶은피폐해졌다.무한경쟁에내몰린한국의시민들이나반제국주의투쟁이라는미명하에생존과자유를억압받는북조선의인민들이나그들의힘겨운삶은분단이라는동일한원인에기반을두고있는것이다.저자는분단이라는한반도적경험과사회구조는이공간에서살아가는구성원들로하여금‘분단적마음’을공유하게했음을역설한다.이는단순히북조선에대한적대감같은정치적차원에만머물지않고,“차이를인정하지않는태도와인식,이념이라는문제에지독히도매몰되는습성,외부의영향을위협으로인식하는민감한감각,과도한민족주의적감성,불안정한개인성과집단의존성의공존,거기에분단문제에대한의도적인무관심까지한반도를살아가는구성원의생활세계곳곳에서”(33면)작동한다.
이같은문제적마음을생산하는분단은일상에깊게내재되어있다.사회전반에서‘별생각없이’이루어지는수많은상호작용이실상분단이라는규범아래수행되고있는실천인것이다.그리하여저자는일상속에내재되어있는분단을포착하여드러내는작업을중심으로한국시민의분단적마음이어떻게작동하는지탐색해간다.이를위해인류학적연구방법을활용한관찰,연구참여자와의심층면접,조·중접경지역현지조사등의자료를분석해활용했다.또한한국의대중문화속에암호화되어있는분단적마음의일면을분석하거나,북조선의문학작품,기록영화,방송보도등에포함되어있는특정한마음의발현을포착했다.

남한사회의감정:무감각과적대감,그리고무시와우월감

저자에따르면분단에대해한국사회에서확인되는가장가시적인반응은무감각증이다.2017년북한의핵실험과장거리미사일발사실험을둘러싸고트럼프미국대통령과김정은북조선국무위원장간에오가는살벌한언설로금방이라도전쟁이날것같은상황에서,서울로몰려든외신은긴장이한껏고조된한국사회를기대했지만,그들이본것은놀라우리만큼태연한한국시민들의모습이었다.한국의시민들은군사적긴장이고조될때마다불안과긴장감에떨기보다차라리분단에대해서감정적거리를둔다.그러나분단폭력이라는것이일상곳곳에존재하는데도“일상에서작동하는폭력을감각하여문제를제기하지못한다는것은결국폭력없는세상을기획할수없음을의미한다.”(51면)그러므로분단에대한무감각은평화에대한불감증의자원이라는것이다.
북조선에대해한국사회가갖는또다른대표적감정이적대감일터,저자는이같은부정적감정은사실실체가있는것이아니라감정정치의산물임을역사적실례를통해고찰한다.독재정권아래서의많은간첩사건,광주민주화운동에대한용공매도,이른바‘금강산댐’수공위협등을통해특정한정치적·사회적목적하에생산된감정이라는것이다.북조선에대해한국사회가갖는또다른감정은무시와우월감이다.인도적지원사업에종사하는활동가들이북조선의실상을“한국의60년대모습”이라고평가하는등선한의도로북조선과관계를맺고자하는이들사이에서도이는발견된다.“우월감은자신이상대방보다더큰권력이있음을실감하는것이다.”(90면)때문에저자는인도적지원,관광및경제협력,평화경제와같은‘기획’이좌초되어온것이혹여나우리의우월감에대한북조선의반발과깊은연관이있는것은아닌지,한국사회가이들과동등한관계를구축할마음을한번이라도먹은일이있는지자문해보아야한다고주장한다.
그리고저자는분단을소재로한다수의‘한국형블록버스터’를분석하며한국사회에서남북화해와협력을어떻게상상하는지살펴본다.「공조」(2016)「강철비」(2017)등에등장하는북조선남성은사실분단이나민족문제라는외피를쓴채한국사회의젠더와가부장의문제를내재화하고있다는분석이흥미롭다.「백두산」(2019)에서는남북이백두산화산폭발의상황을맞아자신들의안전과미래를위해서핵무기를활용하는것으로이어지는데,이같은상상력이단순히‘비핵화’에머물러있지않다는점을짚는다.“주변강대국의눈치를보지않는남과북이협력과공조를통해핵을공유하는것을상상하는것이다.”(113면)저자는핵위기가고조되었음에도한국시민들이지나치게고요한이유또한이러한감각에근원을두고있는것은아닌지우리자신에게질문을던진다.

북조선에서마음의습속은어떻게작동하는가

북조선에서는주체의자주성과독립성을강조하면서도지도자의영도없이는주체적인간이될수없다고강조하는주체사상과이를일상에서실행하는제도가독특한개인주의와공동체성을구성하였다.하지만‘고난의행군’과3대세습을거치면서북조선사회의근간은흔들릴수밖에없었고,더욱이1990년대중반부터곳곳으로확장된시장은북조선사회변혁의다른이름이었다.“이제인민들은당이나조직생활을통해서가아니라시장이라는전혀다른공간과사회적관계에매달려생존을유지하게되었다.”(143면)인민들에게는수령의영도에대한절대적순종과충성이아니라개인의생존과이해관계의관철이중요해진것이다.
저자는시장화를통해급격한사회변동을경험하고있는북조선의현재가과연‘희망’으로읽힐수있을것인지를평양이라는도시스펙터클을통해서살핀다.한국전쟁으로폐허가된평양은이른바‘평양속도전’을통해빠른속도로재건되는데,그과정은하나의스펙터클로북조선인민들에게전달된다.“전후복구시기에평양을‘혁명의수도’로재건하면서사회주의이상이구현된새로운사회를건설하려는열망이평양이라는스펙터클을통해인민들에게정동되었다는뜻이다.”(173면)한편1980년대에대부분의기념비가완공되었다는것은평양이라는스펙터클이만들어내는정동적에너지와힘의소진을뜻하기도했는데,최근평양의변화가다시금포착된다.권력을잡은김정은위원장은고층건물거리를만드는데가장공을들였고,그중가장괄목할만한것이2015~16년에완공된미래과학자거리와려명거리이다.이들거리의건설과정은그규모의거대함과속도측면에서분명엄청난스펙터클로작동하고있지만,전후시기에희망과열망을추동한것과는궤를달리하며,인민에게절망과체념의정동을불러일으킬가능성마저존재한다.북조선인민들은‘정동되는’것이아니라‘정동하는’존재가될수있을것인가?

우리내부의가장‘한국적인난민’,북조선출신자

난민은고향이라는장소를박탈당한자혹은자신이뿌리내린곳에서추방된자를일컫는다.그러나난민은국가경계밖에특정집단으로만존재하는것이아니라,타자앞에서‘주체’로존재하지못하는수많은이들을포함한다.실제로국민국가내부에서장소를잃은채부유하는난민들은셀수없이많은데,“이들중에서도북조선출신자는가장‘한국적인난민’이다.”(196면)대법원에서최종판결이난북조선출신화교유우성씨사건과,북조선출신자홍강철씨의사건에서드러났듯이,북조선출신자는‘간첩’이라는의심만으로인권이깡그리무시될수있다.이들은법적으로는대한민국의국민이지만인간의기본적인권리인인권의규정을받기보다국가,그리고분단이라는논리로규정되는것이다.또한“이들은‘탈출’한곳,그장소에관한모든것은지워내라는유무형의강요에노출된다.”(202면)극우집회참석,대북전단활동,북한인권운동등의활동을하는것이단순히돈벌이만을위해서가아닌것이다.
이같은북조선출신자가한국에이르는여정은힘겹기이를데없는데,흥미로운것은이렇듯힘겨운여정을견뎌한국에도착하는북조선출신자의대부분이여성이라는사실이다.그리고이동이가능했던이유가바로이들이북조선사회에서국가가통제하는공적영역에서한발짝소외되어있었기때문이라는사실은많은것을함축한다.이러한맥락에서저자는조·중접경지역의‘북조선어머니들’에주목한다.가족의생계를책임지기위해이주를감행한북조선어머니들은주로돌봄노동등의젠더화된경제활동을하며,안전한생존을위해중국인과결혼을택하기도한다.결혼이라는이데올로기와근대국가의국경이라는구조에끊임없이틈새를만들어내는북조선이주여성들의행위주체성은새로운상상력과실천의한형태임에분명하다.“가족이데올로기를수행하면서도동시에새로운형태의가족을만들어냄으로써가족신화에균열을만들어내는그최전선에북조선어머니들이있”(265면)는것이다.

분단적마음에서분단을마꿀마음으로

분단적마음은한반도주민들의삶을규율하고있다.분명한것은분단이구조적수준에서완전히해체되지않는한분단적마음의궁극적인변화또한요원하다는사실이다.하지만동시에분단적마음의약화없이는분단이라는사회구조를문제시하는것조차불가능하다는것도기억해야한다.그렇다면한반도평화를위해서지금남북주민이해야만하는일은바로분단적마음에균열을만들어내는것,즉서로를향한적대와혐오를공감과연대감으로전환하는일일것이다.도덕감정을복원하고윤리적실천의정치화를이뤄냄으로써분단구조그자체의내파를도모하는것이다.저자가연구과정에서만난수많은북조선사람들,조선적자이니찌들,중국동포들은결국‘마음’이중요하다는것을일깨워주었다고말한다.분단이우리들의마음을아무리헤집어놓아도,낮은자리에있는누군가는다른마음으로새로운역사를만들어가고있다.“분단이만들어낸마음이있다면,그것을바꿀자원또한우리안에있을것이다.”(30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