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는 밤 (김안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아무는 밤 (김안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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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스스로를 겨누는 양심의 펜
깨진 마음으로 쓰는 금속성의 시
아물지 않은 채로 ‘인간 됨’에 대해 묻기
김안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민음의 시 259번으로 출간되었다. 제19회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한 김안 시인은 “사회와 현실의 구조, 그 구조 속에서 목매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그려 내고 있다.”라는 평을 받았다. 세 번째 시집에서 그는 줄곧 천착하고 있던 생활과 시 사이의 괴리에 보다 집중한다. 가까이는 이웃의 불행을, 멀리는 국가 제도의 폭력을 목격하며 말이 되지 않는 사건 앞에 ‘시’라는 말을 얹는 것, “생활이나 운동이 아닌 생각과 변명”에 그치고 마는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이때 시에 드러나는 화자는 몹시도 사랑하는 딸의 잠든 얼굴, 작은 손가락을 보며 가정의 행복을 구체적으로 감각하는 동시에 자신의 안온함을 향해 끊임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서로 다른 마음이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고, 시인은 깨진 마음을 집어 들어 시로 남긴다. 이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없을까, 아물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인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바로 이 시집에 담긴 시의 표정이다. 부끄러워하는 시의 낯이다.
저자

김안

김안
1977년서울에서태어났다.인하대학교한국어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박사과정을수료했다.2004년《현대시》로등단했다.시집으로『오빠생각』,『미제레레』가있다.제5회김구용시문학상,제19회현대시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파산된노래13
미타찰16
파산된노래17
방생되는저녁20
가정의행복21
우리들의서정22
햇살의노래24
불가촉천민26
피그말리온28
불가촉천민30
파산된노래32
불가촉천민34
파산된노래35

2부
秋崖飛瀑41
디아스포라42
바벨44
아방가르드46
불가촉천민48
미움의제국49
가정의행복52
우리들의방54
피그말리온56
청춘58
사랑60
우리들의가족62
불가촉천민64
물의가족66
바벨68

3부
구월의규칙71
胡蝶獄72
無調74
가정의행복76
십일월78
파산된노래79
불가촉천민82
가정의행복83
겹84
불가촉천민86
귀향,아방가르드88
불가촉천민90
우리들의무기92
우리들의공동체94
우리들의유리96
딸꾹이는삶97

작품해설?전소영99
부서져열리는마음들의밤

출판사 서평

■상처가아물지않기를바라는마음

잠든딸의손가락을매만지는동안여름이끝났다.여름이끝나는동안몇사람이나살아남고몇사람이죽어나갔나.이둥근세계속에서이둥근세계의색깔바깥으로―(……)내부끄러움은이렇게자라났구나.면피와은일사이에서,산문과시사이에서주저앉아구월의규칙들을되뇐다.돌아오지않는몸들.두꺼워지는바다.멀어지는하늘.
-「구월의규칙」에서

시집에수록된시에는자주‘사랑하는아내의남편이자사랑하는딸의아버지’로서스스로를드러내는화자들이등장한다.그는이제갓말을배우는딸의황홀함,그것이주는행복에대해말한다.그러나행복하기위해괴로움을면피했던낮이지나고밤이찾아오면“잠든아내와딸을바라”보며“비참을피해비굴하게넘쳐흐르는말들”(「가정의행복」)에대해생각한다.낮과밤의온도차에시인은괴로워하지만,괴로워하는것을그만두려고하지않는다.고통스러워하는것은시인에게그만둘수없는최소한의의무이지만동시에괴로워하는것이상의가능성을고민하는그에게‘단지거기까지인한계’이기도하다.타인의고통을목격하고타인의불행과함께살며심지어그모든것에자신의일처럼마음아파하지만결국또다시,타인의일로머물기때문이다.타인의상처를아물게할수없다면자신의파산한마음도아물지않기를,거듭깨지기를바라는마음으로시인은쓴다.이상처를,괴로움을잊게된다면스스로를‘인간’이라고부를수없다는지극한마음으로.

■부서진마음을서로에게건네기

우리의말에는눈이없어,귀도없고마음이없고,우리라는말은서정과실험속에서서로의바벨이되어몰락해가고.그럼에도우리가쓰는이말이움직이는유물이되길우리가바라마지않듯,견고해지겠지.견고하게우리바깥의고통은더이상상상되지않는스스로에게만비극일뿐인그것.
-「파산된노래」(32쪽)에서

시인이가장두려워하는것은우리가“우리바깥의고통은더이상상상되지않는”사람이되는일이다.타인의고통에무감하지않기위해,최소한의인간다움을지키기위해그는무책임하고무방비했던국가나집단에의해벌어진사건들,속수무책의피해자가있고억울한죽음이있던사건들을기억하고참담함을표한다.이때그가쓰는시의문장은포장하지않고에두르지않고정확히찌르는,송곳같은금속성을지닌다.그러나그날카로운말들이맨처음향하는방향은바깥이아니다.폭력을저지른국가나집단이아닌바로시인자신의양심을향해겨눈다.이죄책감과책임감을나눠가져야한다고,눈멀고귀를닫지말자고,한계를지닌말로나마계속말해야한다고쓴다.스스로를향한고백이우선된시는시집을손에들고그것을읽는우리를붙든다.멀찍이타인의불행을보며나의다행을생각하는망가진우리가되지말자고.고통을서둘러회복하려하지말고부서진마음을들고옆으로,옆의옆으로전달하는속죄와연대의공동체가되자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