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수상작가헤르만헤세의환상동화집이독점계약하에(주)민음사에서완역출간되었다.이책은헤세가동화의형식을빌어쓴독특한단편및중편스물여섯편을모은것으로,1975년헤세연구자인폴커미헬스가편집하여『동화Marchen』라는제목으로출간된원서를번역한것이다.
독일의민중동화와헤세의환상동화
헤르만헤세는어린시절부터동화에대한애정이각별하였다.그림형제의동화와「아라비안나이트」를특히좋아했던헤세는그외에도중국이나인도,아프리카의동화를탐독하였으며호프만이나릴케,되블린같은독일작가의작품도즐겨읽었다.저자를알지못한채사람들의입을통해내려오는민중동화가헤세의창작동화에뿌리가되었던것은생각해보면당연한일이다.독일의민중동화는일찍이그림형제의열정적인노력에힘입어당당하게문학의한장르로자리잡았으며,그연구와창작활동역시지금까지꾸준히이어져오고있다.
독일의문학사전에의하면,〈동화Marchen〉는〈환상적이고놀라운사건과상황을시간과공간에매이지않고자유로이지어낸,민중들이즐기는짧지만산문적이야기〉를뜻한다.이러한동화의성격을나타내기위해전통적으로쓰여온표현법,즉마술적요소가등장하여소원을이루어주거나,다른인간이나동식물로변신시키는것등은헤세의동화에도자주나타나는모티프이다.「헤르만헤세환상동화집」의주인공들은이러한마술적과정을통해사랑의필요성을깨닫고.유년시설을되새기며노년의경험과통찰의세계로나아가게된다.
그러나헤세의작품이단순한동화가아니라〈환상동화〉라고불리는데에는헤세만의독특한마술적세계관이큰몫을하였다.아래에서더자세히기술하겠지만.헤세는1차세계대전중정신분석치료를받으면서사고와가치관에심한변화를겪었다.이것이인습적인가가치를부정하고〈마술적사고〉라고불리는새로운길로접어드는계기가되었다.1925년에쓴글「짧은이력서」에서헤세는이러한사고의전환에대해고백하고있다.
고백하거니와,내자신의삶이바로동화처럼보일때가많다.나는바깥세계와나의내면과화합하고어울리는모습을자주보고느낀다.이러한연관성을나는마술적이라고부를수밖에없다.
위의글에서읽어낼수있는것처럼.마술적인사고는내적인현실과외적인현실.즉자연과정신을동일한존재양식에속한것으로받아들이는태도를뜻한다.헤세는이러한마술적인생관을실현하기위해새로운표현법을찾아야했고.이것은동화라는장르를통해서만가능했던것이다.이처럼동화의특성을살리기위한전통적인방법들과함께마술적인생관이어우러지면서헤세의〈환상동화〉가태어나게되었다.동시에많은작품들은그내용적깊이로인해성인동화의성격을띠게되었다.
이상사회를향한꿈과마술적사고
이러한성장배경과맞물려헤세가동화를쓰게된데에는두가지의결정적인계기가있다.하나는1차세계대전으로.구질서가붕괴된혼란스러운상황에서보다이상적인사회가실현되기를바라는표현주의자들의희망에헤세도공감하였다.인간과세계의개선에대한소망을표현한헤세의동화「팔둠」,「다른별에서온소식」,「새」등은헤세의이러한바람을잘나타내고있다.
또하나의사건은정신분석치료를받은체험이다.1차대전을전후한시기에헤세는개인적으로도시련을겪게된다.1914년반전사상이담긴글「오친구들이여.그런곡조의노래를부르지맙시다」를스위스취리히신문에발표하여독일의극우파들로부터매국노,변절자로매도당하는일을겪었다.가정형편도여의치않아,막내아들의중병과아버지의사망이잇따르고.부인은정신병원에입원하게된다.
책의출판까지제한당하자경제적어려움때문에세아들을친구와기숙사학교에맡길수밖에없었다.결국헤세도심한노이로제에걸려스위스의루체른에서심리학자융의제자인랑박사로부터정신분석치료할받게된다.이치료로정신적안정을되찾은헤세는프로이트와융의심리분석학에깊은관심을갖게되었고,이러한성향은이시기에씌어진동화대부분에잘나타나있다.헤세의동화에서〈마술적사고〉라고일컬어지는환상의세계를통해유년기를되찾는과정이바로그것이다.정신적안내자의도움으로진정한자아를찾아가는과정을그린동화「아이리스」(1918)와「험한길」(19l6)등은비슷한시기에나온소설「데미안」(1919)처럼영혼의심리치료를보여주는내용을담고있다.
또한헤세의동화에자주등장하는〈현명한노인〉,〈산〉,〈새〉등은융이자신의논문「동화속의정신적현상학에관하여」에서주장한대로세계의모든동화에나타나는정신적투사의세가지전형적인상이다.1913년에쓴「아우구스투스」,「피리의꿈」,「시인」에서는노인이,「팔둠」에서는산이,「다른별에서온이상한소식」,「새」,「픽토어의변신」에서는새가정신적안내자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