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한옥 전문가인 신영훈 선생이 건축적인 시각이 아닌, 징서적인 관점에서 쓴 한윽의 삶과 문파에 대한 이야기.
한옥은 단순히 옛 집, 옛 건축물의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선조들의 생활철학과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증거물이자 한 나라의 주거문화, 음식문화, 놀이문화,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안의 삶을 들여다볼 줄 모른다면 한옥을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신영훈 선생은 집을 보기 전에 그 바탕에 깔려있는 한옥의 정서, 풍물, 살림울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고향 마을을 감싸고 있는 마을길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직 포장이 되지않은 시골길에는 구들을 따뜻하게 덥혀 줄 나뭇단이 쌓여 있고, 시냇물에는 섶다리나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개울을 건너면 마을 입구. 금줄을 두른 아름드리 정자나무, 돌무더기 서낭당과 함께 서 있는 웃음기 많은 장승이 있어 잠깐 맘을 들이라고 한다. 거기앉으면 뒷산의 품에 안겨 아늑하게 자리잡은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이루고 있는 초가집이며 기와지붕의 생김새가 영락없이 뒷산을 빼다박았다. 슬몃 미소가 비치는 풍경이다.
신영훈 선생은 고샅길이며 솟을 대문이며 그 문에 박힌 문빗장이며 담상, 굴뚝, 안마낭, 곳간까지 구석구석 독자들을 인내한다. 그 집의 구조나 생김새를 보자는 게 아니다. 아긍이 앞에서 불을 때는 어머니의 자태며 빈 방을 지키며 주인을 기다리는 질화로의 정서며, 대청 끝에 줄줄이 내걸린 베주에서 풍겨나는 훈훈한 온기를 보자는 것이다. 선생은 한참 구수히고 재미난 이야기 속에 한마디씩 따끔한 층고를 끼워넣기를 잇지 않는다.
한옥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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