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시민 불복종

장애시민 불복종

$18.00
저자

변재원

지체장애인,인권활동가,소수자정책연구자.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예술경영을,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에서행정학을공부했다.어학점수,인턴,취업준비에매진하며대한민국의평범한청년으로살아왔으나학위논문을쓰다가운명처럼장애운동을만나버렸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정책국장을맡아처음에는얼떨떨했지만거침없고멋진동료들을많이만나연대와투쟁의가치를알게되었다.민주화운동세대활동가들속에서M...

목차

프롤로그

1부탐색의순간
-데모는왜하는가1
삶과죽음의경계선
쿠오바디스도미네
코호트격리
도망칠권리

2부직면의순간
-데모는왜하는가2
허니문기간
표준이아닌말들
아버님전상서
투쟁입니다,투쟁
수감의이유

3부이해의순간
-데모는왜하는가3
돈이없어못고쳐준다고
직접물어보시겠어요
우리오래함께합시다
두렵지않으세요

4부연결의순간
-데모는왜하는가4
어떻게질것인가
예술과활동은닮았다
평가의언어비난의언어
고맙습니다.미안했습니다.

에필로그:시끌벅적한모든시간이평화의순간이었다

출판사 서평

우리만조용히있으면모두가평화롭다니,
그게민주주의사회에서할소리인가요?

사람을좋아하는ENFP이자합리적인행정학연구자인변재원은대체어쩌다가‘시민불복종’을택해‘데모꾼’이되었을까?그는기억도나지않는어린시절의료사고로척수공동증이라는희귀병을얻은후천적장애인이다.남들처럼살기를바랐을뿐인데이사회에서는지체장애인에게무엇하나쉬운것이없었다.사회의불합리함을평생느꼈지만‘레드콤플렉스’가있는집안배경과인정받고자하는성격이반항을가로막았다.차별의경험은체념하고포기해야만평화롭다고말하는것같았다.그렇게성인이된이후에도저자는사회구조보다는개인에책임을돌리려고하는편이었다.노력으로장애를극복하려는‘모범적인’장애인으로살려고했다.
그러나세상은그의노력을곧이곧대로받아주지않았다.열악한접근성때문에학교를자퇴해야했고,고작비행기를타려고해도손해배상서약서를쓰도록강요받았으며,취업과아르바이트도어려워천원짜리학생식당밥도먹기어려운빈곤을겪었다.어느순간변재원은묻기시작했다.내가조용히있으면모두가평화롭겠지만,내가시민의정당한권리를포기하고체념하는것이나에게도평화일까?그는오랜고민과투쟁을거친후이제자신있게결론지을수있게되었다.평화는결과가아니라과정에있으며,당당하게권리를주장하며“시끌벅적했던모든시간이야말로진짜평화의순간”(307면)이었다고.

성공하고싶었던서울대생을길바닥으로이끈깨달음
문제는뒤틀린몸이아니라뒤틀린사회다!

장애인들의지하철탑승투쟁이이해되지않는이들,‘투쟁’은낯설고두려운것이라고만여기는이들,시위는‘노조’‘빨갱이’‘사이비’나하는것이라고여기는이들,불복종이불편한이사회의‘모범시민’들에게변재원은고백한다.자신도그랬다고.강남역어학원새벽반에다니며열심히영어공부를하고,취업준비에마음졸이며인턴십을해내던시절그의모습은여느평범한MZ세대청년의모습과다르지않았다.오히려한국예술종합학교,서울대학교,구글코리아를거친그의이력은그야말로남들의부러움을살만큼모범적이다.
나름대로번듯한일직선이었던그의삶에균열이간것은석사학위를받기위해‘못된장애인’의대표격인박경석전장연대표를인터뷰하면서부터다.“쿠오바디스도미네?”(QuoVadisDomine?주여,어디로가시나이까?)라는박경석의짧고굵은물음에머리를치는충격을느낀저자는비정상성으로부터도망치길멈춰보기로,자신의몸이아니라세상을바꿔보기로결심했다.목표는단순하고거창했다.장애인도존엄과평등을보장받는사회를만드는것.전장연정책국장자리를덜컥맡은그때부터변재원의인생장르는‘휴먼다큐’에서‘9시뉴스’로바뀌었다.그는이제장애를극복하고고층유리빌딩으로출근하는‘착한엘리트장애인‘이아니라길바닥농성장에서시민들을성가시게하는’못된장애인‘이되었다.

장애인들이짜증나고이해가안되시죠?
압니다,저도그랬습니다.

장애운동에입문한‘초보’활동가변재원은낯선현장에적응하며‘탐색-직면-이해-연결’의과정을거친다.비장애중심주의에균열을내는활동에는많은난관이있을뿐아니라,불법과합법의경계를넘나들며살아야한다는잠재적위험까지있었다.한강대교를기어서횡단하고,서초동가파른언덕길을휠체어를굴려기어코올라가고,뜨거운버스엔진밑에들어가눕는활동가들의거침없는활동에저자도처음에는크게놀랐다.그러나‘투쟁’의이유를알자그들의진면모가보였다.장애운동활동가들은자신은다니지도못했던학교에더많은장애인이다닐수있도록,희귀병에걸린친구가하루라도더살수있도록,전염병이퍼진병동에갇혀아무도모르게죽어나가는장애인들이없도록하기위해서인생을건사람들이었다.그들을보며변재원은시민의권리,국가의역할등행정학교과서에서나나오던용어들이현실세계에서어떤의미를갖는지를깨우쳤다.덕분에“장애인들이왜법을어깁니까?”라는라디오진행자의질문에당당하고겸손하게답할수있었다.“존재하지않는제도를만들기위해서는현행하는법제도의한계를넘어서야”(226면)한다고.시민불복종의형태를한장애운동으로불편을겪은시민들이함께인내하고목소리를내준덕에엘리베이터가설치되고,저상버스가도입되고,한국사회가바뀌어가고있으니,시민들께감사하다고.

“어떻게싸우고,어떻게질것인가?”
이번에는지더라도투쟁은계속되어야한다는믿음

변재원은자신의두려운마음과부족함을고백할때놀랍도록솔직하다.또그는자신의심경을변화시킨것들을기록하는일에집요하다.동료의말한마디에깊이감동하고타인의고통에함께눈물을흘린다.그가내뿜는서투르고도뜨거운열정은사람들을잡아끄는힘이있다.이책의추천사를쓴김승섭,홍은전,김원영은입을모아말한다.변재원이써내려간500일간의전장연활동기는치열하고,평화롭고,솔직하다고.
변재원의활동장면곳곳에는그를이끌어준동료들의말이새겨져있다.장애인에게계단은마치“삶과죽음의경계선”(27면)과같다는깨달음을준박경석,“투쟁없는삶으로돌아가지않겠다”(143면)라고외치는강인함을보여준이형숙,“아버지가돈이없어못고쳐준다고”(172면)했던사연을전하며아픈몸과마음을솔직히드러내는용기를전해준노금호등.변재원의전장연활동은패배투성이었고때로는‘내세대에는도저히끝나지않겠다’는절망감을주기도했지만,이런동료들덕분에굴하지않고나아갈수있었다.그래서변재원은장애인인권을위한투쟁이이사회의벽앞에질수밖에없는싸움이라고할지라도그다음을기약하며,“어떻게질것인지”(256면)를고민하는활동가로성장했다.이처럼변재원이경험한‘못된장애인’들의운동판은예상외로누구보다멋지고단단한사람들이모여있는곳이었다.변재원과동료들이온몸으로실천해온연대의가치는침묵을강요하는사회,추모가일상이된한국사회에서우리모두에게큰울림을준다.

추천사

『장애시민불복종』은변재원이전장연정책국장으로일했던500여일의기록이다.도저한상처와그보다더깊은사랑을배우며,그는새로운세상을만난다.그곳에서평화는차별에저항하던순간이고투쟁은누군가를살리는일이었다.변재원은이낯설고깊고뜨거운세계에몸을담그는내내,극복과성공을목표로‘무균실’에서살아가던자신을집요하게되짚는다.정직하고치열하다.김승섭(서울대보건대학원교수)

장애운동을처음만났을때의충격은20년이지난지금도생생하지만,엄청나게소란스럽고평화로운그세계를말로표현하는일은아득하게어렵다.그어려운걸변재원은해냈다.그는현장의흔한관용구와몸짓에서도차별받은자들의유구한역사와저항하는자들의빛나는자긍심을읽어낸다.활동가의눈으로자신의무지와두려움을솔직하게드러내며이오래된‘데모’의세계를낯설고새롭게쓰는그는성실한문화인류학자같기도하고탁월한통역사같기도하다.전장연이이렇게사랑스러운조직이었던가.홍은전(작가,장애운동활동가)

내가아는저자는화려한‘개인기’로차별경험을공론화하고마침내맞서이겨내는청년이었다.그가장애운동에참여하며낮은패배를감내할때,나는머지않아책한권이탄생하리라고직감했다.우리시대장애운동을이끄는사람들은누구보다급진적이고초점이분명한존재들이라,눈앞에펼쳐진경험과의미를타인에게그대로전달하는‘개인기’를품은저자가글을쓰지않을도리는없기때문이다.결국나온책은내예상과달랐다.이책은장애운동을이끌어가는존재들에대한탁월한묘사가아닌,어느새그와같은존재가되어서‘함께싸우는’사람변재원에대한기록이다.김원영(작가,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