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차례이다 (권박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이해할 차례이다 (권박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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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3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이해할 차례이다』가 ‘민음의 시’ 266번으로 출간되었다.(심사위원 김나영, 김행숙, 하재연) “메리 셸리와 이상이 시의 몸으로 만났다”는 평을 받은 시인 권박은 현실에 발 딛고 서서 시적 상상력으로 현실의 구멍들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시인이 사는 세상은 여전히 여성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사회이고, 여성에게 제한된 역할만을 부여하는 공동체다. 시인은 이 공동체에 속하기를 거부하며 기꺼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괴물이 된다. 시인은 각주를 통해 현실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세상과 불화했던 여성 시인의 계보를 잇는다. 뒤틀린 얼굴을 한 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대화를 제안한다. 이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우리가 받아든 것은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짜깁기된 피의 사전이다.
저자

권박

1983년포항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동국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으며,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2년《문학사상》으로등단했다.시집『이해할차례이다』로제38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필요한건현실이다말하는너에게허구로만들어버리는나의입으로부터
리스트컷(wristcut)


1부

공동체
동굴
자정은죽음의잉여이고
방
마니코미오(manicomio)
Birth

2부

마구마구피뢰침
그날이니?
예쁘니?
엄마들
혈통
리벤지포르노(revengeporn)
알코올
무리해서나눈말이되거나나누면나눌수록절대나눠지지않는잘못이되거나
사전편찬위원회
트집의트로끝나는사전
건너편
모자의모사


3부

사라지지않는모자
모자속에서붉은혀가
모자
구마조의모자
목
밤의모자
신의모자


4부

고백
칼로
칼이내게여기까지라고선을그었다
혀에서속이나왔다
목
안토르포파지(anthropophagy)
못의시간
세면대는어떤것이든씻을수있다고말했니?
서른이되어도이해할수없는건좋아하지않는사람과밥먹고웃고수다떠는것
사과
떠난사람들은더많아진다
내장례식에
내장례식에


5부


장례의차례
보증인
예감
통
어쩜코만떠다닐수있을까
교도소
탐정없는탐정소설
잠
예의의결여
수렵금지구역
0
나는나를교수대에매달린얼굴을기어코보러가는사람이라고불렀다
소문
폭설
도벽
왜인사안해?
아가들
엄마배속에서죽은두명의엄마에게
울음의방식
새

작품해설│전영규(문학평론가)
생각하는여자는괴물과함께살고있다

출판사 서평

■공동체밖에서

돼지를삼켰다나는
옷걸이가되었다가의자가되기도하였지만
이번에는여자로태어났다
―「구마조의모자」에서

시인은여성에게침묵을강요하는공동체를거부한다.공동체밖에선시인과세상의관계는뒤틀려있다.아무도나와악수하려고하지않는(「내장례식에」)세상에서시인은반신반인이자반신불수인강박증(「목」)에시달린다.시인의자아는꿈과현실,의식과무의식,삶과죽음사이에서분열된다.세상의고정관념을배반하며끊임없이자신에대해사유하지만,결국사유하는그자신이라는벽에부딪히기때문이다.시인은자신또한넘어서야만한다.언젠가는스스로를버려야만한다.불화와균열의언어로,시인은자기자신을찾기위해분투했던‘이름없는여자들’을호명한다.

■이름없는여자들

내가만든
벼락소리

들으며
돌리며

나는마구마구피뢰침입니다.
완벽하게뒤틀린얼굴입니다.
-「마구마구피뢰침」에서

『이해할차례이다』에서눈에띄는형식은길게이어지는각주다.각주에드러난현실은시인이여성으로서견뎌야하는일상이다.익명으로작품을발표해야했던샬럿브론테부터집안에만머물러야했던엄마들,리벤지포르노등여성혐오범죄의피해자인21세기의여성들까지,모든여성들이살아온과거이자살고있는현재이다.“왜나는‘없는이름’입니까?”거침없이묻는시의언어를탄생시킨현실은각주로서시에기입된다.1983년남자아이를염원하는이름‘민자’로태어난권민자는2019년부모의성을딴이름‘권박’으로다시태어났다.‘이름없는이름’의시인권박은이름없는여자들의불온한언어로발화한다.

■피의사전

나의문제는내가방에홀로있지못한데서비롯된것이라는파스칼식의충고를하는대신대화를나눠줄래?어차피대화란성공적인오해니까실패한대화가된다고하더라도괜찮아.
―「필요한건현실이다말하는너에게허구로만들어버리는나의입으로부터」에서

불온한시로써시인은말한다.이제는대화를나눌차례이다.뒤틀린얼굴을한나와의대화는실패로끝나겠지만,충고대신대화를시도할때다.지금까지와는다른방식의대화를나누기위해시인은새로운사전을쓰기시작한다.여성의시선으로세상을다시정의하는낯선언어로.그리하여이시집은새로운사전이자대화의시도이다.아름답지않은방식으로짜깁기된피의책이다.이제,이피의사전을받아들차례이다.권박이라는대화의시도에응답할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