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콜링 - 민음의 시 253 (양장)

캣콜링 - 민음의 시 253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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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3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캣콜링』이 민음의 시 253번으로 출간되었다.(심사위원 김행숙, 정한아, 조재룡) 2014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소호 시인은 첫 번째 시집 『캣콜링』을 통해 가장 새로운 ‘고백의 왕’을 선보인다. 2018년에 탄생한 ‘고백의 왕’은 성폭력의 유구한 전통과 끔찍한 일상성을 폭로한다. 『캣콜링』을 통해 세상에 나온 시적 화자 “경진”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낱낱이 펼쳐 보이며 가부장제와 폭력적인 일상에 거친 조롱을 뱉어 낸다.

고발과 폭로를 통한 심리적 진실이 시집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내면의 고통을 예술 작품으로 분출해 내는 ‘전시적’ 진실이 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니키 드 생팔 등 현대 여성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받은 시편들을 미술 작품처럼 배치하고 사진과 그림,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적 효과를 적극 활용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이 고통과 폭력의 현장을 다층적으로 마주하도록 한다. 거칠고 공격적이면서도 지적인 이소호의 시 세계는 격정적이고도 이지적인 시인들의 계보를 새롭게 이어간다. 이제 시집 『캣콜링』이 놓아 둔 카펫을 따라 경진의 전시관으로 입장할 시간이다.
저자

이소호

1988년호돌이와함께서울여의도에서태어났으며,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와미디어창작학부를졸업,동국대국어국문학과석사를수료했다.2014년[현대시]를통해등단했으며제37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발간된책으로는시집『캣콜링』,영어번역본(Englishtranslation)『Catcalling』,『불온하고불완전한편지』,산문집『시키는대로제멋대로』,『나를사랑하지않는사람에게...

목차

1부경진이네
동거
아무런수축이없는하루
우리는낯선사람의눈빛이무서워서로가서로를
함께세우는교회
경진이네―원룸
경진이네―5월8일
엄마를가랑이사이에달고
가족에관한명상1
경진이네―거미집
복어국
시진이네―죽은돌의집
별거

2부가장사적이고보편적인경진이의탄생
오빠는그런여자가좋더라
나는스페인어를읽지도쓰지도못해요
캣콜링
전의를위한변주
합의합시다
가장사적이고보편적인경진이의탄생
마시면문득그리운
송년회
사과문

3부한때의섬
한때의섬
망상해수욕장
혜화
밤섬
루즈벨트아일랜드
네가살지않는상하이
사라진사람과사라지지않은숲혹은그반대
연습
반사경

4부경진현대미술관
조우
마망
가장격동의노래
나나의기이한죽음―페인트와다양한오브제
누워있는경진
나를함께쓴남자들
내슬픈전설의29페이지

5부서른한가지이경진을위한아카이브
서울에서남쪽으로여덟시간오분
경계선하나를그으며
좁고보다비좁고다소간략하게
지극한효심의노래
다음생은부디남향
보리굴비,장아찌그리고디스토피아
경진이네―두꺼비집
마이리틀다이어리―우리집
마이리틀다이어리―경진이네
마이리틀다이어리―시진이네
가족에관한명상2
서른한가지이경진을위한아카이브
이경진,「행복한부모에게어떻게우울증을설명할것인가
(Howtoexplaindepressiontohappyparents)」,단채널영상,17,529시간,2013년

작품해설┃장은정
겨누는것

출판사 서평

당사자만존재하는내밀한세계

너같은거사랑하는건나밖에없어우린가족이잖아엊그제내가프라이팬으로네머릴친건사랑하니까그런거야내가얼마나사랑하는지이제알겠지언니는맞아야말귀를알아듣는거같아
―「우리는낯선사람의눈빛이무서워서로가서로를」에서

우리는얼마나많은‘우리’를맺고있을까.경진역시지긋지긋하게우리로묶이는수많은관계속에있다.그작고내밀한세계는거친폭력으로점철된곳이다.언니를살코기만발라먹고(「시진이네―죽은돌의집」),동생의손목을대신그어주고(「동거」),온가족의손바닥을제기위에두고못을박는(「경진이네―5월8일」)일들이일상처럼벌어진다.이관계에서제3자를위한자리는없다.오직피해자가아니면가해자가되는‘당사자의세계’이다.맞거나,혹은때리거나.언니를프라이팬으로때렸다는사실마저도사랑이라는이유로희미해져가지만당사자의자리에서읽는시는우리의숨을조이며육박해온다.관망자의자리를완벽히지워버린곳에는직접겪은듯한생생한진실만이있다.

겨누는시

캔버스에이미찢어진집을그린다
모서리를그린다모서리안에지퍼를잠글줄모르는아빠를
가둔다영원히
―「나나의기이한죽음―페인트와다양한오브제」에서

『캣콜링』의정점은단연4부‘경진현대미술관’이다.루이스부르주아,니키드생팔,실비아슬레이,트레이시에민등기존질서를전복하려는작업에몰두했던현대여성미술가의작품에영감을받은시가묶여있다.시인은그들의작업방식을통해차별과억압의현실을재현한다.실비아슬레이가남성누드를그림으로써여성들이캔버스위에서당해오던성차별을폭로했던것처럼폭력적인성관계내의피해자여성이“원래끝까지너만좋아?”라고외치며침대를박차고나온다.이때우리는경진의말한마디가아닌그말이나올수밖에없었던구조와상황을본다.하나의미술작품을바라보며여러함의를짐작해보듯시가그려낸현상너머의진실을가늠한다.이소호시인은수상소감에서시를쓰지않았다면어떤것도발설할수없었을것이라고말했다.『캣콜링』을덮은뒤우리는희미했던불행의징조들을더욱명징하게마주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