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신달자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북촌 (신달자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신달자 열네 번째 시집 『북촌』. '북촌'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시집에 실린 70편의 시들은 오로지 ‘북촌의, 북촌을 위한, 북촌에 의한’ 것이다. 갓 스물에 등단하여 반백 년 넘게 시와 함께 흘러온 그녀는, 삶의 고뇌를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하며 우리 문학에서 여성 시의 영역을 개척하고 대표해 왔다.
저자

신달자

저자신달자는시집『열애』,『종이』등이있다.공초문학상,정지용문학상,대산문학상등을수상했다.한국시인협회회장을역임했으며,현재대한민국예술원회원이다.

목차

1부

북향집
서늘함
한옥의나무향
계동가을
빛의발자국
붉은물
계동의달
헛신발
깊은밤
내동네북촌
공일당(空日堂)
늙은잠
불꽃
우연이아니다
한옥처마밑에꽃피는빗소리
신문
허공부처
나의의자들
나도마른다
음악이내린다
한옥처마밑의새소리
툇마루
대문앞쓸기
인공눈물
거창을다녀왔다
덕유산모산
메르스
오는봄
독방
독감
북촌가을
한말씀
다정이라는함
구겨지다
조각보앞에서
신록큐!
시인의집

2부

삼청공원
북촌마을안내소
유심사터
북촌의얼굴
계동백년
안국역
계동무궁화
한옥
계동아리랑
동림매듭공방
가회동성당1
가회동성당2
재동백송
인력거
한복데이트
백인제가옥
정독도서관
석정보름우물터
그사람,정세권
숲속도서관
창덕궁돌담길
입춘대길
북촌궁궐별장
골목산책
별궁길
삼청공원
북촌8경
흘러라흘러라피여!
복수초
성모님의옷자락
울음이없다
결혼기념일
호오
텃밭

발문|장석남
시간위에놓인계단

출판사 서평

한국의푸른피,붉은역사가흐르는600년고도서울의심장북촌
그골목구석구석에아로새겨진역사와문화와삶
시간과공간과사람사이를거닐며부르는북촌아리랑

●제사는장소를사랑하고,제사는시간을성찰하고,제사는숨결을노래한시집


신달자시인의신작시집『북촌』은2014년『살흐르다』이후2년만에엮은열네번째시집이다.『북촌』이라는제목에서드러나듯이,이시집에실린70편의시들은오로지‘북촌의,북촌을위한,북촌에의한’것이다.갓스물에등단하여반백년넘게시와함께흘러온그녀는,삶의고뇌를섬세한감성으로표현하며우리문학에서여성시의영역을개척하고대표해왔다.영랑시문학상,공초문학상,김준성문학상,대산문학상,정지용문학상등을수상했고,문화예술발전의공을인정받아은관문화훈장을받았다.한국시인협회회장직을역임했고,‘2016년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올해의주목할저자’로선정되는등시인으로서누릴수있는영예를모두누린그녀가두해전가을북촌으로이사했다는소식이들려왔다.

북촌로8길26,열평남짓작은한옥,그곳에신달자시인이살고있다.2014년가을,누우면“발닿고머리닿는/봉숭아씨만한방”으로이사한첫밤에그녀는새노트를펴고‘북촌’이라고썼고,그것이이시집의시작이되었다.그날부터계동의골목을,가회동의소나무길을걸으며,북촌이가진역사와문화와삶을가까이보면서,한편한편시를써나갔다.그곳의삶그무엇하나그녀를사로잡지않는것이없었다.북촌에사는내내“온몸의살과뼈피까지옹골지게도앓”으며“누가맘먹고호미로온몸을조근조근찢어대는”것처럼아팠지만,북촌을써야한다는의욕으로통증을견디어냈다.그런절실함으로써낸이시집에는“지상에서가장애틋한언어”이자“혀가잘려도해야할말”이오롯이담겨있다.
그녀의한옥이얼마나작으냐하면,집은앵두만하고,도토리만하고,할아버지노방저고리단추만하고,외할머니은가락지만하고,대문은명함한장만하고,밤톨만하고,닭벼슬만하고,입술연지만하고,마당은앞니만하고,화투장만하고,강아지혓바닥만하고,코스모스두잎같고,방은봉숭아씨만하고,구절초한잎같고,참새눈알만하고,새발자국만하고,탱자알만하고,열쇠구멍보다작다.그녀는이렇게작은집에서“쌀한톨만한하루”를보낸다.“딱명함한장만한대문위에”내걸린‘공일당(空日當)’이라는문패에서,다비우겠다는,그래서새로이채우겠다는,비움이곧채움이라는시인의마음을읽을수있다.“더낮게더낮게”“알몸알마음으로흐르”겠다는다짐이다.

혼잣말로“한지가너덜너덜찢어”지고,눈물콧물로벽지가흉하게얼룩질만큼외로워“홀로/파르르떤다”.혼자사는두려움에한옥섬돌위에남자군용신발하나놓아두었다가“아침문열다가내가더놀라/누구지?/더오싹외로움이밀려”온다.“한옥창열고먼곳에/불켜진창하나본다//저창안에누가사나?//더높은곳에서보면/나의창도아름다울까/지상에가까스로핀별꽃처럼/아득하게나도그리움이될까”사무치는그리움에“몸을돌돌말아/뒹굴어본다”.“물컹한외로움을억지로꿀꺽하는서러움”을느끼며“붉은고추널어놓은/옆집한옥마당에/나도누워뒹굴면/온몸배어나는설움마를까”생각한다.그리고아침에일어나“간밤내대문앞을지나가는사람의한숨/빈주머니를툭툭털다간사람들의흔적/끝내손을놓은연인들의아쉬움”을빗자루로쓸어낸다.

“가난하지만온몸을녹여주는목욕탕”이사라지고,“철물점이사라진다네딱하게보이는이발소도곧사라진다네/약국도사라지고없네/위태로운세탁소는그저고마운것”일만큼“계동골목까지쳐들어오는개발붐”에몸살을앓고있는북촌에서,“구두수선아저씨신문배달학생참기름집아줌마철물절아줌마”처럼“낮을수록사연많은”사람들을만나면서그녀의일상이바뀌기시작한다.창으로스미는햇살그림자,푸릇한새벽빛,한옥의순수한나무향,처마밑에꽃피는빗소리,흐드러지게부르는새소리가들리기시작했다.경복궁과창덕궁사이골목골목에서만나는근대사의유적과인물들,그곳에사는사람들이빚어내는풍경들을바라보며,“골목으로들어서골목으로돌아돌아/다시골목으로이어지는”“골목골목이소곤거리고계단마다반짝거리는햇살”이부서지는북촌에서그녀는“열평만내것인줄알았는데/북촌이다내것”이라는충만함을느낀다.그녀는북촌을“고향품”같고“엄마품”같다고,“내생의중심”이자“내혼의종착지”이자“내생의출발지점”이라고노래한다.
“느리게느리게북촌을걸으며되돌아서서/걸어온내생을”바라보며,“지난시간들을어루만진다”.그러다“노후의계단을/시큼하게본다”.“강을천개나건너”고“넘치는생의해일이”몇번이고그녀를쓸어넘어뜨린고된삶이었지만,“출렁철렁/그비릿한것들/질퍽거리던것들다어디가”버리고,지금은눈물마저“빈젖”처럼“바짝마른멸치같이”말라버렸지만,“내몸에/어린발바닥꼼지락거림이아직남아”있음을느낀다.

“극세공의필치로쓴역사가있고/핏줄을뽑아그린화가의그림이있고/목숨으로지킨나라사랑이곳곳에보일”“단한마디아름다움이란말놓칠수없는/북촌”은“이골목저골목이모두역사의현장”이며,“북촌의어느땅이건다성지다”.“일제시대가흐르고/한국전쟁이흐르고새마을운동산업화시대가흐르고/알파고시대”가흐르는,“지금도스치면불붙는”뜨거운피가흐르는곳이다.가장오래된것과가장새로운것이섞여있는곳,북촌.“고요를만지다가더큰고요로/나직하게침묵의길을걸으면서”,“이집처마와/저집처마가/닭벼슬부딪치듯/사랑싸움을하”는사람냄새풍기는북촌.“누구라도아늑하게마음을담는”,“누구라도의지하고말터놓고싶은”,“내몸보다더편안한곳”북촌을노래한이시집에서우리는“어디라도손내밀면누구라도만날수있는/따뜻한길이열리는시간”을만난다.
북촌은“구부러지고휘어지고절룩이고삐뚤어지고입돌아간병신들/못나고무식하고가난하고마음조차찾지못하는사람들”을“안아주고보듬어주는사랑의피가도는곳”이자“믿음의꽃역사의나무가출렁이는기적의땅”이다.“오늘도배회하고헤매고그리운것찾다지쳐찾아오는사람”을“두팔벌려우리를기다리는품이넉넉한”곳이북촌이다.“깨진마음의정강이”를“호오오오호오오오불어주던”“외할머니그따뜻한입김”처럼“옛다다나았다다시호오오오해주면/아픔은온적없이사라지”는그곳이바로북촌이다.
“나의대표작은오늘밤에쓰는시”라고말하는그녀는“온몸을웃으며행복해”하며오늘밤도북촌을시로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