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피스트 (김이강 시집 | 양장본 Hardcover)

타이피스트 (김이강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0.00
Description
빛과 어둠으로 말하는
조도照度의 시, 시의 조도照度

2006년 《시와 세계》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이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타이피스트』가 민음의 시 250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번째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이후 6년 만이다.
이전 시집에서 일상에 환상을 접붙여 황홀하고 불안한 상상을 길러 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빛과 어둠으로 세계를 드러내는 독창적 시선을 연출한다. 빛으로 세계를 드러내는 건 사진과 영화 같은 이미지 매체의 방식이다.
김이강의 시는 그런 점에서 한 장의 사진이거나 한 편의 영화를 닮았다. 빛의 양을 조율하며 언어를 탐구하고 이미지를 재현하는 시인은 이때 영화감독이거나 사진가에 가깝다. 시간은 빛을 통해 전개되고 시는 그 빛들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무늬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빛과 어둠은 『타이피스트』에 흐르는 시적 에너지의 발산처인 동시에 세계의 이미지를 기록하는 ‘타이피스트’다. 세계의 ‘타이피스트’가 기록한 빛과 어둠의 감각은 언어와 이미지를 경험하는 익숙하고도 낯선, 순간적이고도 영원한 찰나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저자

김이강

1982년여수에서태어났다.2006년《시와세계》로등단했다.시집『당신집에서잘수있나요?』가있다.제2회혜산박두진젊은시인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안개속의풍경
등대로
태양이밀려드는바다
길언덕그리고타워
메리언배드
해변의작은식당에서우리가했던일
그빛에입구가있었다면
나는어떻게걱정을멈추고폭탄을사랑하게되었을까
고릴라와함께
센느
기우
코르크마개
슬로바키아로가는길목의누드비치
낮과밤그리고멈추어지지않는것들
바다가보이는주유소
석양의버스

2부
지금은양파
코르크마개
서늘한식당에서
극장앞에서
바위산
나사의회전
정거장가는길
TheTypist
하오의문
동거
푸르고녹슨밤
분수대근처
헤겔의안개
폭포수는국경을넘고
낮과밤,그밖의날
먼바다

3부
표지가꽂힌욕실
다리가있는강가
만개
화병이있는창가
서울,또는베를린의겨울에대한생각
우리의숲은끝나지않는다
네가잠든동안
그곳에가지못한날
의자머플러밤
탐험
봄날

기린산책
흐린날오후앉거나걷기
자전거여행
폭설
해변속의너
브라티슬라바
작품해설-그말(빛)이시간속에삶을깃들게하였다(송종원)

출판사 서평

■빛과어둠속에서영원을꿈꾸는“너”

검고하얗고고요한너의윤곽안으로한번도본적없는무늬들이가득찬다.
―「태양이밀려드는바다」에서

사진과영화같은이미지매체는빛을이용해세계를드러낸다.김이강의시는그런점에서한장의사진이거나한편의영화를닮았다.빛의양을조율하며언어를탐구하고이미지를재연하는시인은사진가나영화감독에가깝다.시간은빛을통해전개되고,시는그빛들이만들어내는독특한무늬이기때문이다.이때빛과어둠이드러내는대상은다름아닌“너”다.
“너”는내곁에서눈을감고노래한다.“너”는누구라고정의할수없는다수이며,특정할수없는시간이다.‘태양이밀려드는바다’처럼이미지는어딘가에고착화되지않고끊임없이움직이는것임을시인은“너”를통해나타낸다.이반복이꿈꾸는것은영원성이다.그러나현실의공간에서시간은유한하다.바다에“괴로운”이라는말을새겨놓은것은이러한사실을강조하기위함인지도모른다.무한을꿈꾸지만,그것은유한속에서어렵게일어나는사건임을씁쓸하게새겨놓으며시인은현실의괴로움과어려움을배제하지않는다.고난을배제하지않는것.이는『타이피스트』의윤리이기도하다.

■한번도느낀적없는감각들의개화

거대한어둠이었다토마토는익히면무언가강력해진다고어디선가들었던일을떠올렸고프라이팬이있고잘구워져부드럽게핏빛이도는고기가있고
―「낮과밤그리고멈추어지지않는것들」에서

빛과어둠의또다른역할은그들아래혹은위에있는질료자체의질감을더욱생생하게만드는것이다.김이강의시에서어둠은우리가시의질료와분위기에더욱몰입할수있게끔시선을유도한다.특히「낮과밤그리고멈추어지지않는것들」속의식탁은몰입을위해시인이연출한독창적공간이다.
어둠이짙어질수록우리의시선은토마토의둥그스름한형태와부드러운핏빛에고정된다.이어둠이극에달할때,시인은양초에불을붙인다.갑작스러운빛의침입에시선은분산되고잘차려진식탁은자리에앉아보기도전에환상처럼녹아내린다.이미지에잠재된새로운색감과열기,촉감이개화하는순간이다.이들은질료를더욱들여다보게할뿐만아니라일상의감각을흐트러트린다.안정화가깨어지면서나타나는것은‘불안’이다.어둠이이미지의밑바탕에서끊임없이요동쳐새로운감각들을깨어나게했듯이,불안도마찬가지로우리내부에서끊임없이요동쳐잠재된기억을회복하게한다.시인이시내부에서일으킨변화가시바깥으로,우리에게로흘러들어오는것이다.

■깊고넓은회복을거쳐눈부신세계로

깊고넓었지
부수어진나를
능숙하게조립하는너의손
―「TheTypist」에서

“너”는해와함께나를따라오며,이로인해“나”는어깨가잘린옷을입고있다.어깨가잘렸으니소매도없고손도없다.손뿐만아니라나머지몸마저잘려가는모습은일견언어처럼보일수도있겠다.일차원적으로재현하고해석하려는방식으로인해단순화되고도구화되는언어의현실말이다.하지만시인은이러한현실을내버려두지않는다.“자꾸만돋아나고/자꾸만움직이는”“너의손”으로회복시킨다.여기에서의“너”역시재현하고해석할수있는인물이아닌,일어나고있는현상으로서의“너”다.
“너”의손짓으로부수어진언어를다시깊고넓게회복시키는것.언어에더많은빛을비추고어둠으로이미지에잠재된가능성을일깨우는것.시인이꿈꾸며추구했던것이아닐까.『타이피스트』에수록된50편의시는그눈부신꿈을타이핑하는타이피스트의경쾌하고적극적인손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