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그르니에 선집 1 (개정판)

섬 - 그르니에 선집 1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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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알베르 까뮈의 스승인 장 그르니에의 섬세한 철학적 에세이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순간이 있다. (……)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뿐인
여러 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 알베르 카뮈

“여기, 우리들에게서 가장 먼…… 그래서 가장 가까운…… 먼지를 털어내고 새로 단장한 아름다움의 섬, 어머니의 섬…… 보로메의 섬들이 여러분을 기다린다.”
- 김화영(옮긴이)
저자

장그르니에

프랑스의사상가,작가,철학자.1898년2월파리출생.부모의이혼후모친을따라브르타뉴로이주,셍-브리유에서청소년기를보냈다.이곳은‘프랑스의키엘케고르’라불린19세기철학자쥘르퀴에가태어나죽은곳으로,이인물은훗날장그르니에의박사논문주제가된다.1922년철학교원자격시험에통과해교사로서의이력을시작,소르본대학미학및예술학교수직을떠나는1968년까지약40년간아비뇽,알제,나폴리,몽펠리에,릴,알렉산드리아,카이로,파리등지를편력하며가르쳤다.고대지중해,인도사상에경도되어방랑의철학교수생활을보내고,알제리에서고등학생이던알베르카뮈를가르쳤으며,그사상에큰영향을주었다.

「N.R.F」지에기고하면서집필활동을시작했고,1927년“사물의안쪽”이란서정적에세이를NRF에기고한이래잡지정기기고자가되었고,[철학들],[철학리뷰],[남부수첩],[코뫼디아],[꽁바],[까예드라쁠레이야드],[렉스프레스],[프뢰브]등상당수잡지들에정기기고하거나창간에관여했다.1936년『쥘르퀴에의철학』과유작들을편집한『자유』로박사학위를받았다.이논문과텍스트는쥘르퀴에철학에대한표준입문서로간주되며,1952년펴낸『쥘르퀴에전집』역시필수참고서로꼽힌다.까뮈의스승으로실존주의의관심사를공유했던그였지만,그럼에도실존주의를비롯한당대의철학운동과비판적거리를유지했고,전통형이상학안에서인간의한계와무한자를사유한철학자였다.

1968년국가에서수여하는문학대상을받았다.리세알제의교수를거쳐파리대학교문과대학교수로있으면서미학을강의하였다.존재에대한기쁨과절망을간결하고깔끔한문체로써내려간그의작품은시사성이풍부하다.주요작품으로「섬」,「카뮈를추억하며」,「어느개의죽음」,「일상적인삶」,「지중해영감」,「모래톱」등이있다.이외에도30여권의철학서및시적명상과풍부한서정으로가득찬에세이집이있다.1971년3월에사망하였다.

목차

섬』에부쳐서/알베르카뮈4

공의매혹20
고양이물루31
케르겔렌군도72
행운의섬들90
이스터섬105
상상의인도122
사라져버린날들159
보로메섬들166

옮긴이의말
글의침묵/김화영171
저마다의마음속에떠도는섬/김화영175

출판사 서평

■섬세한미학적사유,일상에서발견한성찰의언어들
장그르니에『섬』개정판출간

1997년8월첫선을보인이래이십삼년간독자들에게변함없는사랑을받아온장그르니에의『섬』이2020년10월,번역도디자인도새롭게단장한개정판으로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우리에게는알베르카뮈의스승으로잘알려진장그르니에는프랑스를대표하는미학자이자에세이스트이며,다수의미술서와에세이집을통해자신의철학과미학에대한소신을전달해왔다.그르니에는특히일상속에서경험한다양한일화들을성찰적어조로간결하게풀어내는글을썼기에,그의글은쉽고편안하게읽히면서도마음에깊이닿아오늘을사는독자들에게도깊은울림을전달한다.장그르니에의『섬』은특히알베르카뮈의지극한사랑을받은작품으로도유명한데,카뮈는찬사에가까운서문으로스승이쓴이책에대한감동을전한바있다.

내가『섬』을발견하던무렵나도글을쓰고싶어했던것같다.그러나그막연한생각이진정으로나의결심이된것은그책을읽고난뒤였다.다른책들도이같은결심에도움을준것이사실이지만일단그역할이끝나자나는그책들을잊어버렸다.그와는달리이책은끊임없이나의내부에살아있었고이십년이넘도록나는이책을읽고있다.오늘에와서도나는『섬』속에,혹은같은저자의다른책들속에있는말들을마치나자신의것이기나하듯이쓰고말하는일이종종있다.(알베르카뮈,「『섬』에부쳐서」,11~12쪽)

카뮈가본격적으로글을쓰게되는계기가된인생의책이바로『섬』이었기에,카뮈는그르니에가쓴이책으로부터받은수혜를가슴에담아두고평생배움으로삼았다.카뮈는『섬』이“우리가우리의왕국으로여기고있던감각적인현실을부정하지는않으면서도그와병행하여우리들의젊은불안이어디서오는것인지를설명해주는또다른현실”을보여준다고말한다.그어느시기보다막막한현실을견디고있는우리이기에카뮈의이문장들은더욱의미심장하게다가온다.그르니에는담담한어조로혼자살아가는삶,이웃과함께하는일상의가치를독자들에게일깨우고,동물과함께하는삶을역설한다.

■가르치지않고무심히‘보여’주는장그르니에
이웃과동물과함께하는진정한삶,그것이희망

장그르니에의에세이는삶을무조건긍정하지도부정하지도않는다.자신의경험을과시하지않으며이웃누구도함부로대하지않는다.그르니에는삶속에서꾸준히삶을철학하며,스스로의나약함속에서강건한삶의희망을찾아낸다.그르니에는자신의사유를강요한다거나가르치려들지않는다.일상에서만난이웃의삶을존중해주며,(「이스터섬」)철학자로서인간지성의우월함을동물에비견하지않고오히려동물이지닌사랑의본성이삶에서가장뛰어난가르침임을우리에게알려준다.(「고양이물루」)그르니에의에세이가지닌진정성은관조와관찰에서드러나는데,자신이바라보는대상에대해특별히의미부여를한다거나판단의잣대를들이대지않은채그저관심과애정의시선으로‘바라본다.’그는그저지켜보고관찰하고사유하는것이다.

우리가삶에그토록집착하는것은우리의몸이마련해주는그예기치않은놀라움때문인지도모른다.병이낫지않을거라고절망하고있었는데우리는문득자리에서일어서게된다.우리가잔뜩믿고있었는데돌연그믿음이무너진다.끝은항상똑같지만거기에이르는우여곡절은러시아산맥의비탈들만큼이나다양하다.(「이스터섬」119쪽)

사실어떤절대에도달하기위해서는자기자신으로부터그리고일체의인간적인것으로부터벗어날필요가있다고할때,그러기위한모범으로한마리의동물보다더나은것이어디또있겠는가.흔히감정이란‘인간’만이가진것으로동물에게는그런것이없다고할수있으니말이다.(「고양이물루」57-58쪽)

장그르니에의에세이에서유독빛나는또다른사유의지점은‘빈공간’이다.그르니에는우리삶을채우는의미화에관심을두는것이아니라,비어있음그자체에대해언어화한다.이는세상을대립적으로바라보는것이아니라공백[空]이포함된유기적삶의흐름을반영한다.그래서그의사유가가리키는언어는부정도긍정도아닌것이다.카뮈의고백처럼‘『섬』은우리에게환멸의비밀을가르쳐주기위해찾아온것’이고그제야비로소우리는문화를발견한다.특정한누군가에게만해당하는문화가아니라주변의평범한이웃과자기생각을말로대변할수없는동물까지함의된문화.지식으로만구성된문화가아니라삶의정감이반영된꾸밈없고솔직한문화를보여준다.

그는오히려한마리고양이의죽음,어떤정육점주인의병,꽃의향기,흐르는시간의이야기를더좋아한다.이책속에서정말로다말해버린것은아무것도없다.여기서는모두가어떤비길데없는힘과섬세함으로암시되어있다.정확하면서도꿈결같은이가벼운언어는음악처럼흐른다.(……)그는다만우리에게단순하고친숙한경험들을눈에드러나게꾸미는일없는언어로이야기한다.그러고나서그는우리각자좋은대로해석하도록맡겨둔다.(알베르카뮈,「『섬』에부쳐서」,13~14쪽)

나는……아무것도하는일없는공백의페이지다.완전히공백상태인오늘만이아니다.내일생속에는수많은페이지들이거의공백상태다.최고의사치란무상으로주어진한삶을얻어서그것을준이못지않게인심좋게사용하는일이며무한한값을지닌것을쪼잔한이해관계의대상으로변질시키지않는일이다.(「사라져버린날들」,161-162쪽)

우리에게는지금이런이야기,이런스승이필요하지않을까.카뮈의말처럼“일단시작하면그생명의불이꺼질줄모르며서로의생애를가득채워줄수있는대화”가가능한스승.김화영역자의말처럼“마치견고한통나무나대리석을더이상깎을수없을때까지깎아내어마지막남은작품의핵심,혹은진면목을찾아내는조각가처럼,죽음과마주앉은수도사처럼,절제와정신의헐벗음을가장큰덕목으로삼아생각하고글을쓰는철학자”장그르니에.우리시대참스승장그르니에의철학적이고아름다운에세이들이힘겨운시기를지나고있는한국독자들을따듯하게어루만지며알찬메시지를들려줄것으로기대된다.

■이십삼년만에새로이단장한장그르니에『섬』
김화영역자의새로운번역으로다시떠오르다

장그르니에선집1『섬』개정판은표지와본문디자인을새로이한것뿐만아니라김화영역자가이책을처음번역한지사십년만에완전히새로번역하였기에더더욱기대가크다.김화영역자는이번개정판『섬』을새로이번역하며,장그르니에특유의절제된문장의기품과비밀을살리기위하여과도한설명적번역문장의친절을피하려고노력했다.아울러글의깊은암시와의미를부연설명하는것이아니라비교적독립된지식과관련된각주들을자세히추가하여이해를도왔다.이유는다음과같다.

장그르니에는재료들을조합하거나서로연결하는것이아니라마치견고한통나무나대리석을더이상깎을수없을때까지깎아내어마지막남은작품의진면목을찾아내는조각가처럼,죽음과마주앉은수도사처럼,절제와정신의헐벗음을가장큰덕목으로삼아생각하고글을쓰는철학자다.그점,책의첫머리에붙인짧은몇마디는독자들에게보내는일종의경고와도같다:“신앙,연민,사랑과같은것도과연실재하는현실들임에틀림없다.또고대사원은,교회는,궁전은,그리고오늘날의공장은절망을막아주는든든한피난처들이다.인간이후천적으로얻은그런것들……은여기서말하려는바가아니다.”이것은헛된장식들이나위안따위와는거리가먼부정과거부의세계다.따라서번역문의단어및음절의수를가능한한최소화하여그자체로그자체로섬들처럼고독하고견고하고격리된문장들,혹은어휘들주위에큰침묵이고이도록유의하였다.(옮긴이의글에서)

『섬』의초판은1980년12월10일민음사에서처음나왔다.당시국내에서는장그르니에라는작가가알려지지않은상태였기에그의글을출판하기어려운여건이었고,여러출판사에서출간을거절당했다고한다.김화영역자는한국독자들에게그르니에를꼭알리고싶어서문학매체에『섬』중「케르겔렌군도」를소개했고,이후민음사에서출간을제안했다는에피소드가있다.아니나다를까,『섬』은출간이후독자들의열렬한반응을얻었고,사십년이지난지금도여전한사랑을받고있는중이다.시대를초월하는성찰의메시지를전달하는『섬』의진가를알아보는두지성이있었기에오늘우리는다시그르니에의‘섬’을만날수있게되었다.

『섬』을소개한뒤,많은세월이경과한2012년여름나는오트프로방스산간에흩어져있는작은마을들을떠돌다가“케이크위에박은체리”같은13세기적중세성탑이산꼭대기에박혀있는시미안라로통드마을에들러점심식사를하게되었다.좁은골목의그늘진곳에식탁몇개를벌려놓은식당주인에게혹시장그르니에가살던집이어딘지아느냐고물어보았다.여주인이반색을하면서그의아들알랭그르니에대사가바캉스때면이곳시골집에내려온다면서마침며칠전에,곧내려올예정이니자기집창문들을열어환기를시켜달라고부탁했다는것이었다.나는언덕아래쪽에있는옛장그르니에의집앞에서서오래도록보라색라벤더가찬란한프로방스의빛을받고있는들판을바라보았다.그리고거기서그리멀지않은마조레호수한가운데의보로메섬들을떠올렸다.언젠가이지루한코로나역병에서해방되는날이오면로카르노에서멀지않은마조레호수가운데뜬그섬들을찾아가보고싶다.(옮긴이의글에서)

■장그르니에선집4종『섬』,『카뮈를추억하며』,『어느개의죽음』,『일상적인삶』
우리시대참스승의메시지를새디자인,새번역으로만나다!

민음사에서출간한장그르니에선집4종은1997년8월첫선을보였으며,(선집1『섬』,선집2『카뮈를추억하며』,선집3『어느개의죽음』,선집4『일상적인삶』)한세기가넘도록독자의아낌없는사랑을받아왔다.이번에『섬』을필두로장그르니에선집네권모두개정판으로출간하여독자들에게가을선물처럼다가가려고한다.이번개정판장그르니에선집4종은기존에수록된번역을전면수정및새로번역하여현대적언어감각과번역의완성도를높였다.디자인도바뀌었다.선집4종모두에토프에서작업한산뜻한일러스트를표지디자인에반영하여친근함과새로움의이미지를돋보이게했다.여기에1997년판특유의공허하고고요한느낌도남겨두어비우고감추고섬세한물성을지닌선집이되도록했다.알베르카뮈가존경하던스승장그르니에의아름다운에세이들을새디자인,새번역으로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