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유언들(리커버판)

배신당한 유언들(리커버판)

$16.00
Description
★ 2013년 간행된 세계 최초의 밀란 쿤데라 번역 전집 2026 리뉴얼
★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디자인한 가볍고 친근한 장정
★ 8명의 번역가가 다시 읽은 쿤데라 - 갈리마르 정본 기반 개정 번역
‘민음사 밀란 쿤데라 전집’이 편집과 디자인 리뉴얼 판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소설 10작품, 비평 및 에세이 4작품, 희곡 1작품으로, 모두 합해 약 5,200쪽, 원고지 23,000여 매에 달하는 쿤데라의 글을 모은 ‘민음사 밀란 쿤데라 전집’은 2013년 외국어로 번역된 최초의 쿤데라 전집으로 화제를 모으며 출간되었다. 당시 15권의 전집 구성은 밀란 쿤데라와 직접 논의하며 확정했고, 쿤데라가 유일한 정본으로 인정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 판본을 저본으로 새롭게 번역, 출간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중절모 모티프에 착안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로 파격적인 디자인(도서 표지로의 2차 가공을 허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마그리트 재단은 쿤데라 전집이라는 프로젝트의 특별함을 인정해 표지 디자인을 승인했다)을 선보인 하드커버 전집은 출간 이후 10여 년간 쿤데라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2026년 리커버 전집은 8명의 번역가가 쿤데라의 대표작을 다시 읽고 개정한 번역을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디자인한 가볍고 친근한 장정에 담았다.
저자

밀란쿤데라

MilanKundera(1929~2023)
1929년체코의브륀에서야나체크음악원교수의아들로태어났다.밀란쿤데라는그음악원에서작곡을공부하고프라하의예술아카데미AMU에서시나리오작가와영화감독수업을받았다.1963년이래‘프라하의봄’이외부의억압으로좌절될때까지‘인간의얼굴을한사회주의운동’을주도했으며,1968년모든공직에서해직당하고저서가압수되는수모를겪었다.『농담』과『우스운사랑들』2권만이쿤데라가고국체코에서발표할수밖에없었다.
『농담』이불역되는즉시프랑스에서도명작가가되다.그불역판서문에서아라공은“금세기최대의소설가들중한사람으로소설이빵과마찬가지로인간에게없어서는안되는것임을증명해주는소설가”라고격찬한바있다.2차대전후그는대학생,노동자,바의피아니스트(그의아버지는이미유명한피아니스트였다)를거쳐문학과영화에몰두했다.그는시와극작품들을썼고프라하의고등영화연구원에서가르쳤다.밀로시포만(MilošForman),그리고장차체코의누벨바그계영화인들이될사람들은두루그의제자들이었다.소련침공과‘프라하의봄’무렵의숙청으로인하여그의처지는참을수없는지경에이르렀다.그의책들은도서관에서제거되었고그자신은글쓰는것도가르치는것도금지되는역경을만났다.1975년그가체코를떠나프랑스로왔을때“프라하에서서양은그들스스로가파괴되는광경을목도할수있게되었다”고말했다.1975년프랑스로이주한후르네대학에서비교문학을강의하다가1980년에파리대학으로자리를옮겼다.그의유명한소설『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에서작가는어떤사랑이야기를들려준다.테레사와토마스는우연히서로만났다가사고로함께죽는다.그들의운명은결국돌이킬수없는결정들과우연한사건들과어쩌다가받아들이게된구속들의축적이낳은산물에불과하다.그렇지만죽음을향한그꼬불꼬불한길,서로사랑하는두사람의완만한상호간의파괴는영원한애매함을드러내보이려는듯어떤내면의평화를다시찾는길이기도하다.그배경에는1960년대체코와1970년대유럽을뒤흔들어놓은시련이깔려있다.지금은멀어져버린체코이지만쿤데라의작품한복판에주인공인양요지부동으로박혀있는체코,실제로존재하는나라라기보다는신화적이고보다보편적인나라,유적과멀리떨어져있는거리때문에오히려더욱그본질이더잘보이는듯한그나라.변함없는성실성과배반,현실과꿈,과거와현재사이에서찢겨진존재들의복합성,그리고또한둘로쪼개진세계와유럽의드라마와작가의근원적정신질환의원인은체코에있었다.밀란쿤데라는프랑스로망명후소설가로서의성공에대해한인터뷰에서이렇게말했다.“변화가너무나급작스러웠던게사실입니다.1968년까지나는체코국내의소설가였을뿐아무것도외국어로번역된것이없었으니까요.그뒤에작품들이더러번역이되긴했습니다만체코안에서작가로서의나는존재하지않았지요.그래서나는프랑스를작가로서의조국으로선택한겁니다.내책들이먼저나온곳은파리였고나로서는그상징적의미를매우귀중하게여기고있어요.”밀란쿤데라에게있어서가장중요한것은사랑에대한개념이다.지혜의그물망이촘촘하게얽혀있는그의작품으로는『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농담』『삶은다른곳에』『불멸』『사유하는존재의아름다움』『이별의왈츠』『느림』『정체성』『향수』등이있다.그의작품들은거의모두가탁월한문학적깊이를인정받아서메디치상,클레멘트루케상,유로파상,체코작가상,컴먼웰스상,LA타임즈소설상등을받았다.미국미시건대학은그의문학적공로를높이평가하면서명예박사학위를수여했다.1978년에출간된『이별의왈츠』는유럽최고의권위를자랑하는이탈리아문학상프레미오레테라리오몬델로상을수상했다.시간과공간속에놓인우리의삶을마치모자이크처럼정교하게수놓으면서사랑을담아내고있는작품이다.쿤데라는시인,소설가,희곡작가,평론가,번역가등의거의모든문학장르에서다양한창작활동을했으며포스트모더니즘계열의작가로서세계적인명성을일구었다.후기작품으로는『향수』와오늘날현대소설이지닌역사적,사회적,문화적,정치적의의를쿤데라만의날카로운시각과풍부한지식,문학에대한끝없는열정으로풀어낸에세이집『커튼』등이있다.2013년유작이된마지막소설『무의미의축제』를발표했다.농담과거짓말,의미와무의미,일상과축제의경계에서삶과인간의본질을바라보는노련한거장의시선이담긴작품이다.2023년7월11일프랑스파리의자택에서세상을떠났다.

목차

1부파뉘르주가더는웃기지않을날7
2부성가르타의망령53
3부스트라빈스키에게바치는즉흥곡81
4부한문장143
5부잃어버린현재를찾아서179
6부작품과거미217
7부가문의천덕꾸러기265
8부안개속의길들299
9부이보시오,여긴당신집이아니오357

출판사 서평

■카프카,유언을남기다

세상을떠나기전,카프카는자신의작품을없애기로결심하고유언을남겼다.정확히말하면,사적인편지를두통남겼다.발송된적이없기에진짜편지라고할수도없다.카프카의유언집행인브로트는친구가죽은후인1924년에,서랍에서다른서류더미들과함께그편지들을찾아냈다.잉크로쓰인한통은브로트의주소가적힌채접혀있었고,다른한통은연필로좀더상세하게기록되어있었다.

“내가쓴모든것들가운데,유효한(gelten)것은다음책들뿐이다.『선고』,『화부』,『변신』,『유형지에서』,『시골의사』,그리고「단식광대」라는단편하나.(『관찰』몇부정도는남겨도무방하다.나는누구에게도그것들을폐기처분하는수고를끼치고싶지는않다.하지만단한부도재판되는일이있어서는안된다.)”(382~383쪽)

하지만브로트는“내가그의단어하나하나를광적으로숭배했다는것을”카프카가알았다거나“만약그의의사가궁극적이고절대적인진심이었다면당연히다른유언집행인을선택했을것이다.”등이런저런이유를대며친구의유언을집행하지않았다.카프카의작품들은출판사나편집자의취향과의도에따라한권혹은여러권에나뉘어실리며끊임없이재판되고있다.뿐만아니라카프카자신이세상에서영원히없애버리고싶어했던내밀한편지,아버지에게썼으나차마보내지못해그아버지마저미처읽어보지못한편지마저카프카의사후온세상에공개되었다.

■배신당한,배신당하는,배신당할유언들

“저작권이법률로규정되기까지는저자를존중하려는어떤정신상태가필요했다.수세기에걸쳐서서히형성된이정신상태가오늘날에는풀리고있는것같다.그렇지않고서야브람스의교향곡악절들을화장지광고반주로쓰지는않을것이다.스탕달소설의축약본발간을박수로환영하지는않을것이다.저자를존중하는정신상태가여전히존재한다면아마도사람들은이렇게자문할것이다.브람스가동의할까?스탕달이화내지않을까?”(402~403쪽)

과거텍스트중심이었던문화예술계는이제시청각산업이성장해그자리를차지하고있다.물론이거대산업은“완전히새로운게임규칙들”을요구한다.사람들이예술이라부르는것은날이갈수록‘독창적이고유일한개인의표현’으로존중받지못한다.수억원이드는영화의시나리오작가는자기작품의권리(자신이쓴것에함부로손을대지못하게할수있는권리)를인정받을수없게된다.저자는아니지만분명그영화의“주인”인제작자의의사에반해뭔가를요구할수없는입장에놓인다.오늘날저자들은비록자신들의권리를제한받지는않지만저작권이과거권위를더는누리지못하는다른세계속에갑작스럽게들어오게되었다.저자의도덕적권리를침해하는자들(각색자들,유명저자들의출간전원고를획득한“쓰레기통털이들”,“수천년이어져온세습재산을자신의장밋빛타액으로녹여버리는광고”,재간행을일삼는잡지들,영화인들의작품에관여하는제작자들,“미친인간”처럼너무나자유롭게텍스트를다루는연출자들등등)은마찰이일어날경우여론의관용을입는데반해,자신의도덕적권리를요구하는저자는대중의공감을얻지못할뿐더러법지원도제대로받지못하는경우도많다.

“사람들은죽은이를쓰레기나상징나부랭이취급한다.이는사라진그의개인성에대한동일한불경(不敬)이다.”(413쪽)

■작품의,혹은유언의수호자들

스트라빈스키는자신의모든작품을“파괴할수없는하나의전형”으로서보존하기위해엄청난노력을했다.

“나는당신에게이렇게말해주고싶습니다.‘이보시오,여긴당신집이아니오.’나는당신에게이렇게말한적이없습니다.‘자,여기내악보가있으니이걸로당신마음내키는대로하시오.’라고.다시한번말합니다.「카드놀이」를악보그대로연주하든가,아니면아예연주하지마십시오.”(362쪽)

사뮈엘베케트도마찬가지다.그는자신의극작품텍스트에무대지시들을점점더자세히달았으며,그무대지시들이엄격히준수될것을고집했다.이고집은일반적인관용이나이해의경우를넘어,베케트는직접예비공연을참관하고나서야연출에동의하는경우가허다했으며,때로는자신이직접연출을맡기도했다.심지어는자신이직접지휘한「파티의끝」독일어판연출을위한주석들을책으로펴내,그누구도수정하거나바꿀수없도록했다.베케트의친구이자편집자인제롬린던은필요한경우소송도불사하며저자의의사가그의사후에도존중되도록감시하고있다.

■유언을통해사랑하는사람의‘현존’을확인하다

쿤데라는죽은이의뜻을따르는것은“두려움이나속박때문이아니라그를사랑하고그의죽음을믿지않기때문”이라고한다.망자의마지막의사에대한복종은“신비적”이며“모든합리적,실제적성찰을초월”한다.쿤데라의소설『웃음과망각의책』에는타미나라는인물이등장한다.남편을여읜뒤그녀는흩어진추억들을필사적으로그러모아사라진존재를,끝난과거를재구성해보려한다.그러다가그녀는죽은이의“현존”은추억을통해찾을수있는것이아니라는사실을깨닫는다,추억은그사람의“부재”에대한확인일뿐이다.추억속망자는“희미해져가는,멀어져가는,잡을수없는과거”일뿐이다.쿤데라는『배신당한유언들』을통해,사랑하는사람(연인,가족,혹은예술가들)을죽은사람으로여길수없을때,그의현존은바로“내가잘알고충실하게지킬그의의사를통해서”,즉그의“유언”을통해서확인할수있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