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의 산수 (강정 시집양장본 Hardcover)

백치의 산수 (강정 시집양장본 Hardcover)

$9.01
Description
강정 시인의 이번 시집 『백치의 산수』는 기존 시집들과 다른 지점에서 시적 파동을 전달한다. 일찍이 당져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시어들이 강정 시가 발산하는 에너지의 핵심이었다면 이번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당겨진 활시위가 놓여난 순간, 하나의 상태가 다른 상태로 변화한 순간 발생하는 혼돈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저자

강정

저자강정은1971년부산에서태어났다.1992년<현대시세계>로등단했다.시집『처형극장』.『들려주려니말이라했지만,』.『키스』.『활』.『귀신』과산문집『루트와코드』.『나쁜취향』.『콤마,씨』등이있다.

목차

1부백치의산수


광부
사진사
웃는거울
마임
잊힌부계父系
토끼소년의노래
인어의귀환
무릎이꺾인음악
머뭇거리는기도
피아노의피안
비탈의새-동혁에게
녹슨꽃
공기놀이
죽음의외경畏敬,혹은외경外經
할말없이
그림공부
백치의산수
화염무지개
달의혈족


2부흡혈묘목

실패한산책
평범한전이轉移
가을산파
침묵사냥
수은의새
물의백일몽
정오의지진
잃어버린말
너를사랑한흡혈귀
가시
흡혈묘목
맴도는나무
사슴과사자
예수의뜰
바닷가화가
게면조
첼로의바다
꽃의그림자
경부회귀선
무조無調

출판사 서평

시원에가닿는광활한주름의언어,
시공을반죽하는이미지축조술,
강정의시는자성을띠고전율하는태초의자석이다!


부연설명이필요하지않은시,저마다의강정으로존재하는시,자유롭고찬란한한국어로쓰인에너지그자체인시.한국문학에서가장‘시인같은시인’으로손꼽히는강정의여섯번째시집『백치의산수』가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귀신』(문학동네,2014)이후2년만이자1996출간한첫시집『처형극장』이후20년만의작품.2015년‘현대시작품상’수상작중1편인「토끼소년의노래」를포함해모두40편을담았다.

강정의시는반영과반사의산물이라기보다스스로가원료이자재료인시다.시원으로서그의시는해석을필요로하지않는다.재료의질감으로파악하는회화,음역과장단을통해단도직입하는음악처럼언어의질감을최대한많이인식하는것이강정시와교감하는방법이다.영혼의근육을이완하고수용할수있는소리와리듬,감각의한계를확장할때강정의언어는인식의지반을흔들고영혼에지진을일으킨다.

이번시집『백치의산수』는기존시집들과다른지점에서시적파동을전달한다.일찍이당져진활시위처럼팽팽한긴장감을주는시어들이강정시가발산하는에너지의핵심이었다면이번시집에수록된작품들은당겨진활시위가놓여난순간,하나의상태가다른상태로변화한순간발생하는혼돈의에너지를발산한다.표제작「백치의산수」는외부와내부가공존하는‘현관’이라는공간에서행해지는‘백치의연산’을통해생사의경계,이성과감성의경계를뒤섞는다.

현관에놓인신발들을보니이집에없는사람이살고있구나
괜히문밖으로나가노크를한다

아무소리도들리지않는다

문을열고들어와신발을벗고신발개수를확인한다
검은색과푸른색신발이있고
흰신발이하나구겨져있다

흰신을신고잠깐나갔다가
돌아오자마자검은신발로갈아신는다

흰신을신은자는밖에있는데,
흰신이말하려다턱이빠진사람처럼
나를올려다본다

푸른색신발위엔지난봄의나비가어른거린다

-「백치의산수」에서

첫시집『처형극장』에서강정은시인을일컬어“살아서죽음을보여주는”존재라고했다.그리고이어서말했다.“죽음을살아낼테야.”죽음을살아내는강정고유의역설은『처형극장』이후출간된어떤시집에서도독자를실망시킨적이없다.이번시집『백치의산수』에서도‘죽음의생기(生氣)’는시곳곳에등장한다.「흡혈묘목」은어둠과피,즉‘죽음’을통해영원히사는드라큘라를모티프로강정시가도달하고자하는궁극적어둠의실체를보여준다.그곳은“해의진심”에상처받은영혼을치유해주는생명의밤,치유의어둠.신작『백치의산수』는시인강정의시론을발견할수있는‘강정읽기’를위한텍스트이기도하다.
그래,나는밤이되어서야살고
밤의더깊은속으로들어가기위해
당신의혈관을탐식하는것이다
나를만지면모두죽는다
내가못죽을죽음을대신사는것이다
나를죽이려하면모두거짓말쟁이
거짓의태초를박멸하는짓이다

(중략)

누구,해의진심에상처입은사람있다면
볕을피해내곁에와쉬라
아무말않고울렁대는대낮의신음이낯선시로들리다면친구여,
내뿌리를거둬당신의쪽방한구석에
신이버린생명의뼈대인양자그맣게걸어두셔도좋겠다
네피를마셔네가오래아픈이유를보여줄테니
밤이길다
나는나의누명을혼자사랑한다
내안의모든핏기를지워
잎도열매도키우지않는
지상의단한그루나무가되리

-「흡혈묘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