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손미 시집)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손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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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

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가 <민음의 시> 256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섬뜩하고 생경한 이미지를 더욱 단단하게 제련되었다. 그것들은 사랑과 작별, 다시 사랑함의 순환 혹은 삶과 죽음, 다시 태어남과 살아감의 순환 속에서 더욱 깊은 감정의 진폭을 품는다.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는 살아 있기에 고통스럽고, 아프기에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아름답고 참혹한 기록지가 될 것이다.
저자

손미

저자:손미
1982년대전에서태어났다.2009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시집『양파공동체』로제32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이제두사람은내것이다

옥수수귀신13
편두통14
물의이름16
아무날18
공21
최선22
돌저글링24
박터트리기27
정형외과31
그거32
사람을사랑해도될까35
모퉁이에공장36
방석38
사혈(瀉血)40
24시콩나물국밥42
불타는사람44
한마음의원46
창문48
질투50


2부나는무엇이되어가는가

통근기차53
빈집에물방울이54
목요일의대관람차56
전람회60
판화63
조립66
피투성이식물68
흔들다70
전구72
반구대74
서울76
수원78


3부너는,나지

애완81
장마병원82
곧은입항아리84
찰흙놀이86
저지대87
국수90
보따리92
전구94
9번96
양말도안신고98
거기서일어나는일은여기서도일어난다100
벼룩시장102
사울,나여기있어104
혼자걷는사람106
물개위성3109
반구대110
회전테이블112
산호여인숙114
소리와소리116
여름118
속120
통영122
문123

발문이영주
고통을받아안는사람,사랑을받아적는일125

출판사 서평

두사람

함께누우면

너의몸에만빛이쌓여

네가금방이라도

빨려올라갈것같았지

-「편두통」에서


첫줄부터독자에게즉각적인충격을주는시「돌저글링」부터보자.세사람이있다.애인이있고여자가있고내가있다.그들은욕조하나를얻어,식어가는물속에서,누가누굴사랑하는지모르는채로,무릎이닿아있다.이사랑을사랑이라할수있을까?이런그들을우리는사랑할수있을까?시인의질문은계속된다.나는그를사랑하는데,그가사랑하는다른이까지사랑해도되는걸까?그들을안사랑한다면,여기에있어도되는가?복수의질문은하나의물음으로수렴된다.사람을사랑해도될까?사랑에대한질문은늘오답이정답을대체하고,시에서는더욱그러하니,하나의물음에답하는시인의답은역시하나로결정되어있을뿐이다.두사람을모두사랑하고,두사람을모두미워할것.그둘은하나일것.던지고받을수록손바닥에상처를입힐수밖에없는돌로저글링을하고있는시적화자는되레그손으로만질물의아픔까지감각한다.자신은하나도안아프다는듯이,그둘을사랑함이당연하다는듯이.


한사람

아무도없는정류장

버스에두자리가비었고

나는저기정류장에

서있는나를봅니다

-「흔들다」에서


그렇게실패한사랑마저사랑이라힘주어말하는이는별일없이출퇴근하는사람이다.숨을참고스스로의살을연하게만들어먹고살러간다.사랑하고헤어지며다시사랑하는게별수없이반복되듯이살고죽고다시태어나는것도반복된다.퇴근하고출근하는일도마찬가지.그순환을위하여우리는출발점이어딘지깜깜인채출발한다.이는시작과끝을알수없이천천히돌아가는대관람차를연상시킨다.아래든위든돌아가는관람차에서우리는여전히가난하고몰래몰래사랑을한다.무섭고조용한슬픔을느끼지만그것이어디에서시작하는지모른다.수원에서서울로,다시서울에서수원으로너를생각하지않고나는떠나고도착한다.반복의여정곳곳에서시인은홀로있는나를맞다뜨리고마침내돌저글링을멈춘다.늘어뜨린손이대관람차의문고리를잡는다.여기에서나갈수있을까?독특한형식실험을선보이는시,「대관람차」의마지막은박스로형상화된관람차에서내린한글자가보인다.누군가에게는그글자가,덩그러니놓인한사람으로보일밖에없을것이다.


사람

손잡이떨어진문을사이에두고

우리는참오래도서있었다

어쩌면문같은건아예없었던거다

나는이제네가궁금하지않다

-「문」에서


손미는시집내내반복되는고통을가감없이받아적는다.때로는그고통이너무나선명하여고개를돌리고싶다.내가누구든,어디에있든,나로인해누군가가상처받고아프든상관없이살고싶다.『사람은사랑해도될까』는바로그사람을사랑해도될는지묻는동시에이미사랑하고있음을고백하는시집이다.그러니까,다알겠는데,그사람이누구냐고?다름아닌나다.그리고너다.너이면서동시에나인존재.시가한참을경원하고바라왔던상대.혼자서간중국식당에서홀로테이블을돌린다.분명히아무도없었는데저쪽에서누군가울고있다.그의눈물로젖어버린테이블이나에게까지왔을때,그눈물의주인은누구인가?차게식어버린밥은우리는누구와먹어야하는가?시인은현실불가능한답변을내리려한다.산사람,죽은사람,지나간사람,태어날사람……그사람이모두나라고,그사람을사랑해도된다고,겨운고통에도불구하고끝내말한다.


추천의말

우주의저검은피부를뜨겁고날카롭게가르며떨어지는아름다운유성우처럼,손미의‘시-공장’은주야로가동되고있다.작별의공장은존재의폭력적인실험실이다.상실의시,애도의시,사랑의시가난폭하게당신을두드릴때,꾹꾹밟아두었던당신의심장에서도‘시-공장’의굴뚝들이삐죽삐죽솟아난다.그러므로살아있다,당신은여기살아있다.당신은살아있어서아프다.

―김행숙(시인)


고통을받아적는사람,그녀는사랑과고통의수레바퀴에서묵묵히자신의할일을한다.돌고도는이모든상처들은기록됨으로써의미를지니는것이다.저번생과다를바없고다음생에도다를바없을것같은사람의일이지만,이번생에서그녀는고통의무늬들을충실히기록한다.

―이영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