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시간 (여행자의 인문학 | 양장본 Hardcover)

타오르는 시간 (여행자의 인문학 | 양장본 Hardcover)

$30.00
Description
관광객은 언제 여행자가 되는가
타오르는 삶의 시간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
진정한 여행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종횡무진 인문학
관광화된 세계에서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구하는 김종엽의 저서 『타오르는 시간: 여행자의 인문학』이 출간되었다. 한국사회의 굵직한 사건마다 의미 있는 발언을 보태온 사회학자 김종엽이 새롭게 제시하는 주제는 길었던 코로나19 시국 이후 모두의 열망이 된 ‘관광/여행’이다. 제도와 규율에 익숙해져 고유한 자기 경험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일상은 ‘관광’만을 반복 체험할 뿐 진정한 ‘여행’에 이르지 못하는 관광객의 경험과 유사하다. 비행기로 어디든 오갈 수 있는 지구는 이제 인류에게 그리 넓은 장소가 아니며, 잘 짜인 여행 계획표를 소지한 우리는 목적지에서 무엇을 만날지 뻔히 알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관광화된 세계에서 자유로운 여행자라는 자의식은 허위의식으로 전락하기 쉽다고 경고하며 어떻게 관광(일상)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삶)이 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이 책의 목표는 관광/여행의 문화적 이분법을 넘어 관광이라는 일상화된 형식에서 여행의 의미를 구제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학과 철학, 모빌리티의 발전사 등 다방면의 인문학적 지식을 교배하며 우리의 떠남과 이동, 머무름에 대한 총체적이고 현란한 사유를 펼친다. 여행을 갈구하는 첫 순간부터 목적지를 정하고,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숙소에 이르는 순간까지, 이 책은 여행의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미분해 새로운 의미를 적층해놓았다. 저자가 짜놓은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향하는 여행기’라는 서사적 맥락 속에서 여행과 얽힌 인문학적 사유의 편린들이 눈부시게 빛난다. 저자 김종엽이 앞으로 집필하게 될 스페인-모로코 여행기를 위한 예비적 작업이기도 한 이 책은 이미 체험한 여행, 앞으로 떠날 여행의 의미뿐만 아니라 무색·무미·무취한 일상의 내적 의미를 극대화하는 ‘타오르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김종엽

한신대에서학생들에게사회학을가르친다.『창작과비평』을편집하는일에도참여한다.『연대와열광』외몇권의책을썼고『사회적행위를설명하기』를비롯해몇몇책을옮겼다.『한국현대생활문화사:1990년대』외에몇몇책을엮었으며『입시는우리를어떻게바꾸어놓았는가』를아내와함께썼다.

목차

머리말/서론을대신하여

1.관광객,‘휴일의군주’:‘여행’그리고‘관광’이라는말에대하여
2.여기가아니라면:권태에대하여
3.‘그곳’을향하여:장소의의미론
4.결국은걸어서간다:걷기의인문학

5.탑승하러가는길:수정궁의후예,공항
6.이륙하다:비행기,콘도르와앨버트로스사이에서
7.잠을청하다:집,호텔그리고에어비앤비

출판사 서평

시간엄수를예찬하는사회,
우리의경험은빈곤해진다

“10분내배터리완충”“3분대기”“5분후출발”현대인들은‘짧은시간’에관심이많다.시간에따라자신의행위를조정하고규율하고배치한다.이러한시간경험이‘나’의주관적시간과충돌할때인간은분열하고세상에권태를느낀다.철학자나사회학자들은이런현상을민감하게포착했다.하이데거의‘권태’분석이무의미한기다림처럼주체의흥미를유발할자극이적은상태에집중했다면,짐멜이나벤야민은대도시가유발하는엄청난자극의반작용으로서권태를말한다.저자는이들이주목한권태의결과가우리사회에어떤후유증을유발하고있는지검토한다.단적인예가대중의스마트폰사용양태다.붐비는전철안의사람들은더디게흘러가는시간을좀더빠르게흘려보내기위해스마트폰을본다.또는전철안의온갖소음처럼과도하지만쓸모없는자극에서벗어나기위해노이즈캔슬링이어폰의음량을높인다.이처럼사람들은‘공허하고어딘가에붙잡혀있는듯한’시간에서벗어나기위해스마트폰사용에몰입하지만,저자는사실그과정이불완전하고불안정하다고말한다.외부자극을막기위해스스로에게가하는더큰자극의연속은사실상벤야민의표현처럼‘경험의빈곤화’에기여할뿐이라는진단인데(2장),이는현대인의삶전반에적용되는진단이기도하다.


공항,비행기,숙소…
모든장소에서풍부한의미를구하는인간,‘여행자’

이책은‘경험의빈곤화’에급제동을거는행위이자권태로운일상을불사르는‘타오르는시간’으로서‘여행’의가능성에주목한다.저자는삶의시간을중단하고‘그곳’을향해떠나는관광객/여행자의정체성을고찰한다(1장).관광과여행을뜻하는『주역』의괘를기호학적으로분석하며관광객의‘봄(觀)’이란무엇이고어떻게,어떤대상을보아야할지제안한다.현대사회의관광객/여행자는전통사회의떠돌이가아니라휴일이면큰돈을쓰는자본주의체제의행위자다.그힘이어찌나강한지관광객이방문하는나라의사람들은그로인해바뀐다.그나라상인들이우리말을하고,지방자치단체가관광객을위한별도의사업을실행하듯이말이다.이는역설적으로관광객스스로제대로보려고하지않으면그나라에서보여주고싶어하는것들만수동적으로보게됨을의미하기도한다.따라서저자는관광대상을스스로보고,그보았음의의미를적극적으로성찰할때여행자가비로소자신의삶에서주권적능력을되찾을수있다고말한다.저자는이런논의를예증하기위해문화학,미술,철학등분과학문의경계를가로지르며관광/여행의동기(2장과3장)와여행의장소들,그리고그것의사회문화적조건과근대적모빌리티상황(5장의공항,6장의비행기,7장의숙소)에대해폭넓게사유한다.


진정한경험을향해열려있는
‘타오르는시간’을누리는법을안내한다
여행을떠나본사람이라면누구나자신이도착한곳에먼저와있거나곧바로뒤쫓아오는다른관광객의존재를불편하게느낀적이있을것이다.일부러단체관광을피하고,명소를배경으로사진찍는것을꺼려본경험도있을것이다.모두가관광객이아닌자유로운여행자가되기를꿈꾸기때문일텐데,이러한열망에적극적으로응답한책은드물었다.잠시머무는경유지,즉‘비장소’에불과한공항과‘운송수단’인비행기,그리고이방인으로서의환대를경험하는에어비앤비같은곳에서여행의의미를찾는이책의방법론이낯설게느껴진다면아마도그런이유때문일것이다.
하지만이책은분명한계보속에놓여있다.여행이무엇인지사유했지만결국은삶을사유한이야기들말이다.셰에라자드의이야기처럼꼬리에꼬리를물고이어지는생각들은,서론격의글‘뱃사공신드바드와짐꾼신드바드’에서주요하게인용하고있는여행에대한여행기「신드바드의모험」을계승한다.또한여행을통해삶의변화를제시한다는점에서여행경험을자신만의관점에서조직하고배치한연암박지원의고전「열하일기」와도한줄에서있다.
『타오르는시간』이이렇게나풍부한연상을일으키는까닭은,진정한여행의방법을말한다는것이결국사물과장소와의내밀한관계를회복하는방법을제안하는일과다름없기때문이다.전염병의마수가할퀴고간폐허에서삶의회복을바라는이들에게『타오르는시간』은여행의설렘과‘타오르는시간’의열망을동시에불어넣을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