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문학사상' 시 부문에,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각각 당선돼 시 쓰기와 평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과 시론/평론집 '패러디 시학',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오룩의 노래', 시선해설집 '시가 말을 걸어요', '밥',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등이 있다. 유심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명지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작하고 있다.
1. 밀물 흰책 사랑 아집을 관통하다 지나가고 지나가는 1 동지 1 속 좋은 떡갈나무 달집 우리 집에 온 곰 내 안 저놈들 동지 2 강진 편지 안개 속 풍경 늦여름 한 마당 얼굴을 파묻다 현 위의 인생 인디언 전사처럼 흰 거지 검은 거지 지나가고 지나가는 2 사람들은 물고기를 닮았다
2. 희망 만두 속 달팽이 더럭 터럭 이하동문 한 집 사랑 토정비결을 보다 두 문 두 집 전전긍긍 날아라! 원더 우먼 부기우기 뜨랄라 게임의 법칙 단풍 갈까? 한 집 눈물 시 속에서야 쉬는 시인 집필을 선언한 시인 시인의 일식 길섶 꿈속 그리운 한 집
3. 뒷심 블루 블루스 고 집 흑백알락나비 독 무용가처럼 사랑새앵무 병들어 누울 역 관망 하마터먼 손가락을 빨다 기타를 부수다 주차 정차 정사 안달복달 풍뎅이 울진에 울새 이력서를 쓰다 정글 1 옹관 3 정글 2 동요
"이 제목은 그 동안 내가 붙들고 있었던 기존의 언어 혹은 기존의 시에 대한 도전이랄까 부정이랄까하는 의미도 담고 있을 겁니다. 동시에 소멸, 부정, 거부, 도전의 맥락과 생성, 순수, 출발의 맥락을 함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한마디로 제가 가까스로 매달려 있던 기존의 언어 혹은 기존의 시에 대한 거부이자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라고 시인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번 시집은 미망처럼 사로잡혔던 기성의 언어들, 그 집착과 관성의 의미 더께를 걷어내고 언어 그 자체로 환원된 새로운 시어들을 찾아 도약하려는 시인의 바람을 담고 있다.
흰 자모음을 두서없이 휘갈겨대는군요. 바람이 가끔 문법을 일러주기도 합니다. 아하 千軍萬馬라 써있군요. 누군가 백말떼 갈기를 마구 흔들어대는군요. 희디흰 말털들이 부지런히 글자를 지우네요. 아이구야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떼떼로 몰려오는군요. 흰 몸이 흰 몸을 붙들고 자면 사랑을 낳듯 흰 자음 옆에 흰 모음이 가만히 눕기만 해도 때때로 時가 됩니다 (....) 가갸거겨 강을 라랴러려 집을 하햐허혀 나무를 들었다 놓았다 한밤내 석봉이도 저렇게 글줄깨나 읽었을 겝니다. 그밤내 불무 불무 불무야 (....) 호호백발 두 母子가 꿈꾸었을 해피엔딩을 훔쳐 읽다 문득 자고 있는 아이놈 고추를 만져보는 기가 막힌 밤인 겝니다.([흰 책]에서)
'흰 자음 옆에 흰 모음이 가만히 눕기만 해도 때때로 시가 됩니다'라는 구절은, 시를 이루는 것이 낱말의 의미가 아니라 언어의 자유로운 '만남'에서 비롯된다는 시인의 변화된 인식을 드러낸다. 이 낱말들의 무정형의 만남은 때로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와 같은 동요를, 때로는 '가갸거겨 라랴러려...'처럼 무의미한 자모의 나열을 낳기도 한다.
이렇듯 순수하게 환원된 언어들은, 시로부터 시인을 해방하고, 마침내는 '호호백발 두 母子가 꿈꾸었을 해피엔딩을 훔쳐 읽다 문득 자고 있는 아이놈 고추를 만져보는 기가 막힌 밤인 겝니다.'의 구절이 보여주듯 소박하나마 행복한 시를 꿈꿀 수 있게 해준다.
흰책
$10.70
Choosing a selection results in a full page refr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