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참으면 다만 내가 되는 걸까 (김성대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나를 참으면 다만 내가 되는 걸까 (김성대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0.00
Description
자신을 포착하기 위해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결항과 파국의 미학
■ 메아리 수집가
김성대 신작 시집 『나를 참으면 다만 내가 되는 걸까』가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김성대 시인은 전통적인 서정의 문법에 기대어 있으면서도 기존의 발성법으로 표현할 수 없는 낯선 언어를 선보이며 ‘실험적 존재론’을 확립해 왔다. 첫 시집이자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이 자기 정체성을 확정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수많은 “귀 없는 토끼”들을 위한 “소수 의견”을 제출했다면 두 번째 시집 『사막 식당』은 경계를 지워 가며 감각의 기저 세계를 무너뜨렸다. 그로부터 6년 만에 출간되는 세 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기저가 사라진 세계 위에서 인간의 유동하는 정체성을 탐구한다. 앞선 두 시집에서 집중한 테마를 결합해 한층 원숙한 목소리를 만들어 낸 이번 시집에서는 ‘나’에게서 비롯된 모든 것들이 공기 중에 표류한다. 그것은 흡사 메아리 같다. “지르지 못한 소리로 빠져나가는 메아리”, “탈색된 소리로 푸석거리는 메아리”, “숨 막히게 파고드는 살의 메아리”, “숨죽이며 타들어 가는 뼈의 메아리”…… 출발한 소리가 벽에 부딪쳐 출발한 곳 가까이 되돌아오는 이 메아리의 길은 김성대만 그릴 수 있는 자아의 회로다. 우리 시대의 “메아리 수집가”, 김성대가 돌아왔다.
저자

김성대

2005년《창작과비평》신인상으로등단했다.시집『귀없는토끼에관한소수의견』『사막식당』이있다.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3인칭
장마가시작되었고차이나타운에있었다
오진된행려병
숲은밤에있다
무산
배웅
잘잘못
나의조울메이트
등을잃었다
del
마자르
가제
마조라나페르미온
마조라나페르미온2
미귀
목이부어오르는동안
수의사
번역자의개
야수의선택
은영의눈
차연
하드트레이닝
메아리수집
엄마의자궁속으로들어가파라오처럼누울수있다면
튜브
seesaw
몰라본다
미아들의호수
숲가의토론토
소여와분홍
나라
화해에의강요
아픈사람의방
아픈사람
비의학교
우리의회색겨울서울
잡놈들의세계사1
잡놈들의세계사2
잡놈들의세계사3
잡놈들의세계사4
잡놈들의세계사5
잡놈들의세계사6
잡놈들의세계사7
잡놈들의세계사8
멸치묵시록
파국의미학
파국의미학2
귀얇은처녀들의도시
스케이트
민달팽이
아이스크림이녹는길
밤의어시장
또다른기일
필적이닮아간다

작품해설/장은영
소리없는울음이귀를붙드네

출판사 서평

■나는나를연습하지않는다
나는나를연습하지않으려한다
나에게닿을수있다는생각을버린다
다른누구일수있다는생각을

-「또다른기일」에서

도달할내가없기에나는나를연습하지않는다.반복될핵심이없기에나는나를연습하지않는다.나를참으면다만내가된다는문장에는나와대립적인것이결국나를이루는역설적인세계관이담겼다.시집에는‘마조라나페르미온’이라는제목의시가2편나온다.‘마조라나페르미온’은스스로가스스로의반입자인소립자를뜻하는말이다.우리는많은순간을인내하며버틴다.그것이진정한자아를찾는방법이라여기면서.그러나그많은습관성인내는자아라는허상과환상에서비롯된것은아닐까.나를찾는것은사실상“나에게위조되어있”는누군가를찾는것일지도모른다.스스로가스스로의대립자인반목의이미지안에서시인은무구한자아의역사를다시쓴다.


■이제가슴을잃어요.그게있어힘들었잖아요.
등을잃었다
가리고가려도등이없다
등을잃었다는사실을숨길수가없다

(중략)

등을잃은게나뿐이아니란걸알게되었다
밤중에등을고르러다니는사람들이있다는걸
등받이를모으러다니는사람들이있다는걸

-「등을잃었다」에서

시인은없는등을토닥이는모양을두고“텅빈자세”라고말한다.등이없어서가릴수도없고가리킬수도없는부재의상태.하나씩둘씩“나를추려”내고나면마지막까지남아있는건뭘까.등을잃은사람을바라보던화자는이제가슴을잃어버리라고말한다.그게있어힘들지않았느냐고.‘나’에대한환상을부수어자아의역사를다시쓴다는것은연못에빠져있는‘마음’이라는돌을들어내는일과도같다.‘나’에대한인식을새로이한다는것은내가욕망하는것의역사도다시쓴다는말이다.『나를참으면다만내가되는걸까』를읽는동안우리는잃어버릴수있는모든것을다잃어버릴수있다.그러나이결핍은상실이아니다.‘나’와반복하는‘나’를인식하는일은분명“사람의슬픔”임에틀림없지만슬픔을통해원숙해지는것이야말로사람의일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