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얼마예요 (조정인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사과 얼마예요 (조정인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0.28
Description
비극을 감지하는 기민한 촉수로
시의 성소에서 톺아보는 세계의 슬픔
삶과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담은 감각적인 시편들을 선보여 온 조정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과 얼마예요』가 ‘민음의 시’ 257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진솔해진 삶의 언어와 더욱 깊어진 성찰적 언어로, 삶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거대한 섭리의 기미를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사과 얼마예요』는 수많은 층위의 비극을 인지하는 기민한 촉수를 품고 있다. 생 전체에 팽배한 비극의 원인과 존재의 이유를 가만히 응시하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 읽으며 우리도 이전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미지의 슬픔으로 한발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조정인

1998년《창작과비평》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장미의내용』,『그리움이라는짐승이사는움막』,동시집으로『새가되고싶은양파』가있다.

목차

1부페이지들
키스
함박눈이내리기때문입니다
입들
페이지들
눈의다른이름들
사과는깜짝놀라저도모르는두손을꺼내부푼스커트를눌렀다
나무가오고있다
백년너머,우체국
책이왔다
사과얼마예요
모과의위치
소환되는비

적(寂)

2부흙을쥐고걸었다
진흙은아프다
내잠속에기숙하는자
무성한북쪽
조선인
습(習)
기념하는사람들
흙을쥐고걸었다
정육
창밖을내다보는사람
개의영혼을보았다
새가태어나는장소
서쪽
검은시간흰시간
갓구운크루아상에대해
부서진시간
쇠의울음을불러낸남자
거절된꽃
조그만자전들
국이야기
시간의갱도

3부화병의둘레
해변의생일상
여자는이름이존재라했다
화병의둘레
바닷가민박집
해변의수도승
버찌,혹은몰락
우는신
소속되다
알비노보호구역
비망의다른형식
포유류
그곳에손을두고왔다
조용한식사
창문들이돌아오는시간
위반의밤

4부Angelinus
Angelinus
들판을지나는사람
폐허라는찬란
침대는가구가아니라는말
행복한눈물
식물의백야
그많은/흰,
그날,상상할수도없이먼그곳의날씨와어린익사자의벌어진입에대한서사

작품해설┃조재룡
섭리의뼈와살,소립자(素粒子)의거처

출판사 서평

■길어올린슬픔

한영혼이다른하나에게다다르려면어떤경로를거쳐야했나.인간의침대에서인간의옆구리에코를묻고잠들며,너는존재의평등을나누는기분이었나.아주걸을수없게된두해동안,너는늘내왼쪽가슴에안겨산책을나갔다.간혹고개를들어나를올려다보던,두눈에고인천국이가만가만나를흔들고는했다.
―「개의영혼을보았다」에서

시인은현실이라는우물에고여있는순간들을시의언어로길어올린다.시인의시선은오랫동안함께지내온개가죽음을맞이했을때,무심코펼친책에서운명적인문장을만났을때,늙은어머니와조용히저녁을먹을때처럼일상적인차원을향하는동시에실제한국사회에서벌어졌던비극적인사건들에도오랫동안머물러있다.다양한층위의순간들에한가지공통점이있다면모두비애의감각을내포하고있다는것.이렇게우물밖으로올라온순간들은당장의갈증을해소해주는결과물로기능하지않는다.오히려더깊은곳으로,현실너머의진실을비추는매개물로작용한다.그리하여시인의시선은너무어두워육안으로는보이지않는더깊은곳으로향하기시작한다.


■더깊은곳으로

사과가떨어지는건이오니아식죽음.경쾌하고정교한질서속의일.

닿을수없는두입술의희미한갈망으로지상에먼저발을디딘사과의그림자가사과를받쳐주었다.그림자의출현은태양과사물간의밀약에천사가개입하는것.
―「행복한눈물」에서

시인은자신의몸을밧줄로묶어어두운우물아래로직접내려간다.현실을가득메운비애의감각이어디에서온것인지,근원을더듬어보기위해서.세계의슬픔을짊어지고슬픔의근원을찾아나서는행위는사뭇비장하다.언제끝날지,아니면끝이날수있을지조차불분명한이시도가이토록절실한이유는그근원의존재에대한시인의본능적확신이작동하기때문일테다.근원은아직보이지않고,손에잡히지도않지만분명히존재한다.시인이의지한밧줄은무한히늘어나고,우물속어둠은끝없이이어진다.자신을걸고나선길위에서시인은많은슬픔들의해답이되어줄근원에대해말하기를멈추지않는다.
■알수없음

태초의꿈으로부터시작된한줄,기나긴문장이이거리를흐른다.문장은끝내완성되지않을것이다.머잖아……우리가저마다의배역에열중해있을때,무대전면으로거짓말처럼자줏빛엔딩커튼은내려질것이다.
―「그날,상상할수도없이먼그곳의날씨와어린익사자의벌어진입에대한서사」에서

시인이모호한근원을탐구하며구한답은하나다.‘알수없음.’그러나시인은“끝내완성되지않을”과정임을알고있으면서도질문을반복한다.모호한근원으로부터계속되는세계의슬픔을성실하게기록한다.때로는그과정이너무지난하여나와관계없는슬픔은외면해버리고싶다.나와멀리떨어진비극들은영원히먼곳에남겨두고싶다.『사과얼마예요』는모든슬픔과비극들을자신의것처럼기억하여지난한고독에새로운문장을불어넣는방식으로삶을영위해나갈수도있음을알려주는시집이다.‘알수없음’을벌써알고있는시인이내린결론은이것이다.알수없고,끝내완성되지않을것임을알지만계속한다는것.세계의슬픔을끈질기게응시하여시로기록하겠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