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리커버판)

불멸(리커버판)

$17.13
Description
‘민음사 밀란 쿤데라 전집’이 편집과 디자인 리뉴얼 판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소설 10작품, 비평 및 에세이 4작품, 희곡 1작품으로, 모두 합해 약 5,200쪽, 원고지 23,000여 매에 달하는 쿤데라의 글을 모은 ‘민음사 밀란 쿤데라 전집’은 2013년 외국어로 번역된 최초의 쿤데라 전집으로 화제를 모으며 출간되었다. 당시 15권의 전집 구성은 밀란 쿤데라와 직접 논의하며 확정했고, 쿤데라가 유일한 정본으로 인정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 판본을 저본으로 새롭게 번역, 출간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중절모 모티프에 착안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로 파격적인 디자인(도서 표지로의 2차 가공을 허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마그리트 재단은 쿤데라 전집이라는 프로젝트의 특별함을 인정해 표지 디자인을 승인했다)을 선보인 하드커버 전집은 출간 이후 10여 년간 쿤데라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2026년 리커버 전집은 8명의 번역가가 쿤데라의 대표작을 다시 읽고 개정한 번역을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디자인한 가볍고 친근한 장정에 담았다.
저자

밀란쿤데라

MilanKundera(1929~2023)
1929년체코의브륀에서야나체크음악원교수의아들로태어났다.밀란쿤데라는그음악원에서작곡을공부하고프라하의예술아카데미AMU에서시나리오작가와영화감독수업을받았다.1963년이래‘프라하의봄’이외부의억압으로좌절될때까지‘인간의얼굴을한사회주의운동’을주도했으며,1968년모든공직에서해직당하고저서가압수되는수모를겪었다.『농담』과『우스운사랑들』2권만이쿤데라가고국체코에서발표할수밖에없었다.
『농담』이불역되는즉시프랑스에서도명작가가되다.그불역판서문에서아라공은“금세기최대의소설가들중한사람으로소설이빵과마찬가지로인간에게없어서는안되는것임을증명해주는소설가”라고격찬한바있다.2차대전후그는대학생,노동자,바의피아니스트(그의아버지는이미유명한피아니스트였다)를거쳐문학과영화에몰두했다.그는시와극작품들을썼고프라하의고등영화연구원에서가르쳤다.밀로시포만(MilošForman),그리고장차체코의누벨바그계영화인들이될사람들은두루그의제자들이었다.소련침공과‘프라하의봄’무렵의숙청으로인하여그의처지는참을수없는지경에이르렀다.그의책들은도서관에서제거되었고그자신은글쓰는것도가르치는것도금지되는역경을만났다.1975년그가체코를떠나프랑스로왔을때“프라하에서서양은그들스스로가파괴되는광경을목도할수있게되었다”고말했다.1975년프랑스로이주한후르네대학에서비교문학을강의하다가1980년에파리대학으로자리를옮겼다.그의유명한소설『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에서작가는어떤사랑이야기를들려준다.테레사와토마스는우연히서로만났다가사고로함께죽는다.그들의운명은결국돌이킬수없는결정들과우연한사건들과어쩌다가받아들이게된구속들의축적이낳은산물에불과하다.그렇지만죽음을향한그꼬불꼬불한길,서로사랑하는두사람의완만한상호간의파괴는영원한애매함을드러내보이려는듯어떤내면의평화를다시찾는길이기도하다.그배경에는1960년대체코와1970년대유럽을뒤흔들어놓은시련이깔려있다.지금은멀어져버린체코이지만쿤데라의작품한복판에주인공인양요지부동으로박혀있는체코,실제로존재하는나라라기보다는신화적이고보다보편적인나라,유적과멀리떨어져있는거리때문에오히려더욱그본질이더잘보이는듯한그나라.변함없는성실성과배반,현실과꿈,과거와현재사이에서찢겨진존재들의복합성,그리고또한둘로쪼개진세계와유럽의드라마와작가의근원적정신질환의원인은체코에있었다.밀란쿤데라는프랑스로망명후소설가로서의성공에대해한인터뷰에서이렇게말했다.“변화가너무나급작스러웠던게사실입니다.1968년까지나는체코국내의소설가였을뿐아무것도외국어로번역된것이없었으니까요.그뒤에작품들이더러번역이되긴했습니다만체코안에서작가로서의나는존재하지않았지요.그래서나는프랑스를작가로서의조국으로선택한겁니다.내책들이먼저나온곳은파리였고나로서는그상징적의미를매우귀중하게여기고있어요.”밀란쿤데라에게있어서가장중요한것은사랑에대한개념이다.지혜의그물망이촘촘하게얽혀있는그의작품으로는『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농담』『삶은다른곳에』『불멸』『사유하는존재의아름다움』『이별의왈츠』『느림』『정체성』『향수』등이있다.그의작품들은거의모두가탁월한문학적깊이를인정받아서메디치상,클레멘트루케상,유로파상,체코작가상,컴먼웰스상,LA타임즈소설상등을받았다.미국미시건대학은그의문학적공로를높이평가하면서명예박사학위를수여했다.1978년에출간된『이별의왈츠』는유럽최고의권위를자랑하는이탈리아문학상프레미오레테라리오몬델로상을수상했다.시간과공간속에놓인우리의삶을마치모자이크처럼정교하게수놓으면서사랑을담아내고있는작품이다.쿤데라는시인,소설가,희곡작가,평론가,번역가등의거의모든문학장르에서다양한창작활동을했으며포스트모더니즘계열의작가로서세계적인명성을일구었다.후기작품으로는『향수』와오늘날현대소설이지닌역사적,사회적,문화적,정치적의의를쿤데라만의날카로운시각과풍부한지식,문학에대한끝없는열정으로풀어낸에세이집『커튼』등이있다.2013년유작이된마지막소설『무의미의축제』를발표했다.농담과거짓말,의미와무의미,일상과축제의경계에서삶과인간의본질을바라보는노련한거장의시선이담긴작품이다.2023년7월11일프랑스파리의자택에서세상을떠났다.

목차

1부얼굴7
2부불멸75
3부투쟁145
4부호모센티멘털리스299
5부우연353
6부문자반433
7부축복527

출판사 서평

★2013년간행된세계최초의밀란쿤데라번역전집2026리뉴얼
★밀란쿤데라가직접그린그림으로디자인한가볍고친근한장정
★8명의번역가가다시읽은쿤데라-갈리마르정본기반개정번역


■불멸을향한인간의헛된욕망과그불멸로인해더욱깊어지는고독

오늘날사람들이괴테의젊은연인이자그와숱한편지를주고받으며지적유희를나누었던뮤즈로기억하는한여인이있다.그녀는바로베토벤의연인이었으며아힘폰아르님의부인이기도한베티나폰아르님이다.당대최고의지성인들곁에머물렀던베티나,그녀는과연정말그들을사랑했을까?예순두살의괴테는지적이며야심찬스물여섯살베티나를만난다.베티나는끊임없이괴테주위를맴돌며자신의존재를그에게각인한다.하지만괴테는베티나가얻고자하는것이자신의사랑이아니라,그의명성을통한불멸임을깨닫는다.자신에게죽음이성큼다가와있음을느끼던노년의괴테는그런베티나를받아들일수도내칠수도없어어느정도거리를유지하려한다.하지만그런노력에도결국베티나는괴테의젊은연인으로영원히역사에기록된다.불멸을향해베티나가던지는몸짓은아녜스에게서로라로,로라에게서다시폴로이어진다.이때,인간이불멸하는방식은두가지로나뉜다.인간은베티나처럼역사에이름을남기길원하거나(“나는현재와더불어,현재의온갖근심과더불어사라지길거부한다.나는나자신을초극하여역사의일부가되고자한다.역사는영원한기억이기때문이다.”(267쪽))로라처럼주위사람들의기억속에영원히남길원한다.(“그리고비록작은불멸을희망할뿐이지만,로라역시같은것을원한다.자기자신을초극하고자신이겪는불행한순간을초극하여,자신을알았던모든이들의기억속에머무르기위해‘뭔가’를한다는점에서말이다.”(267~269쪽))자신을아는모든이들의기억속에남기를,그리하여불멸하기를원하는로라는자신의말과행동하나하나에의미를부여하며자신의이미지를더해간다.언니아녜스의몸짓을따라하고,언니처럼선글라스를즐겨끼되그것을자신의슬픔과고통의은유로포장하며,실연을핑계로자살소동을일으키는등,로라는세계가자신을중심으로돌아가며자신을기억하길욕망한다.하지만욕망을꿈꾸는인간들이잊고있는한가지사실이있다.바로불멸은‘죽음’을동반한다는사실이다.

죽은사람은죽는바로그순간모든권리를잃어버린다.어떤법률도이제중상으로부터그를보호하지않으며그의사생활은사적(私的)이길멈춘다.사랑하는이들이그에게보낸편지들,어머니가물려준추억의앨범등그무엇도,그어떤것도,이젠그의것이아니다.(401쪽)

자신의죽음과그후이어진불멸을두고작품속에서헤밍웨이는“불멸이나를두팔로꽉끌어안는걸확인한그날,내가맛본공포는죽음에대한두려움보다더했죠.사람은자신의삶에마침표를찍을수있어요.하지만자신의불멸에대해서는속수무책입니다.”라고말한다.
인간의불멸은이렇듯고독하고,그렇기에불멸에대한욕망은허망하다.살아있는매순간,살아가는매순간인간은고독하기때문이다.

■셀수없는얼굴속에갇혀버린고독한자아
-세계와단절된,혹은세계로부터스스로를단절한현대인의초상

아녜스는사람들과사람들이만들어내는온갖소음으로가득한거리에서서가닥가닥날카로워진신경의끈이끊겨나가는듯한느낌을맛본다.거리를걸을때마주오는사람들은절대로먼저길을비키지않는다.그들의눈빛은누구를향하는지모를적개심으로번뜩인다.아녜스는이“한계를넘어선세상”에서물망초가지를하나들고밖으로나서는자신의모습을상상한다.세상이오직그‘이상한’물망초로만자신을기억하길,그리하여자신에대한흔적이,자신의존재가세상에서완벽하게사라지길바란다.

그녀는꽃장수에게서물망초한가지를살것이다.가는줄기끝에작은꽃이달린물망초딱한가지만사서,얼굴앞에세우고외출을할것이다.그녀에게쏠리는시선이그예쁜푸른점외에,이제사랑하기를그만둔이세상에서그녀가보존하고싶은그최후의이미지외에다른어떤것도보지못하도록말이다.(38쪽)

“자기삶의한순간이다른모든순간들처럼없어져버리지않고세월의흐름에서뽑혀나와어느날어떤빌어먹을우연이그것을요구하는날,마치서투르게매장된주검처럼되살아나리라는생각이주는불안감을쉬떨쳐버릴수가없었”(55쪽)던그녀는동생로라와는달리,자신을다른이들과구별해주는독특한몸짓,말투,이미지들을하나하나제거하며스스로를삭제해간다.그무렵,세상으로부터단절된,그러다스스로를세상으로부터단절한한여인은세상으로부터영원히도망치기위해한외곽도로한가운데몸을웅크리고앉아있다.차량몇대가그녀를피해가려다도랑에처박히거나나무와충돌한다.이여자의이미지와이사고에대한보도는작품을관통하며반복적으로언급된다.

그녀가말을걸었을때사람들은아무도그녀말을듣지않았지.그녀는세상을잃어가던중이었네.내가세상이라고말하는것은우리외침(간신히알아들을수있는어떤메아리에불과할테지만)에대답하고우리자신이또그외침을듣는우주의이한부분을두고하는말이야.그녀에게는세상이점차소리를잃어가다가끝내그녀의세상이되길멈춰버렸네.그녀는완전히자기자신속에,자신의고통속에갇혀버렸지.타인이겪는고통을보고,자신의그런자폐상태로부터빠져나올수도있지않았겠냐고?천만에.타인의고통은이미더는그녀의것이아닌,그녀가잃어버린세상에서일어난일일뿐이네.(406~407쪽)

자신의고통을오로지혼자만의몫으로감내하고살아야하는,자신이느끼는것을타인과공유하고소통하지못하는,그러기에쿤데라가‘호모센티멘탈리스’라고명명한현대인들은이렇게세상의수많은얼굴들속에둘러싸여갇혀버린고독한존재들이다.

■작품속인물과작가의만남,소설안팎의경계를무너뜨린대담한서술

세상과단절된인간이할수있는일은무엇일까?쿤데라는아베나리우스교수라는인물을통해한가지해답을제시한다.“스스로중요하다고자신하는어떤세계의중요성”에동의하지않거나“그세계에서우리웃음의어떤메아리도발견하지못한다면,우리에게남는해결책은하나뿐이다.아예그세계를통째로유희대상으로,하나의장난감으로삼아버리는”(551쪽)것이다.아베나리우스교수는해가질무렵이면재킷속에부엌칼을감추고거리로나선다.그리고주차된차들의타이어를하나씩칼로찔러버린다.어느날저녁,언제나처럼칼을품고거리로나선아베나리우스교수는실수로손에칼을든채다음목표차량으로접근하고,이를목격한한여성은그를치한으로오해하여비명을지른다.사람들이모여들고아베나리우스는강간범으로체포된다.하지만아베나리우스는끝끝내자신이칼을지니고있던진짜의도를밝히지않는다.그것은자신을알아주지않는,그러기에소통할수없는세상을향한희극적이면서도비극적인몸짓이다.아베나리우스교수는쿤데라의오랜친구로서작품속에등장한다.이들은만나서함께음식을먹거나술잔을기울이고,그들이등장하는소설인『불멸』을비롯하여『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삶은다른곳에』등쿤데라자신의작품에대해열띤토론을하기도한다.이들의대화속에서등장인물아녜스,폴,로라는쿤데라,즉저자의시각으로서술되고해석되며괴테,헤밍웨이,베토벤,나폴레옹,베티나등불멸하는역사적존재들이새로운생명을얻는다.그리고철저하게“에피소드적”으로등장하는루벤스라는인물과고속도로에몸을웅크린여인이의미심장하게배치되기도한다.
전세계수많은독자들을매혹한그의작품들중에서도특히이소설,『불멸』을통해쿤데라는작품속인물과작가자신을맞닥뜨리며소설의경계를넘나드는대담한서술을시도했다.이는작품그자체에독특함을부여하기도하지만무엇보다도쿤데라자신의목소리로독자들에게직접그만의철학과소설관을들려준다는점에서독자들에게커다란매력으로다가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