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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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의 공감은 훼손되었다”
암스테르담 젊은작가상, 한국장애인인권상 수상 작가
이길보라가 그리는 공감과 연대
당신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입니까? 대부분의 사람이 이에 그렇다고 답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공감으로 충분할까? 더 나아가 공감이란 가능한가? 고통에 공감한다는 수사의 뒷면에는 고통은 불행한 일이며, 그 불행을 나눔으로써 타인의 고통이 경감되기 바라는 선량한 소망이 담겨 있다. 그러나 고통을 불행으로만 받아들이는 시각에서는 고통에 대한 공감은 동정이나 시혜의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암스테르담 젊은작가상, 한국장애인인권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젊은 작가 이길보라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 아래에서 자라며 고통이 부정적인 의미만을 품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신작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에서 그는 상실과 결여가 삶을 다른 방식으로 긍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논픽션 작품들을 소개하며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접근할지 탐구한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삶을 단편화하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의 세계를 확장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이 훼손된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느낄 때 당신은 가장 무지한 상태일 수 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 「기억의 전쟁」 등 뛰어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영화감독이자 작가 이길보라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 즉 농인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아이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고요의 세계에서 자랐다. 사람들은 “부모님이 장애가 있어 어떡하냐”며 공감의 외피를 한 손쉬운 연민을 던졌고, 저자는 종종 당황했다. 물론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갈 때 수용과 포용보다는 차별과 거절을 더 자주 경험한다. 그러나 어려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모두의 인생이 그렇듯 화가 나고 속상할 때도 있고 기쁘고 가슴 벅찬 날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은 경험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유독 슬픈 이야기를 할 때 공감한다며 눈물을 흘리거나 연민의 혀를 찬다. 그 순간 삶은 대상화된다. 자기 삶의 서사를 구축하는 주체성은 위협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가 ‘불쌍한 사람’이 아님을 알려준 것은 텔레비전과 책에서 접한 논픽션 작품들이었다. 반지하방에서 호떡 장사를 나간 부모를 기다리며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저자에게 좋은 작품들은 창문과도 같았다. 자신과 유사하게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다름과 상실, 고통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고통을 납작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저자는 그 보답으로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고, 자신의 작품들도 누군가의 세계를 확장하는 도구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의 세계를 넓혀준 작품들을 소개하며, 고통에 공감한다는 단순하고 납작한 착각을 넘어설 때 비로소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이길보라

글을쓰고영화를찍는사람.농인부모이상국과길경희사이에서태어나고요의세계와소리의세계를오가며자랐다.그로부터다름과상실,고통이부정적인의미로만쓰이지않는다는것을배웠고,글을쓰고영화를만들며서로다른세계들을연결하면서살고있다.고등학교1학년재학중아시아8개국으로배낭여행을떠났고,여행에서돌아온후학교로돌아가지않고학교밖공동체에서글쓰기,여행,영상제작...

목차

프롤로그단순하고납작한착각을넘어설때

1부나를만든세계
장애의역사가곧나의역사다
견고하고완전한때로는불완전한
어떤몸을중심으로세계를설계할것인가
에이블리즘에반하여
디아스포라로서의코다
미등록이주아동과코다
아프면서도건강하다
잘듣고말하고보기
다시태어나도나의자녀로태어나줘
지도를제시하는언어
시점과당사자성의힘

2부나와우리가만드는세계
이야기가세상과만나는곳
역사가된가족사진
기쁘게저항하는기술
가족이라는실험
영케어러와코다
세상을바꾸는여성들
왜세상은미래세대가구해야하죠?
가장사적이고가장정치적인
바깥에서비로소보이는것들
내이야기는사소하지않습니다

부록이책에서다루는작품들의목록

출판사 서평

타인의고통에공감한다고느낄때
당신은가장무지한상태일수있다

「반짝이는박수소리」「기억의전쟁」등뛰어난다큐멘터리영화를만든영화감독이자작가이길보라는코다(CODA,ChildrenofDeafAdults),즉농인부모에게서태어난청인아이로어린시절의대부분을고요의세계에서자랐다.사람들은“부모님이장애가있어어떡하냐”며공감의외피를한손쉬운연민을던졌고,저자는종종당황했다.물론비장애인중심사회에서장애인의가족으로살아갈때수용과포용보다는차별과거절을더자주경험한다.그러나어려운일만있는건아니다.모두의인생이그렇듯화가나고속상할때도있고기쁘고가슴벅찬날도있다.하지만사람들은좋은경험에는귀를기울이지않고,유독슬픈이야기를할때공감한다며눈물을흘리거나연민의혀를찬다.그순간삶은대상화된다.자기삶의서사를구축하는주체성은위협받는다.
그럴때마다그가‘불쌍한사람’이아님을알려준것은텔레비전과책에서접한논픽션작품들이었다.반지하방에서호떡장사를나간부모를기다리며오랜시간을보내야했던저자에게좋은작품들은창문과도같았다.자신과유사하게‘다르게’사는사람들의삶을간접적으로경험하며다름과상실,고통이부정적인의미로만쓰이지않는다는걸배웠다.고통을납작하게바라보기보다는있는그대로받아들이고그것이가져다주는가치를이해할수있게해줬다.저자는그보답으로글을쓰고영화를만드는사람이되었고,자신의작품들도누군가의세계를확장하는도구가되기를소망한다.이책에서저자는그의세계를넓혀준작품들을소개하며,고통에공감한다는단순하고납작한착각을넘어설때비로소더넓고깊은세계를만날수있다고말한다.

당신의시야를확장하는
논픽션의세계

1부‘나를만든세계’에서는장애의의미를다시사유하게하는작품들을소개한다.‘불구’(crip)라는혐오의언어를전유하여자긍심의말로바꿔낸장애운동가들을소개하는다큐멘터리영화「크립캠프:장애는없다」,농인의천국이라불리는갤로댓대학을중심으로수어가공용어인세상을그리는「데프U」,도시인구의25명중1명이농인인마서스비니어드섬에관한책『마서즈비니어드섬사람들은수화로말한다』등의작품들은상실이나결여가손상이아니라그저또하나의다름임을보여준다.그외에도저자가소개하는다양한비정형의이야기들은‘정상’이라불리는세계의축을흔들고,빈틈을환기하고,우리가굳게믿고있는일상의기준들을다시생각하게한다.
2부‘나와우리가만드는세계’에서는1부에서확장된시야로다가올미래를그리는작품들을소개한다.글을쓰고영화를만드는사람인저자가동료를만들어가는과정(『활활발발』),개인의역사를사회적맥락과맞닿게하는방법(『보통이아닌날들』),페미니스트로서저항하는삶의기술(『페미니스트라이프스타일』),결혼제도를실험하는가족만들기(「박강아름결혼하다」)등저자가실천해온삶의궤적은물론,감독으로서사적다큐멘터리영화를만들때의고민등창작에대한생각도나눈다.
양극단으로나뉜한국사회에서공감과연대는반드시필요하지만섣불리닿을수없는것이기도하다.손쉽게공감한다는말을던지기전에다른사람들의입장에서그들의삶을이해함으로써내가보는것만이전부가아니라는것을끊임없이상기해야한다.『고통에공감한다는착각』이소개하는세계들을함께탐험하다보면타인의경험에어떻게연결될것인지,우리는서로어떻게연대할수있을지실마리를잡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