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양항로 (오세영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북양항로 (오세영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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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주변의 사물과 자연에서 삶의 진리를 이끌어 냈던 오세영 시인이 신작 『북양항로』를 출간했다. 반세기에 이르도록 왕성한 활동을 보인 시인의 열아홉 번째 시집이다. 네 개의 부로 구성된『북양항로』에는 총 60편의 시가 실렸다. 등단 이후 한결같은 서정시의 길을 걸어온 시인은 맑고 투명한 시선으로 자연과 사물을 구분하던 ‘나’라는 피아의 벽을 허문다. 벽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오랜 입원 끝에 병원을 나선 청년’과 ‘이제 막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바라보는 하늘이 다르지 않다. 눈부신 햇빛에 휘청거리는 청년에서 시작한 시가 반들거리는 개구리의 눈으로 끝나는 순간은 읽는 이에게 시선의 낙차를 경험케 한다. 그러나 청년의 눈이든 개구리의 눈이든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봄은 아름답다.
저자

오세영

저자오세영은1942년전남영광에서태어났다.1965~1968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등단했다.시집『봄은전쟁처럼』,『적멸의불빛』,『시간의쪽배』,『별밭의파도소리』,『바람의아들들』등과학술서『시론』,『한국현대시인연구』,『한국낭만주의시연구』등이있다.

목차

1부
나비1
나비2
경칩
무지개
월식2
조춘(早春)
낮달
입춘
호수
천둥벼락
진달래만개
묵독
용접
유성(流星)

2부
좌절
그도요새는어디갔을까?
먼산
탕자
북양항로(北洋航路)
나이일흔
과목(果木)
다만바람이불었다
모래성
발자국
갯벌
동화(童話)
그래서어떻다는것인가.
유니세프아동구호기금
기다림
한생애

3부
모닝콜
속도는멈추기를꿈꾼다.
꽃씨를심다
꽃눈
오자(誤字)
빈들
제왕절개수술
야간학교
빈집
당신의부지깽이는어디있나요?
어떤날

꽃밭풍경
가슴
집수리

4부
주목(朱木)
술잔
폴리스라인
반쯤
소화제
입관
본색
노숙자
비빔밥
노역
꽃2
개화
혁명재판
온난화
문장

작품해설/이숭원
비의환각,시인의길

출판사 서평

우리주변의사물과자연에서삶의진리를이끌어냈던오세영시인이신작『북양항로』를출간했다.반세기에이르도록왕성한활동을보인시인의열아홉번째시집이다.네개의부로구성된『북양항로』에는총60편의시가실렸다.등단이후한결같은서정시의길을걸어온시인은맑고투명한시선으로자연과사물을구분하던‘나’라는피아의벽을허문다.벽이사라진세계에서는‘오랜입원끝에병원을나선청년’과‘이제막동면에서깨어난개구리’가바라보는하늘이다르지않다.눈부신햇빛에휘청거리는청년에서시작한시가반들거리는개구리의눈으로끝나는순간은읽는이에게시선의낙차를경험케한다.그러나청년의눈이든개구리의눈이든이제막열리기시작한봄은아름답다.
시인은이렇듯자연과인간의분절을끊고살아있는존재로서의공통감각에초점을맞춘다.그러나이런화해만을다루는것은아니다.우리삶에희로애락이함께하듯,시인은삶의회의와고독또한놓치지않는다.자신을새로,시를구름으로비유한시인은“구름한점물어오기위해”매일하늘을날아올랐지만,구름도곧“허공에뜬한줄기연기”에불과했다고씁쓸하게읊조린다.「나이일흔」이라는시의제목이더욱의미심장하게느껴지는대목이다.경지에이른서정성과노년의성찰까지담은『북양항로』에는시인오세영의50년시력(詩歷)이응축되어있다.

■시인,사물의앓는소리까지듣는존재

적막속에서
벽시계꼴딱꼴딱,
냉장고그렁그렁,
웅얼대며뒤척이는에어컨,
수도꼭지가똑똑떨어뜨리는코피,
세상은온통신음으로들끓고있나니.

어쩌다인간에게붙들려
잘리고,깎이고,얻어맞고,녹여져
마침내이처럼
길들여진노예가되었을까.
―「노역」에서

오세영시인의시는어렵지않게쓰였다.이말은결코‘쉽게썼다’는말과일맥상통하지않는다.오히려누구에게서도그이해를끌어내기위해시인은더욱낮게몸을수그린채로세계를바라본다.낮아진시인의귀에는모두가잠든한밤중에집안을채운고단한신음과앓는소리가포착된다.우리의일상에당연하게속해있는벽시계,냉장고,수도꼭지가시인에게는“어쩌다인간에게붙들려”“길들여진노예”들이다.시인은사람과자연,사물을자연스럽게오가며몰입하였다가빠져나오고,거리를두었다가가까이다가간다.카메라의줌인과줌아웃을반복하면서우리주변의일상적인것들에새로운의미의차원을덧입히는것이다.오세영시인은너무평범한나머지아무도시의소재로삼지않은것들을문학의영역으로끌어들인다.마치세계를구성하는모든것에문학의이름을붙여주려는듯시인은그무엇도소외시키지않는다.

■삶,나이를먹어도여전히곤란한것

그림자를벗어버려야나는
내가되는줄알았다.
그래서나는항상당신의손목을놓고싶었다.입학식에서
당신의손을뿌리치고학생이되었다.
결혼식에서
당신의손을뿌리치고지아비가되었다.
(……)
그러나이제내게뿌리칠것이없어진
노년의어느날,
너홀로가라고당신은
더이상나를붙잡아주지않았다.
―「동화(童話)」에서

우리는흔히나이를먹으면더지혜로워진다거나,삶의진리를깨우칠수있다는착각에빠진다.그러나나이듦과함께찾아온삶의문제는여전히버겁기만하다.학교를졸업하고,직장을퇴임하고,자식들도잘키워어깨의짐을내려놓았는데,이곤궁함은도대체어디서오는가?책임으로부터벗어나자유로워진노년이란환상이다.오히려책임과역할이사라진순간‘나’에게는남루하게늙은육체와피로한정신만이남는다.시인은“더이상나를붙잡아주지않았다.”며단독자로서직면한고독과곤궁함을솔직하게털어놓는다.오세영시인의시는아직노년의고독과아이러니를경험하지못한사람들에게예방주사처럼삶을견딜항체를만들어준다.화려한미사여구로쓰인거짓은삶을끝까지봉합하지못한다.한줄의진실이우리를의연히견디도록만들뿐이다.시인은그진실이보다많은사람에게전해지길바란다.자신이어렵게깨달은성찰을쉽게쓰는것,50여년을항해한오세영시인의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