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신화 (이재훈 시집양장본 Hardcover)

벌레 신화 (이재훈 시집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명료한 이미지와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재훈 시인의 세 번째 시집『벌레 신화』. 시인은 세계의 쏟아지는 폭력에 대해 등을 말고 웅크린 채 견디는 식물적 능동에 대해 말한다. 이는 비극적인 현실을 살아 내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방식이다. 시인은 이처럼 땅바닥에 가장 낮게 엎드린 벌레의 목소리로 이 세계를 이야기한다.
저자

이재훈

저자이재훈은1972년강원영월에서태어났다.1998년《현대시》로등단했다.시집으로『내최초의말이사는부족에관한보고서』,『명왕성되다』가있으며저서로『현대시와허무의식』,『딜레마의시학』,『부재의수사학』,대담집『나는시인이다』가있다.현대시작품상,한국시인협회젊은시인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벌레

기이한탄생들
짐승의피
치미는몸
햇칼
녹색기사
주술적인간
밀랍
수메르
빙하의고고학
가운데땅
허공의사다리

2부
평원의밤
신비한비
거리의왕노릇
맘몬과달과비
유형지
나르치스
대리자
기복
노예선
스틱스
나쁜병
번제
녹색섬광

3부
향연
불혹
구렁
저자의말
벌레장
동화의세계
맛보는공동체
풀이던진질문
미적인궁핍
황금의입
하이델베르크
악행극
작은뿔

출판사 서평

원시적감각부터신화적상상력까지
환멸을견디는꿈의언어,현실의의지
벌레가된시인이읊조리는기도


1998년《현대시》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이래명료한이미지와풍부한상상력이돋보이는시들을선보여온이재훈시인의세번째시집『벌레신화』가출간되었다.『벌레신화』를통해시인은세계의쏟아지는폭력에대해등을말고웅크린채견디는식물적능동에대해말한다.비극적인현실을살아내기위해환멸을끌어안고더욱적극적으로고통을느끼는방식을택한다.땅바닥에가장낮게엎드린벌레의목소리로이세계를이야기하는것이다.

■지옥을사는시인의태도

지옥이라부를까.
창이내옆구리를찌르고,꼬리는빠져시큰하고
벌건불속에서뼈를드러낸채
날뛰는날들을일상이라부를까.
(……)
일상이일상을읽는밤.
내몸이불어터져고통을읽는밤.
―「뿔」에서

고통을생생히느끼며견디는사람은고통스럽다.감각을잊은채떠밀려사는것이견디기에는적합한방법인지도모른다.그래서우리는자주스스로에게마취와환각을허락한다.감각과생각을예리하게느끼는순간고통을감당해야하기때문이다.일상이지옥임을애써잊으려는시대.반성이낯설고머쓱해진시대에시인은다시,왜이렇게되었느냐고묻는다.마취되어둔해진사람들을깨우는시.지금여기를생생히감각하게하는시는아프다.그러나시인은각성을모르는타인을야단치거나계몽하지않는다.스스로를향해조용하지만끊임없이물을뿐이다.“우리는어디에서짐승처럼왔을까”,“그때우리는참담했을까.”(「짐승의피」)라고말이다.

■무너진곳에서시작하는기도

당신과내가오래되고깊은성에무릎꿇고
오래오래기도하면된다.
(……)
무릎꿇는일과화답하는일이
저마을의시간을바꿀수있을까.
성벽사이로가느다란빛이스며든다.
전쟁으로성벽은무너졌으나
그곳에서사랑은늘시작되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시인이온시간을다해살아온이세계는부패했고,“무너졌”다.그야말로폐허다.“꼰대들”과“위정자들”(「녹색기사」)로가득하다.그토록비겁하고사악한세계를살아온시인은지쳤다.그러나시인은무너진곳에서다시기도를시작한다.환멸을느끼지만,끝내포기하지않는다.이렇게오래나쁜채로있던세상이과연바뀔까하는의심을하지만결국에는“무릎을꿇고오래오래기도하면된다.”라고결론내린다.“오래오래기도”하는것.그것은“당신과내”가바꿀세상에대한믿음이다.세계에남은,세계를바꿀“사랑”에대한믿음이다.시인은“전쟁”과같은폭력에의해무너진세계가사랑에의해다시세워질수있음을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