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여성열전, 해동염사 : 우리 역사 속 이름난 여성들을 만나다

한국고전여성열전, 해동염사 : 우리 역사 속 이름난 여성들을 만나다

$23.00
Description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이름난 여성들의 흔적이
매몰되고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붓을 들다!”

나라를 다스린 여왕부터 주인의 원수를 갚은 충직한 충비까지
재주와 지혜, 공덕과 업적으로 능히 남성들을 압도했던 여성들 이야기
이 책은 일제강점기 문화운동가이자 언론인 청오(靑吾) 차상찬(車相瓚, 1887~1946)이 쓴 『해동염사(海東艶史)』를 현대인이 읽기 쉽게 풀어 옮긴 것이다. ‘해동(海東)’은 예전에 우리나라를 이르던 말이며 ‘염사(艶史)’는 여성의 역사를 뜻한다. 즉, 말 그대로 우리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열전 형식으로 엮은 책으로, 남다른 재능과 지혜, 의지로 이름났던 여성 인물들을 한데 모았다. 지금과는 매우 달랐던 시대 상황 속에서 전통적 가치를 잘 구현한 여성은 물론,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포부와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었다. 이를 통해 여성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나아가 새로운 기대치와 요구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를 충실히 담아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당대 사람들의 교류와 생활상 등 예전 사회의 갖가지 모습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이처럼 역사와 문학 방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녔으나 지금껏 구해 읽기 어려웠던 차상찬의 저작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저자

차상찬

저자:차상찬

청오(靑吾)차상찬(車相瓚,1887~1946)은일제강점기의언론인이자문필가로문화운동의선구자였으며지면으로민중을계몽하고애국심을고취한인물이다.우리나라최초의월간종합지인『개벽(開闢)』을창간하였고,그밖에『별건곤(別乾坤)』,『신여성』,『어린이』,『농민』등여러잡지의발행을주도하며주간또는기자로활약하였다.활발한집필활동을벌여『조선사천년비사(朝鮮四千年秘史)』,『조선백화집(朝鮮百話集)』,『한국야담사화전집(韓國野談史話全集)』등많은저술을남겼다.2010년‘제45회잡지의날’을맞아은관문화훈장이추서되었다.



역자:조지형

전남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교수.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한국고전번역원,국사편찬위원회등에서한문고전및고문서등을공부하였으며,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국어교사를지망하는학생들과사제동행하며한국고전문학분야교육및연구에매진하고있다.



역자:박가희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국어교사.전남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김수영시의현대성연구」로석사학위를받았다.현재박사과정에재학중이며문학교육에관심을두고공부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해동염사』서문

제1편-후비,여왕,공주,궁인
01.해모수와유화(柳花)의기이한인연
02.주몽왕과예씨(禮氏)
03.신라시조박혁거세의왕비알영(閼英)
04.신라문명왕후(文明王后)김문희(金文姬)
05.화희(禾姬)와치희(雉姬)
06.고구려장발미인관나(貫那)
07.고국천왕의왕후우씨(于氏)
08.고구려궁중최고미인,산상왕의경희소후(慶姬小后)
09.가락국수로왕의아내허황옥(許黃玉)
10.서해용녀,고려원창왕후(元昌王后)
11.고려태조첫째부인신혜왕후(神惠王后)유씨(柳氏)
12.고려태조둘째부인장화왕후(莊和王后)오씨(吳氏)
13.사도세자의부인혜경궁홍씨(惠慶宮洪氏)
14.평원공주(平原公主)와바보온달
15.선화공주(善花公主)
16.선덕여왕(善德女王)
17.진덕여왕(眞德女王)
18.원나라세조의후비궁인이씨(宮人李氏)
19.명나라영락제의총희권귀비(權貴妃)
20.안평대군이키운열명의궁중여인
21.숙종대왕과장희빈(張禧嬪)

제2편-이름난부인들과첩
01.신숙주의부인윤씨(尹氏)
02.허종·허침형제의누이백세부인(百歲夫人)
03.이율곡의어머니신사임당(申師任堂)
04.허난설헌(許蘭雪軒)
05.소설헌(小雪軒)허씨(許氏)
06.양사언의모친
07.서약봉의어머니,눈먼과부이씨(李氏)
08.유충홍의부인허씨(許氏)
09.이정귀의부인권씨(權氏)
10.반정의여걸,이귀의딸이예순(李禮順)
11.규중의참모,이후재의부인조씨(趙氏)
12.이기축의부인정씨(鄭氏)
13.고려윤관의애첩,여진의곰미인
14.양사기의첩
15.송상현의애첩한금섬(韓金蟾)
16.조원의첩,시인이옥봉(李玉峰)
17.서기보의첩박죽서(朴竹西)
18.김덕희의첩금원(錦園)
19.김이양(金履陽)의첩김운초(金雲楚)
20.김성달의첩이씨(李氏)

제3편-열녀,정부,효녀
01.고조선백수광부(白首狂夫)의아내
02.제후(際厚)와백운(白雲)
03.가실(嘉實)과설씨(薛氏)
04.신라미인도화랑(桃花娘)과비형
05.도미의아내
06.지리산녀(智異山女)
07.<봉황가(鳳皇歌)>를지은안귀손의부인최씨(崔氏)
08.강남덕의어머니
09.천고의열녀윤아랑(尹阿娘)
10.신광철의아내심씨(沈氏)
11.여장부의복수,파랑새와개성송씨(宋氏)
12.유문정공집안의충비(忠婢)
13.호랑이를때려죽인통천의최씨(崔氏)
14.맹인의딸,효녀지은(知恩)

제4편-투기한여성,못생긴여성
01.애마를베어죽인최목사부인
02.여승이되려했던김효성의부인
03.평양까지쫓아간조태억의부인심씨(沈氏)
04.병사김석진의딸창암(蒼巖)
05.임란의병장김면의부인
06.평양의못생긴기녀와박엽

제5편-이름난기녀
01.연자루와명기호호(好好)
02.배극렴과국기설매(雪梅)
03.강릉기녀홍장(紅粧)과관찰사박신
04.영흥명기소춘풍(笑春風)
05.장성명기노화(蘆花)와노어사
06.개성명기황진이(黃眞伊)
07.고경명과공주관아의어린기녀
08.진주명기논개(論介)
09.천고의애원춘천기녀계심(桂心)
10.곡산명기매화(梅花)
11.가산의의로운기녀연홍(蓮紅)
12.계월향(桂月香)그리고옥개(玉介)와채란(彩鸞)

제6편-여성에관한전설,민요,괴담,민담,희담
01.고구려녹족부인(鹿足夫人)
02.연오랑과세오녀(細烏女)
03.도선국사의모친최씨(崔氏)와비둘기
04.평강처녀와푸른옷을입은동자
05.강릉의미인연화(蓮花)
06.목함속푸른옷차림의세처녀
07.박색의춘향(春香)
08.<산유화가>와박향랑(朴香娘)
09.<쌍금노래>와홍도(紅桃)남매
10.<송랑요(送郞謠)>와최경(最卿)
11.어두운밤의소복미인
12.묘향산의괴상한여인

표제인명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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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차상찬과『해동염사』

청오차상찬은일제강점기의언론인이자문필가로문화운동의선구자였으며,지면으로민중을계몽하고애국심을고취한인물이다.우리나라최초의월간종합지『개벽(開闢)』을창간하였고,그밖에『별건곤』,『신여성』,『학생』,『어린이』등여러잡지의발행을주도하며주간또는기자로활약하였다.최근그의이름과업적이재조명되고있으며,2010년에는‘제45회잡지의날’을맞아은관문화훈장이추서되기도하였다.

차상찬은우리나라반만년역사동안정치가,문장가,음악가,효녀,충녀,의녀등여성으로서이름난인물이적지않았음에도이렇다할만한여성중심의역사서가없음에유감을표하였다.그리하여정사,야사,문집,설화등에서여성에관한기록을가려뽑아1937년『해동염사』로엮어냈다.

차상찬의『해동염사』는우리나라역사속다양한여성들의삶을보여주며문학적으로도가치가있는저작이나지금껏접하기가어려웠다.더구나20세기초중반의문예적특성을반영하여국한문이혼용된고풍스러운만연체로쓰인데다책전체에한시,한문산문,시가작품들이삽입되어있어일반독자가이해하기에쉽지않았다.이에국어교육현장에몸담고있는역자들이저술의내용과특성을손상하지않는범위내에서어휘를풀어쓰고문장을가다듬어남녀노소누구나읽기편한독서물로완성해냈다.이책은소장가치가충분하며여러방면에서활용할수있는귀한자료가될것이다.

그옛날남달랐던여성들

이책에는총여섯가지의카테고리아래,남다름으로기록된80여명의여성들이등장한다.궁중의여왕과비빈부터양반의부인과첩,기녀,민간여성에이르기까지상하전계층의여성들이야기를두루다루고있다.그들중에는남성과사회가요구하는바를충실하게수행한여성도있었고,그이상으로자신의뛰어난능력을발휘하고,역경과고난속에서도기어이목적을이룬여성들도있었다.재치있는시문으로남성을꾸짖은명기,가문을일으켜세운눈먼과부,반정에큰공을세운단발여승,남편을잡아간호랑이를때려죽인여인까지저마다의다양한사연이읽는재미를더한다.

지금의시선에서바라보면이해가되지않는선택을한여성들도있겠으나,당시여성에게는많은제약과한계가뒤따랐고,여성에게는특히더엄격한잣대를들이대었던불평등한구조속에서도자신의의지대로,저마다의방식으로제삶을살고자했던여인들을만날수있다.남성중심의역사속에묻혀있던여성인물들을새롭게발견하고그들을기억하는좋은기회가될것이다.

책속에서

사량리에는알영정(閼英井)이란우물이있었다.어느날아침,그우물위에오색영롱한채색구름이자욱하게끼더니난데없이금빛찬란한닭[金鷄]이나타나서두날개로땅땅홰를치며울기시작하였다.얼마후,그닭이큰용으로변하였는데갑자기그용의오른편옆구리가툭터지더니그자리에서한명의여자아이가나왔다.그여자아이의얼굴은천하절색이요,모습은매우단정하였다.다만입술이보통사람과같지않고닭의주둥이처럼생겼으므로주변사람들모두이를괴이하게여겨그아이를양육하기를꺼렸다.
그때마침그마을에사는한노파가그아이를매우사랑하여거두어젖을먹이고월성북천(月城北川)에데리고가목욕을시켰다.그러자신기하게도조금전까지닭의주둥이처럼뾰족하게생겼던입술이떼어지고보통여자아이의입술보다더예쁜입술이드러났다.그리하여그북천의이름을고쳐발천(撥川)이라고부르게되었다.또그아이는알영정에서태어났으므로사람들은그아이를우물의이름과같은이름인‘알영’이라불렀다.
알영은장성하면서매우어질고덕행이뛰어났는데,혁거세왕이알영의소문을듣고그녀를왕비로삼았다.왕비가된알영은왕을따라신라육부(六部)를순행하며농업과누에치기를권장하니백성들이모두알영의성덕을노래하며왕과왕비를두성인이라고칭송하였다.알영은혁거세왕이붕어한후이레만에죽었는데,당시사람들은그둘을하늘이정해준배필이라고하였다.
-제1편03.신라시조박혁거세의왕비알영(閼英)중

그러나난설헌의결혼생활은그다지원만하지못하였는데특히남편김성립(金誠立)과의금실이좋지않아항상불만이있었고이를다음과같은일화에서확인할수있다.김성립이일찍‘접(接)’에나가독서하고있을때다.-‘접(接)’은예전에공부하는곳을일컫는말이다.-그때김성립이접에서공부하면서도기첩(妓妾)을만나사랑하고있는것에대해허난설헌은다음과같은편지를써서자기남편을풍자하였다.“옛날의접(接)은재주[才]가있더니요사이접은재주가없다.”이말을다시풀어보면옛날의‘접’자는‘재주재’변이있어서정말로공부하는‘접’이었는데요즘의‘접’자는‘재주재’변이없어져다만‘첩(妾)’만남았으므로여자를데리고노는곳이란의미이다.이말하나만가지고보더라도허난설헌의재치며재주가어떠한지를짐작할만하다.
-제2편04.허난설헌(許蘭雪軒)중

송호(松湖)서기보(徐箕輔)의첩박죽서(朴竹西)는박종언(朴宗彦)의서녀로본래강원도원주사람이다.죽서는어려서부터영리하기로유명하였으며타고난자질이비상하여일고여덟살때부터시를지을줄알았다.죽서가여덟살때창앞에있는새를보고즉흥시로지은오언절구를보면참으로놀랄만한천재라고아니할수없다.

창앞에우는새야말좀묻노니問爾窓前鳥
어느산에서자고이리일찍왔느냐.何山宿早來
산중의일을너는응당알터이니應識山中事
진달래꽃은피었더냐.杜鵑花發耶
-제2편17.서기보의첩박죽서(朴竹西)중

연회에참석한정승배극렴은원래풍류남자로설매의자색과가무에심취하여해가지도록그녀곁을떠나지못하였다.그는동료들과맘껏술을먹고취흥이올라급기야는설매의손을잡고이렇게희롱하였다.“너같은기녀는노류장화와같아오늘은이씨의계집이되었다가내일은장씨의계집이되어도무방할터.그러니오늘밤엔나에게몸을허락하는것이어떠하냐?”보통의기녀같으면한나라의정승이그런말을하는것이너무도황송하여그저머리를숙이고고맙다는말밖에못할것이다.그러나설매는조금도어려운기색없이그말에거침없이대답하였다.“네,황송한말씀이옵니다.그러나고려의왕씨를섬기다가조선의이씨를섬기시는정승께서이씨의계집이되었다가장씨의계집이되었다가하는저같은천한여인을사랑하신다한들무슨거리낌이있겠습니까?”설매의대답에그자리에있던모든사람이낯빛을잃었으며배정승의얼굴은딸깃빛보다더빨개져서아무말도하지못하고그저돌아갔다.
비록술자리에서농담으로한말이었지만설매의말은칼보다더매섭고날카로웠다.후대에만일설매같은기녀가있다면배극렴처럼무안을당할사람이얼마나많을까.
-제5편02.배극렴과국기설매(雪梅)중

전라도남원부근에서는소설<춘향전>과는정반대인전설이지금까지떠돌고있다.전설속춘향(春香)은조선숙종시절의관기월매의딸로묘사되는데이는소설<춘향전>과일치한다.그러나춘향의외모는소설과는정반대로만고의박색(薄色)이었다.코는질병코에다눈은비탈에돌아가는돼지눈같으며머리는몽당빗자루같고손은옴두꺼비의발같으며목은자라목같고몸집은절구통만한데다가천연두를몹시앓은탓에피부가얽을대로얽어져있어곰보모양으로우박맞은잿더미도같고장마치른쇠똥도같고대추나무에앉은매미등같고맹꽁이의볼기짝같아서누구나한번만쳐다보면십여년된학질이즉시떨어질만큼무섭게생긴추녀였다.그러다보니나이이십이넘어삼십에가까워져온들뭇남성들이한번쳐다볼리도없어결혼같은것은생각조차할수없었다.
그러나사람의본능이란어찌할수없는법이다.하루는춘향이광한루앞요천강(蓼川江)에서빨래를하고있다가우연히그마을사또의아들이몽룡이광한루에나들이를왔다그강가로지나가는것을보고는그의잘난풍채에미혹되어그만정신을잃고말았다.급기야집에돌아와서는침식을전폐하고머리를싸매고드러누웠다.정말로임을못보아생긴병은임보기전에는못고친다고,몽룡에게홀려생긴춘향의병은어떤약으로도고칠도리가없었다.그렇게수십일이지나고약이란약은다써봤지만도무지차도가없었으며오히려병환이점점깊어졌다.
-제6편07.박색의춘향(春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