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16.49
저자

김성경

영국에섹스대학교에서사회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성공회대학교,싱가포르국립대학교를거쳐현재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교수로재직중이다.북한사회/문화,이주,여성,청년,영화등을주요연구주제로삼고있으며,최근에는분단의문제를마음이라는키워드로분석하는것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공저로『분단너머마음만들기』『새로운북한이야기』『분단된마음의지도』『탈북의경험과영화표상』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북조선의살아남은여자들
1장길건실-길확실
2장만자,혜원
3장수련

2부경계에서만난여자들
4장연길
5장어머니라는이름의안팎
6장조선적자이니찌와재일탈북여성

3부분단,북조선여자들,그리고나
7장숨겨진분단
8장경계인,연구자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북조선의살아남은여자들
인민의전형으로부터실제의삶을복원하다

1부에서저자는북조선매체에서‘선전’을목적으로소개한북조선여성들의삶을재구성한다.저자는북조선체제가구현하고자하는‘인민의전형’인이들이여느북조선여성과같은삶을살아갔다면겪게되었을경험과감정을인터뷰데이터에기초하되작가적상상력을덧붙여서사화한다.
1장‘길건실-길확실’에서는천리마시대(1956~1972)를대표하는노동영웅인길확실의수기『천리마작업반장의수기』에나온인물과내용을여성주의적독해를통해재해석한다.길확실은김일성시대부터김정은시대까지미디어와문학예술을통해지속적으로활용되는‘대중영웅’이다.북조선선전물에서는그녀가작업반장으로서갖춘의식과행위에초점을맞추지만,저자는전후시기에갑작스레노동자로내몰린젊은북조선여성이경험하는내적갈등에주목한다.2장‘만자,혜원’에서는옷과가방을만드는부업을하다고난의행군시기를맞아난관에부딪힌엄마만자를도와의복공장을세워시장에뛰어든혜원이화폐개혁으로재산의대부분을잃고탈북하는과정이펼쳐진다.시장화와함께등장한여성의주체화과정,그럼에도유지되는가부장제의억압이복합적으로재현된다.3장‘수련’은김정일국방위원장이극찬했다고알려져있는영화「한녀학생의일기」에등장하는주인공의모습과서사를재구성한것이다.평범한과학자가정의이야기를통해인민들의행복과청년세대의이상등을다룬명작으로평가받은이영화에서딸수련이결국과학자아버지의뜻을이어가는것과달리,이책에서재구성한수련은아버지와갈등끝에해외파견노동자로일하면서경제적안정과일상의자유로움을만끽하며지낸다.
『살아남은여자들은세계를만든다』에서그리는북조선여성들의모습은우리가손쉽게떠올리는북조선여성들의이미지나서사와는사뭇다르며,북한에서선전하고자했던영웅적삶과도거리가있다.저자는소설,영화,다큐멘터리등기존의매체를활용하면서도텍스트와비평적거리를둔채그속에암호화되어있는실제의삶들을충실하게복원해냈다.

경계에서만난여자들
국경을넘나들며재탄생하는다면적주체

2부에서저자는북한학을연구하면서접한조?중접경지역의북조선여성과조선족그리고일본에서만난자이니찌(在日)와탈북여성을소개하고,그들과의만남을통해경험한저자의감정적변화를산문,기행문등의형식을활용하여전달한다.남북이공유하고있는가부장적체제에서‘어머니’역할에골몰하는이들이있는한편,어떤이들은좀더자유롭고독립된주체성을체현하기도한다.수많은얼굴로존재하는그들에게다가가는것은남한사회와사람들의정체성에깊게내재해있는분단을반추할기회이기도하다.
4장‘연길’은저자가연길에서만난조선족에관한이야기다.연길출신의사업가인박사장과그의부인인혜자아주머니,조선족대학원생영철,40대중반의조선족여성은정등의에피소드를통해연변지역이지닌접경으로서의역동성과조선족이라는커뮤니티가봉착한위기의상황,자신의곁을조용히내주는이웃들의면면을복합적이고도긴장감넘치게그려낸다.
5장‘어머니라는이름의안팎’에는저자가조?중접경지역에서만난북조선여성들이등장한다.조선로동당원이라는자부심으로북조선여성들의일자리와쉼터를알선해주던순영할머니,한족사업가의식당을관리하는매니저역할을하는옥경,조선족노인을하루종일돌보며함께생활하다보니자연스레사실혼관계를맺고있는정희할머니등이그들로,이들대부분은‘어머니’이다.이들은아이들을제대로먹이고입히기위해서중국으로의이주를감행했지만,‘어머니노릇’이라는것은끝이없는지라아이들이성인이되고난이후에도북조선여성들의어깨를짓누르고있다.
6장‘조선적자이니찌와재일탈북여성’에서는2017년겨울오오사까의어느선술집에서만난인연을통해조선적자이니찌커뮤니티란정치적집단이나국적으로작동하기보다는일상을공유하는공동체의성격을띠고있다는것을보여준다.아울러남한의고모를찾는재일탈북여성과의만남을회상하면서세대를넘어선이주와이산의경험을조명한다.

분단,북조선여자들,그리고‘나’
가장낮은곳의여성들이보여주는전복성과해방성

마지막3부에서저자는자아문화기술지의형식을빌려사회학과북한학사이에존재하는연구자‘나’를성찰적으로분석하면서북조선여성의삶에매료된이유를추적한다.또한그들과의만남을통해비로소연구자로서사회학적질문을던질수있게된과정을반추한다.이를통해저자는자신의연구가스스로의위치성과서사를재구축하는과정이기도했음을고백한다.
7장‘숨겨진분단’은저자가결혼한지10년이되어서야시어머니의과거를알게된데대한먹먹함에서출발한다.전쟁에서서로에게총부리를겨눴던경험,눈앞에서친구와친지가목숨을잃는모습을지켜본경험,가족이이념에따라뿔뿔이흩어진경험을잊기란쉬운일이아닐터이므로,몸에새겨진감각이시간의풍파를겪어완고해진것을노년층의고집으로단순히매도할수없다는것을깨닫는과정이뭉클하게펼쳐진다.무엇보다그들이경험한역사는현재를규정짓고미래로전수될것이기에우리가조금이라도더다가가이해하는것이필요함을강조하고있다.
8장‘경계인,연구자’에서는저자의연구자로서의삶을위치성의맥락에서되돌아본다.대학을졸업하자마자유학을떠난저자에게영국에서의삶은지독한열등감과불안감에괴로워한시간이었다.젠더적이며식민주의적인위치로인한권력의작동을절감한저자는한반도라는맥락에서발생하는다양한사회현상을탈식민주의와젠더라는키워드로읽어내는것으로연구방향을맞춰가기시작했다.식민과분단구조에서가장힘겨운삶을살고있을거라생각했던북조선여성,조선족여성들이보여준행위주체성은저자에게전복과해방의실마리를안겨주었다.중심만을지향하며살아왔다고고백하는저자가가장낮은서열에서자매애와가족애를실천하는여성들을통해자신의변화를실감하는장면은먹먹한울림을준다.김성경은이러한진솔한고백을통해‘타자와의만남’이가져다준놀라운경험의장으로독자들을초대한다.국경이나체제경쟁과같은견고한틀을소위가장약하다는여성,그것도자본주의적기준에서는가장가난한북조선여성들이넘나들고있다는사실이무엇을시사하는지되짚어봐야한다는저자의질문을우리사회가함께숙고해봐야할것이다.

추천사

최신국제정치학은개인적인것은국제적인것이고,국제라는상상의공동체는일상에있다고주장한다.그런점에서이책은북한연구의절경이자가장적절한입문서이다.지역학,증언사,문화연구,탈식민의사유가교직(交織)된질적연구의모델이다.
‘너(북한)’는근대에익숙하지않은용어이다.그러나‘너’가없다면우리는‘자신’을잃어버리게된다.이책은가부장제의억압과체제경쟁의최전선에서살아남은북한여성의서사를통해남한사회의본질을캐묻는다.이상한재난국가에살고있는우리모두가꼭읽어야할필독서이다.정희진(국방부양성평등위위원,이화여대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