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이후의 세계

공정 이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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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들은 왜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을 원할까
‘MZ세대 공정 열풍‘의 이면을 말하다
최근 한국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공정’이다. 특히 취업, 입시 등의 문제에 있어 젊은 세대의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에 대한 열망은 단순히 기대와 바람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지배 담론이 되었다. 공정은 제20대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가장 논쟁적인 이슈였고, 새 정권이 들어선 현재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공정은 최우선 가치로 앞세워지고 있고, 동시에 그 의미가 왜곡되어 있기도 하다.

왜 한국 사회는 이렇게까지 ‘공정성’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한국 사회 공정 담론을 날카롭게 분석해온 김정희원(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첫 단독 저서 『공정 이후의 세계』가 출간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여성할당제, ‘이대남’ 논란 등 익숙한 사례를 통해 젊은 세대의 공정 요구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공정이 어떻게 능력주의와 만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누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지 치밀하게 분석한다. 공정 담론에 함축된 구조적 맥락과 사상적 배경은 물론 더 나아가 소모적인 공정 논란을 넘어서는 대안적 비전을 제시한다. 획일적인 공정 담론에 피로감을 느껴왔던 사람들, 그리고 혼란스러운 공정 개념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이들에게 『공정 이후의 세계』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젖힐 것이다.

저자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커뮤니케이션학과교수.한국에서학사와석사를마친후디지털기술을연구하다뒤늦게미국으로건너갔다.한국을떠난지오래되었으나2020년부터국내활동을재개하면서새로운형태의연대와헌신의방법론을모색하는중이다.공정과정의,불평등과차별을핵심주제로삼고있으며,누구도낙오되지않는세계를만들기위해글을쓰고집회에나간다.첫번째세부전공은조직커뮤니케이션으로조직구조와소통,권력격차,조직공정성,대안적조직운동,노동과번아웃등의문제를다룬다.두번째세부전공은건강커뮤니케이션으로건강불평등,건강의사회적요인,디지털헬스의접근성등을주로들여다보고있다.한국에서는세권의공저·공역서를출간했으며,『공정이후의세계』는첫단독저서다.

목차

프롤로그다른세계를그린다는것

1부|공정의해체와재구성

1장|“완벽하게공정한경쟁”을갈망하기까지,우리에게무슨일이있었을까
‘공정’이라는시대정신/불안정한사회,불안한청년/불안정성에대한개별주의적반격/각자도생과식민화된삶

2장|불공정한‘공정성담론’을해부하다
나도인국공정규직이될수있을까/로또취업방지법?/‘공정’이라는폐쇄담론/닫힌세계의해로움

3장|“능력주의는허구”라고말한다는것의의미
시험은누구에게나공정하잖아요/능력주의의승자라면인정합니다/마이클샌델을넘어서:구조적불평등의문제/지금우리에게필요한능력주의비판

4장|가진자들의사회:‘공정’에가려진차별과혐오
‘공정’의이름으로할당제를폐지하라/백래시와무지의결탁/능력과능력주의,차별의공모자/차별과혐오를넘어:인정의재분배

2부|다시쓰는정의론

5장|모두를위한돌봄:두려움없이연대하는나그리고우리
번아웃이라고느껴질때/돌봄의윤리와관계적존재론/급진적자기돌봄

6장|보편적정의:모두가온전히평등한세계
‘자유’라는이름의사기극:무한경쟁,제1라운드/비교와선별의위계:무한경쟁,제2라운드/무한경쟁의스펙트럼을넘어서:모두를위한정의

7장|정의로운조직:모두가인간답게일할수있는곳
갑질은왜이렇게흔할까/정의로운조직은가능하다/지속가능한일,조직,그리고삶

8장|변혁정의의비전:더나은세계는가능하다
영원히지연되는미래/시대와불화하는예시의정치/풀뿌리의힘:우리의미래는우리가만든다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공정’이라는시대정신
‘각자도생의반격’은옳은가?

현재한국사회에서반복적으로거론되고있는공정성모델은구조적,역사적불평등을무화하고,개인의노력과경쟁만으로모든것이해결될수있다고믿는원자화모델이다.모두가같은기준으로평가받아야하며,따라서내가부당하게손해보지않아야한다는(다시말해똑같이보상받거나똑같이당해야한다는)공정에대한요구는얼핏정당하고이론의여지가없어보인다.하지만이런식의‘공정’은사회전반에걸쳐적용되어야할보편적가치,또는사회정의를확보하기위한필수원리로서의공정과는거리가멀다.“공정하지않다”는외침은많은경우자신이느끼는부당함,억울함,박탈감등의감정을정당화하기위한수단으로사용될뿐이다.
저자는청년세대가공정한경쟁과능력주의신화에열광하는이유는사회경제적배경과무관하지않다고지적한다.각자도생의시대,불안정성에대한개별적반격의일환이라는것이다.하지만“완벽하게공정한경쟁”에대한맹신은도리어구조적이고체계적인차별과불평등을외면하고심화한다.책의1부에서는최근몇년동안한국사회의핵심가치로여겨진공정담론의거센파도가우리에게남긴것들을고찰한다.불안정성에대한개별적반격으로서의공정과담론적폐쇄의메커니즘,그리고능력주의신화가계급과정체성의복합적교차로인한차별을외면하게만든다는점을조목조목짚는다.이를관통하는키워드는타자와의공존가능성은전혀고려하지않은채각자도생의논리만을신봉하는개별주의적존재론이다.저자는기존의공정담론을검토하면서능력주의논쟁에강력한영향력을행사해온마이클샌델의입장에대해서도한계를지적한다.능력주의의한계를인정하면서도개인의겸허한자세와추첨제를대안으로제시하는샌델의주장은구조적문제를개인화한다는점에서단순히온건한것이아니라능력주의비판담론의보수화를가져온다는것이다.

공정을넘어서정의로
더나은세계는가능하다

‘공정’을낱낱이해체하고재구성하는1부에이어2부에서는공정을넘어서정의로,더나은세계로나아가는비전을선보인다.개별주의적존재론의한계를극복하기위해필요한가치로정의를제시한다.여기에서소개하는정의란순수이성의객관적판단과독립된개인의주체성을강조하는전통적철학사의정의론과는궤를달리한다.여기에서말하는정의는관계적존재론에기반한것으로,지속가능한미래를위해필요한대안적가치들과긴밀하게엮여있다.저자는보편적정의와돌봄이라는두기둥위에우리삶과가장밀접한조직공정성의원칙과일상에서의변혁정의운동사례를통해실천적지평을소개한다.공정하고도정의로운사회는개별화된이해관계에기반한정치가아닌관계성과공동체성의정치,일시적효능감의정치보다는우리삶속에서실천하는장기적전망의정치를통해달성될수있다는것이다.

공정그자체에는죄가없다.공평하고올바른사회를갈구하는열망또한잘못된것이아니다.하지만지금의공정담론은그저‘공정한가’‘공정하지않은가’를헛돌고있다.『공정이후의세계』는그쳇바퀴에브레이크를걸고,‘공정’을납작하게해석하여이용하기에혈안이된한국사회가놓치고있던정의의개념과논의를소개한다.『공정이후의세계』는우리의해묵은생각을뒤흔들고,허울뿐인공정의세계를넘어새로운세계로이끌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