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리영희 선집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 리영희 선집

$25.00
Description
진실을 추구한 ‘우상파괴자’이자 한국 청년들의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 10주기 기념 대표선
평생을 ‘우상파괴자’이자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살았고, 한국 젊은이들의 ‘사상의 은사’로 존경받아온 리영희 선생의 타계 10주기 기념 선집 『생각하고 저항하는 이를 위하여』가 출간되었다. 선생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시민의 의식화로 자신이 쓴 글들의 수명이 거의 끝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쓰인 지 수십년이 지난 현재에도 선생의 글들은 강한 울림과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소위 ‘탈진실’의 시대에 거짓 권력과 우상의 황혼 속에서 열렬히 진실을 간구했던 선생의 글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이에 리영희재단은 선생의 사유가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길 바라며 선생이 생전에 출간한 저서와 번역서 등 총 20여권, 7,500여면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에 담긴 350여편의 글들 중에서 22편의 ‘대표작’을 엄선해 이 선집을 기획했다. 선별의 기준은 세가지다. 첫째 리영희 사상의 줄기를 더듬어볼 수 있는 명실상부한 대표작, 둘째 발표 당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거나 지적 충격을 안겨주었던 문제작, 셋째 선생의 사유나 실천을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던 청년 세대가 새로이 읽고 공감할 만한 글이라는 기준에 의거했다. ‘리영희 사상’과 호흡하며 한 시대를 살아낸 세대에게는 여전히 그의 생각이 강력한 현실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동시에 질주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세계에서 좌절을 강요당하고 있는 2000년 이후 세대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근거와 부당한 현실에 저항할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의 토대를 마련해줄 책이다
저자

백영서

연세대학교명예교수,세교연구소이사장,중국호남사범대학객좌교수다.

목차

책을펴내며
제1부한반도
해설
1광복32주년의반성
2국가보안법없는90년대를위하여
3동북아지역의평화질서구축을위한제언
4북한-미국핵과미사일위기의군사정치학
5통일의도덕성

제2부국제관계
해설
1대륙중국에대한시각조정
2베트남35년전쟁의총평가
3다시일본의‘교과서문제’를생각한다
4극단적사유재산제,광신적반공주의,군사국가

제3부사상·언론
해설
1상고이유서
2파시스트는페어플레이의상대가아니다
3사회주의의실패를보는한지식인의고민과갈등
4자유인이고자한끊임없는노력
5강요된권위와언론자유
6기자풍토종횡기
7남북문제에대한한국언론의문제

제4부문명·미래
해설
1농사꾼임군에게보내는편지
2아버지와딸의대담
3광주는‘언제나그곳에’있었다
4핵은확실히‘죽음’을보장한다
5내가아직종교를가지지않는이유
6무한경쟁시대와정보화와인간

리영희선생연보
리영희재단소개
수록문출처

출판사 서평

사유의중심에한반도를놓고
국제정치를비평하다

1부에는냉전의식에녹아있는흑백논리의선입견에서깨어나한반도를사유의중심에놓고국제정치를바라본5편의글을수록했다.「광복32주년의반성」에서는지속되는일본의망언을허용하는우리의내적근거를적시한다.해방이후에도수구ㆍ친일ㆍ기득권세력이‘친미반공’이라는새로운옷을갈아입고한국현대사를주도한결과“이사회를지배해온유일한가치관은민주주의가아니라반공주의”(40면)가되었다는지적이다.1989년방북취재계획을세웠다는이유로구속당했다풀려난후쓴「국가보안법없는90년대를위하여」에서선생은반공반북의관습적이데올로기의폐기를주장하며사실상수구기득권의지배를공고히하는데기여해온‘국가보안법전문(全文)의대전제’를날카롭게검증한다.
「동북아지역의평화질서구축을위한제언」은1990년대초에이미북핵문제가동아시아평화질서의관건임을간파한선생의탁견이도드라지는글이다.이글이발표된1992년은냉전종식과더불어동북아지역질서에도변화가이루어진해였지만,한반도에는여전히강화된갈등구조가존재하고있었다.북핵문제로말미암아동아시아지역의평화가위협받고있는오늘날에도이러한상황은현재진행형이다.갈등을해결할한반도의위치와역할에주목하면서희망을잃지않는한편,“최악에는더욱심각한대결국면의가능성마저도”(81면)있다고경고하는선생의냉정한현실주의가의미심장하게다가오는이유다.북핵문제에대한선생의‘총결산’인「북한-미국핵과미사일위기의군사정치학」은한반도에서핵·미사일위협의역사적전개를추적한다.한국과해외의독자에게이데올로기에서벗어난이성적태도를권하는한편,미국대북정책의‘책임불이행’문제를거론하는이글의주요논점은2019년북·미하노이회담이후급냉각된남북평화프로세스에서미국이보여준태도를다시금성찰케한다.
「통일의도덕성」에서선생은자신이희망하는통일에대한전망을펼친다.그에게통일은물질적풍요와높은도덕성이함께하는나라의건설을뜻한다.자본주의를따르는남한의물질적생산력의우월성및사회주의를따르는북한의인간학적공동이익우선주의와민족문화에대한강렬한긍지를지혜롭게배합하는방식을선생은기대한것이다.

냉전시대의어둑서니를헤치고
세계관의총체적전환을일으키다

2부는한반도지정학의핵심국가인중국,미국,일본및베트남전쟁과관련한글을모았다.「대륙중국에대한시각조정」은중공정권의정통성문제,모택동사상등중국에대한엇갈리는평가와실상을제시하면서냉전의흑백논리에서벗어나사유의자유를연습하자고권유한글이다.중국을‘파멸’로인식하는냉전적시각에길들여진당시독자들에겐세계관의전환에서비롯된충격을안겼던글이기도한만큼최근고조되는반중감정을돌아보게한다.
「베트남35년전쟁의총평가」에서도선생은베트남사태에대한선입견을배제하고베트남국민의역사와입장을현실적으로고려하자고제안한다.이에입각해보면베트남전쟁은베트남국민의민족해방과분단된민족의재통일을의미하며,무력에의한흡수통일이라는“그종말의형태에서보다남베트남의내부적특수성·인과관계에서더많은참된교훈을주는전쟁이었다”(238면)라는결론이다.
「다시일본의‘교과서문제’를생각한다」에서는일본의교과서문제를일본이전후세대에취한“조직적이고장기적인일대‘세뇌’정책”(260면)이라규정한다.이에대한우리의대응이극일의이념과행동강령을제시하는데머물러서는안된다고경고하며,해법은남북동포가함께어떻게민족주체적으로평화적생존양식을형성할것인가(272면)에달려있다고말하는이글은조선인강제징용과연관해일본기업의자산압류를허용한한국대법원판결이후의무역갈등으로한·일관계가최악에이른현시점에도참고할만한사유를담고있다.
미국사회와자본주의에대한종합평가라할수있는「극단적사유재산제,광신적반공주의,군사국가」에서선생은미국이앓고있는질병이글의제목에서언급된세가지뿌리에서기인한다고주장한다.흑인빈민비율이백인의25배란수치가말해주듯고루누릴수없는물질적풍요는부도덕내지죄악이며,이기주의와물질추구로귀결되는개인의자유는인간소외로이어짐을간파한다.코로나19사태에대한트럼프행정부의대응방식및조지플로이드사망으로촉발된반인종주의시위를지켜보는우리에게많은시사점을던져주는글이다.

사상의자유,언론의자유를설파하다

3부에서는리영희사유의바탕이라할수있는사상과언론의자유,진실에관련된글들을묶었다.「상고이유서」에서는『8억인과의대화』『우상과이성』에실린자신의글을반공법위반으로몰아가는권력의광기를,서대문구치소에서영어의몸이된상태로통렬하게질타하고있다.반공법의모순과부당성,판·검사등법조인과최고통치자및지도층인사들의‘인식정지증’을준열하게비판하면서사상의자유가민주주의의근간임을역설한다.1988년‘5공청문회’를목도한후기고한「파시스트는페어플레이의상대가아니다」는파시스트나기회주의자들은용서나화해의대상이아니라제거나청산의대상임을언명한다.5공정권에서호의호식한자들은대부분‘친일부역자’의자손들로,개혁의본질은인적청산임을강조한것이다.
「사회주의의실패를보는한지식인의고민과갈등」은1991년선생이동구권의급격한변화를보면서‘지식인으로서인식능력의한계’와‘인간이성에대한신념의약화’를느낀다고솔직하게고백해보수와진보진영양쪽에서비판받은글이다.하지만스딸린식사회주의의실패,미국식‘자유민주주의’가승리한것이라는삿된주장,인간성회복을지탱해주는이론적근거로서의‘전기맑스주의’의유효성에대한생각과,인간본성의개조가능성에대한회의,향후통일에대한견해등을솔직하게털어놓으면서,중국과러시아의사회주의혁명이후에대한자신의공부에부족함이있었음을인정하고‘사회주의그후’를성찰하고자했다.
「자유인이고자한끊임없는노력」에서는독서를‘자유인이되고자하는염원에서출발하는,모든사람의자기창조노력’이라고규정하면서독서의중요성을강조했으며「강요된권위와언론자유:베트남전쟁을중심으로」는냉전이데올로기에맞설수있는언론의자유와언론인,지식인의사회적책무를역설하여내용과방법모든면에서리영희식글쓰기의‘전범’을보여주었다.「기자풍토종횡기」에서선생은한국언론과언론인의부패타락상의근원과문제점을풍자적으로비판한다.한국의기자집단을‘이완용기자’류와‘홍경래기자’류로대비하고,언론인은없고‘언롱인(言弄人)’만남았다는비판은통렬하다.부패하고타락하여권력에기생하고약자에게는군림하며돈이나뜯어내고갈수록지성은퇴보하여‘조건반사적토끼’가된기자군상에대한관찰은이른바‘기레기’원조들의풍경을잘보여준다.세계주요국가중에서5년연속언론신뢰도최하위를기록하고있는현재의한국언론에도,“기자가마련하지못한것을민중이스스로쟁취하려하고있다”(451면)는선생의일갈은혹독하고뼈아프다.
「남북문제에대한한국언론의문제」에서는한국언론의고질병이라할수있는냉전이데올로기비판을바탕으로남북화해와평화통일을위한한국언론보도의쇄신방향을제시한다.냉전의식,광적반공사상,맹목적애국주의,동일사실에대한이중적판단기준,남북대립을부추기는습성과같은구시대잔재는버리고문제의역사적배경에대한이해,인과관계의구조,상대방입장에한번서보는마음,미국의국가이기주의와패권주의,동·서독통일과정에서언론의역할등을고민해보라는선생의생각은지금도유효하다.

‘인간리영희’의발견

4부는인간리영희의면모를보여주는진솔한에세이와편지글,그리고문명비판론에가까운글을엮었다.「농사꾼임군에게보내는편지」는1977년반공법위반혐의로구속되었을때검찰이특히문제삼은글이다.“생각하고저항할줄아는농민”(487면)을기대하는선생의바람이공산혁명을위한민중선동으로둔갑한것이다.「아버지와딸의대담」은선생이교복자유화소식을듣고소설형식으로쓴에세이로,제복,유행,인간소외라는주제를밥상머리에앉아담소하는가족의대화형식으로재구성했다.「광주는‘언제나그곳에’있었다」에서는광주의역사와광주민주항쟁의의미,그리고광주의미래에관해이야기한다.‘바스띠유’가전인류에게새로운시대정신을알리는‘자유ㆍ평등ㆍ박애’의대명사가되었듯이광주는‘민주시민의용기와희생정신’을뜻하는새로운추상명사임을깨닫게한다.「핵은확실히‘죽음’을보장한다」에서는한국인의맹목적핵숭배를비판한다.민족내부문제의군사적해결정책,맹목적반공이데올로기,핵무기와핵전쟁의위험성에대한무지등이그원인인바,반핵운동이반국가적행위로매도됨으로써핵미신은정권이조직적으로유포한‘사이비종교’가되었다는것이다.아직도‘핵무기신앙’이사이비종교만큼이나굳건한한국의현주소를돌아보게하는대목이다.「내가아직종교를가지지않는이유」에서는세속적욕망의‘본산’혹은현실의죄악과비리집단의은신처이기일쑤인한국의종교집단을비판하고있으며「무한경쟁시대와정보화와인간」은‘정보화시대’의인간과인류문명의미래에대한우려를담고있다.

좌절을강요당하는이들에게
희망의근거가되기를소망하며

선생에게우상은진실이아님에도진실인것처럼우리에게강요된것이다.다른말로헛것,허위의식,어둑서니,이데올로기들이다.우리사회가민주화되었다고하지만자본권력의지배는더교묘해졌다.사람들은자신의생각을버리고반짝이는스크린속의‘스마트한’우상속으로새로이함몰되고있다.우리삶을옥죄는모든종류의권력에도전했던선생의‘이성,가설,역설,독백’이여전히유효할뿐만아니라더욱절실한이유다.세태를반성하며스스로생각하고저항하려는이들에게,이책에소환된선생의사유가민주주의를수호하고“진실에토대한인식능력이있는시민”으로거듭나기위한든든한이정표가되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