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훔친 기적 (강지혜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내가 훔친 기적 (강지혜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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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강지혜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내가 훔친 기적』. 강지혜의 시는 언제든 폭탄이 터질 수 있고, 누구든 그림자에 빠져 죽을 수 있으며, 무엇이든 팔방으로 찢겨져 버릴 수 있는 세계에서, 서로를 껴안는 자의 기적을 보여 준다. 숨길 수 없는 통증을 빛나는 감각으로 변형하여 세상에 비춘다. 거기에 반사되는 우리들의 투명함, 시인은 그 견딜 수 없음을 노래한다. 그 노래는 아름다우며, 그 노래는 기적에 가깝다.
저자

강지혜

저자강지혜는1987년서울에서태어났다.
2013년《세계의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

목차

I.나는낙반입니까
큐폴라13
벽으로15
모든‘비긴즈’에는폭탄이18
아이돌220
부록22
패스26
요람에누워29
네가준탄피를잃어버렸다32
영웅34
가진것이없는데38
차장N씨의시말서40
의자들고전철타기42
줄타기44
화단을가꾸려했다47
장도리든자52
흔들리는이야기54
야간공사56
좁은길58

II.지켜지지않는작은방
무정박항해63
응원65
장마68
미아70
나와같은사람을만나서72
커다란발을갖게되었다74
전쟁하고싶어지는날입니다76
당신이훔친소금78
美幸81
아버지와살면82
집으로가요84
빵냄새가난다86
떠나며88
동어반복90
샬레안에서92
태몽94
발모광96

III.백만개의미래가불탈때
기적103
떠나는쉬바106
프루라이터스109
벽1111
벽2114
브라질리언왁싱116
껍질118
방(房)122
산상수훈124
피닉스126
사냥을떠나요128
기차의겉130
숨쉬는파이132
나와묘지씨와일몰133
우리에게더좋은날이되었네135
원하는무늬136
심부름138

작품해설│박상수141
의자들고지하철타기-부릉부릉낭독회

출판사 서평

아름다운의자를들고퇴근시간전철을타는것그리고
상처입은서로를말없이끌어안는것그리고
강지혜의시를읽는것그리하여
기적을훔치는것

■불안함:아무도나같은건,

소리없이터질까봐
그런데죽지않을까봐
-「모든‘비긴즈’에는폭탄이」에서


모든시작은불안이라는폭탄을품는다.강지혜의질문은더욱직접적이다.“나는낙반입니까?”낙반은이른바막장에서천장이나벽의암석이떨어지는것을뜻한다.첫시집1부의제목치고는비관적이다.이의미심장한비관은불안에서비롯된다.처음내딛는이한발의앞이수평인지,밝음인지,시인은확신하지못한다.우리는한치앞을모르고소리도없는폭탄이터지지만죽지도않을까봐숨죽인다.강지혜의속삭이는비명(불안)은세계에대한공포이자울음이다.나의불안은내안에서는최대치이지만,타인에게어느정도일지가늠하기어렵기에,아무도나같은것의불안에관심이없을것이라는일관된의심은일견자연스러워보인다.시작하자마자갱도의끝,낙반이되어버린듯한불안에서시인은놀랍게도‘장도리’를든다.불안을이기는용기는불안에대한무지가아닌,불안에대한인식에서시작되는것이다.여기삶을알아버린시인이기억이라는폭탄을안고장도리를든채뚜벅뚜벅걷는다.그걸음은누구에게향하는가.

■기억함:지금쯤우리가태어나고있어,

삐쩍마른엄마,엄마,엄마를만났지나는이제거대하니까내구멍으로들어와,주세요
-「커다란발을갖게되었다」에서

시작은아버지일것이다.그리고어머니일테다.그럴수밖에없음을우리는잘알고있으나,강지혜시집『내가훔친기적』에서의기억의풀이는사뭇다르다.시인은자신의시작인부모앞에서장도리를들고서있다.그리고기억을꺼낸다.아버지의빈방과어머니의빠칭코에서시의화자는유년의트라우마를핑계삼아폐륜을저지르려하는가?폼만잡는것인가?하지만너무경악할필요는없다.시인에게는구멍이있다.슬픔이차는구멍,거대한구멍,어머니마저담을수있는기억의구멍.심지어“이번생은애벌빨래야”라고말할수있는위트가있는구멍.물론장도리를들고있는시인의손은여전히힘이세다.강지혜의시는무병난사람의기억처럼장도리를휘두르며,다른감각을우리앞에부려놓는다.거대한다마(공)을딸의눈에박으려는어머니,서로를물어뜯는영아와유아,치트키를쓰며「프린세스메이커」를하는게이머아빠들……시인의기억에서뭉치고흩어진다.괴기스럽지않다.우리는강지혜의기억안에서손가락버린곳의비밀의공유한사이가되어,이아름다움을즐길수있다.

■마주함:꼬리에입을맞추며다시,

씨앗을찢어야만자랄수있는줄기에대해
어둠을등져야만굴절될수있는빛에대해
-「벽2」에서

강지혜의첫시집『내가훔친기적』의탄력은온갖험악한기억이꼬리표처럼붙는삶이라할지라도,결코그것을포기하지않는다는데있다.우리는시집의종반부곳곳,제주도현무암의표면처럼송송뚫린구멍앞에잠시멈춰,숨을골라야한다.너무나숨가쁘게달려온것만같다.시인의불안과상처가,용기와의지가꼭내것인것만같다.그리고시인의노래로인해,우리에게더좋은날이되었다.해설을쓴박상수시인은『내가훔친기적』에서손꼽히게아름다운시「의자들고전철타기」의마지막배치를살짝바꿔서읽는다.“전철안으로한무리의사람들이구겨저들어왔다밀지마세요밟지마세요미안합니다미안하지만불쾌합니다//이것은의자,별처럼빛나는의자.”강지혜의시는불안과상처,폭력과애증을온몸으로돌파한다.장도리를들고,노래를부르며.하지만실제우리의삶은퇴근시간전철에서사랑하는의자를안고있는사람인것이다.사랑하는의자,사랑하는동생,사랑하는남편,사랑하는모든것…….강지혜의아름다운돌파를마주한우리는,시집의꼬리에입을맞추며이모든사랑을지켜나갈수있는힘을얻는다.그것이우리가시인과함께훔친‘기적’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