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라는시대정신
‘각자도생의반격’은옳은가?
현재한국사회에서반복적으로거론되고있는공정성모델은구조적,역사적불평등을무화하고,개인의노력과경쟁만으로모든것이해결될수있다고믿는원자화모델이다.모두가같은기준으로평가받아야하며,따라서내가부당하게손해보지않아야한다는(다시말해똑같이보상받거나똑같이당해야한다는)공정에대한요구는얼핏정당하고이론의여지가없어보인다.하지만이런식의‘공정’은사회전반에걸쳐적용되어야할보편적가치,또는사회정의를확보하기위한필수원리로서의공정과는거리가멀다.“공정하지않다”는외침은많은경우자신이느끼는부당함,억울함,박탈감등의감정을정당화하기위한수단으로사용될뿐이다.
저자는청년세대가공정한경쟁과능력주의신화에열광하는이유는사회경제적배경과무관하지않다고지적한다.각자도생의시대,불안정성에대한개별적반격의일환이라는것이다.하지만“완벽하게공정한경쟁”에대한맹신은도리어구조적이고체계적인차별과불평등을외면하고심화한다.책의1부에서는최근몇년동안한국사회의핵심가치로여겨진공정담론의거센파도가우리에게남긴것들을고찰한다.불안정성에대한개별적반격으로서의공정과담론적폐쇄의메커니즘,그리고능력주의신화가계급과정체성의복합적교차로인한차별을외면하게만든다는점을조목조목짚는다.이를관통하는키워드는타자와의공존가능성은전혀고려하지않은채각자도생의논리만을신봉하는개별주의적존재론이다.저자는기존의공정담론을검토하면서능력주의논쟁에강력한영향력을행사해온마이클샌델의입장에대해서도한계를지적한다.능력주의의한계를인정하면서도개인의겸허한자세와추첨제를대안으로제시하는샌델의주장은구조적문제를개인화한다는점에서단순히온건한것이아니라능력주의비판담론의보수화를가져온다는것이다.
공정을넘어서정의로
더나은세계는가능하다
‘공정’을낱낱이해체하고재구성하는1부에이어2부에서는공정을넘어서정의로,더나은세계로나아가는비전을선보인다.개별주의적존재론의한계를극복하기위해필요한가치로정의를제시한다.여기에서소개하는정의란순수이성의객관적판단과독립된개인의주체성을강조하는전통적철학사의정의론과는궤를달리한다.여기에서말하는정의는관계적존재론에기반한것으로,지속가능한미래를위해필요한대안적가치들과긴밀하게엮여있다.저자는보편적정의와돌봄이라는두기둥위에우리삶과가장밀접한조직공정성의원칙과일상에서의변혁정의운동사례를통해실천적지평을소개한다.공정하고도정의로운사회는개별화된이해관계에기반한정치가아닌관계성과공동체성의정치,일시적효능감의정치보다는우리삶속에서실천하는장기적전망의정치를통해달성될수있다는것이다.
공정그자체에는죄가없다.공평하고올바른사회를갈구하는열망또한잘못된것이아니다.하지만지금의공정담론은그저‘공정한가’‘공정하지않은가’를헛돌고있다.『공정이후의세계』는그쳇바퀴에브레이크를걸고,‘공정’을납작하게해석하여이용하기에혈안이된한국사회가놓치고있던정의의개념과논의를소개한다.『공정이후의세계』는우리의해묵은생각을뒤흔들고,허울뿐인공정의세계를넘어새로운세계로이끌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