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집

노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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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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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b>배문성</b>
1958년부산출생.1982년「심상」으로등단.
시집『신들속으로』출간.현재문화일보기자

목차

1부
제비꽃
노을의집
갈대의집
악몽
...중략...
희망에대하여

뛰어내리는것들
추억에게
2부
벌제사
느티나무걷는다
잠자리와함께잔다
분열
산행기
운다
권기돈에게
사진한장
40세
옛사람에게
시간은어떻게흘러갔나
배위에서의정사
사내들의우리집
3부
봄길
먼길
먼먼길
파도
...중략...
진달래
나는불량해서좋다
타자를위한기도
수선화

출판사 서평

지나온삶을되돌아보는사십대
배문성시인은중년에드는길목에서시를통해자신이걸어온삶을되돌아보고있다.배문성시인은또한독자에게도각자의삶을정리해보는기회를제공한다.시인의친구이문재시인은이렇게소감을밝히고있다.<내오랜친구배문성의시를읽으며,나는내삶을정돈할수있었다.ㅡ독자의삶을디ㅜ돌아보게하는시란그리많지않다.내가삶을영위하지못했다는자기진단이그정돈의핵심이다.(……)내가삶을누리지못하는동안,삶은나를스치고지나가고있었다.마흔몇이라는생애의귀퉁이가벌써나달나달해진것같아.>

희망이란때론사람을얼마나추하게만드는것인지
네가사십대에이르기까지깨끗한영혼을가지려면
희망을갖지않을것
아예그싹도보이지않게와장창절망해버릴것
그것이이땅에서희망을갖는유일한길이다ㅡ「희망에대하여」중에서

시인은특히거울속에서자신의이상을키워가려했던어릴적의모습은상실하고,자신이그토록닮지않으려했던지난날의아버지를발견하게되는현실을안타까워한다.

그너머감춰진탐욕스런아집이담긴눈빛
영락없는아버지가그거울속에계셨다.
(……)
아마나의아들도나를닮지않으려고할것이다
그리고아이가40이될무렵이면
아이도나를닮았다는것을느낄수밖에없다는사실이,
비켜갈수없는전승이그거울에박혀있었다.ㅡ「40세」중에서

떠나간사람에대한추억과자신의삶에대한반성
배문성시인의시에는한가지잊을수없는사건이나온다.그사건과배문성시의관게에대해이문재시인은다음과같이설명하고있다.<내친구의기억은아버지이고추억은'분열증을낳은산행'이다.유년기에이미반면교사로결정(기억)된아버지.시인에게아버지는'나에게되어서는안될사람'이었다.성년이유시인은평생끝나지않을'산행'ㅡ선배와함께지리산에올랐다가,악천후를만나그선배를잃었다.ㅡ을추억하며살아간다.>

지나친나무와바위,산아래달려가는바람,그사이로피어오르던안개구름,언뜻비치는햇살,잠시땅에누워하늘을보면햇살에비친나뭇잎이겹치고겹쳐서가느다란빛의통로를열어주던……앞서가는친구가남긴세찬숨소리,벌거벗은사내들의등을때리던하얀물줄기,무심하게물위여기저기다니며더이상날갯짓을하지않던잠자리들의주검,철지나고동색으로썩어가던산목령,연보라채익지않은산국과키큰고사리잎,초롱꽃,산나리,키를넘는조릿대그늘에숨어있던뱀지나가는소리,산너머로가득채운먹장구름,언뜻빛을내고사라지는번개,발아래찢어지고있는번개를내려다보는두려움,드러누우면온몬에쏟아지는별들,북두칠성과,그사이로지나가던야간비행기의안전등,그래인공위성과샛별,카시오페이아,동트기전에남동쪽하늘에잠못이루게하던기슭에서올라오던산바람소리

기억에는사실은사라지고느낌만남아있습니다
앙상하지만증거처럼박혀있는인상만있지요
중요한것은앙상하게남아있는것들입니다ㅡ「분열산행기」중에서

시인의작품에는이러한오래된경험이기억이라기보다는느낌으로남아있다.선배를잃은사건은시인의인생에커다란부담으로작용한다.즉살아남은자로서부끄럽게살지말아야한다는의식이시인의정신을지배하고있다.이것은또한시인개인뿐아니라우리모두의몫이기도하다는것을일깨워준다.

누가떠나고누가남았을까
그리고누가저별빛어디에
네가숨어있는지찾고싶었다
사라지지않고
어딘가숨어있으리라
내가눈을감을때만나타나
나를보고있을너를
나도보고싶었다ㅡ「달맞이꽃」중에서

용서를구하지만화해해줄타자가없는외로운삶
배문성시인의시에는기다림에지친외로움이강하게배어있다.그러나그대상은오지않는다.시인은<겨울이다가고서야나는왜버림받았다는사실을알게되었을까/나는왜아무도나를기다리지않는다는것을몰랐을까/사실나는누가나를기다리고있을것이란생각에몰두해있었다>(「노을의집」에서)라고말한다.그리고혼자남아서삶을살아가는심경을다음과같이노래한다.

잊어버리는것이아무것도아니다
잊으려고사는것이,
남아있어야한다는것이
사무치는일이다

네앞에서저렇게물들고있는노을앞에서
들어가지도못하고
돌아서지도못하고
남아서지키고있다는것이
미치는일이다ㅡ「노을앞에서」중에서

이문재시인은이러한기다림의정서를다음과같이설명한다.<배문성시의화자에게는속죄하고화해해야할대상이존재하지않는다는것이다.손을내밀며미안하다고말할수있는타자가없으므로,'이제그만됐다'라며품을열러줄타자가없으므로시의화자에게화해는원천적으로봉쇄되어있다.그러니그에게기억과추억은천형이다.그에게는살아있기그자체가천형이다.천형을받은자의,치사량에가까운외로움은세상에서저녁만을본다.아니,세상의저녁만을갈아내고자한다.>

나는절대로용서받을수없다는것을알고있습니다.
평생을미안해하면서살아야되겠죠
사월에도나뭇잎이떨어지는것은
세상모든것을다보았기때문일겁니다
너무오래머물러있는기억들이나뭇잎마다가득한거지요
하나씩둘씩떨어지는겁니다ㅡ「숲」중에서

시인의외로움은누구도동참해줄수없는경험이다.그러나배문성시인은자신의개인적인경험을인간누구에게나있는보편적인외로움으로승화시켜서독자를자신의시속으로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