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은 마음 - 민음의 시 270

진짜 같은 마음 - 민음의 시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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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진짜 같은 것을 향해 물음표를 그리는 시인의 손
사라진 것들을 잊지 않으려는 시인의 마음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서하 시인의 첫 시집 『진짜 같은 마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진짜 같은 마음』은 씨앗의 성질을 닮았다. 어떤 망치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지만 어떤 계절을 만나면 부드러운 초록 잎으로 열리는 씨앗의 아이러니. 시인은 이처럼 하나의 존재가 지닌 상반된 성질, 하나의 사건에 대한 상반된 해석 사이를 파고든다. 집에는 폭력이 있는 동시에 사랑도 있고, 학교는 공포스러운 곳이기도 하지만 공포를 이기게 해 주는 친구 역시 그곳에 있다는 것. 문은 외부와 나를 차단하는 벽이기도 하고 외부와 나 사이를 열어 주는 창이기도 하다는 사실들. 시집은 얼핏 상충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이 세상의 진실을 잔뜩 머금고 있다. 우리는 시집의 제목인 『진짜 같은 마음』을 두고 ‘진짜에 가장 가까운 마음’이라고 읽을지, ‘진짜 같지만 진짜는 아닌 마음’이라고 읽을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시 안으로 깊이 빨려드는 동시에 바깥을 향해 활짝 열릴 것이다.
저자

이서하

저자:이서하
1992년경기도양주에서태어났다.
2016년《한국경제》신춘문예시부문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켬>동인.

목차

1부
입사식13
좋게얘기해서15
너희는현재를살거라18
선물과도둑20
완벽한복22
숨탄것24
있는그대로26
콘크리트균열과생채기,얼룩,그리고껌딱지로부터28
꿈에서꺼낸매듭30
그건물하나32
행34
정크시티36
않을수없지않은가38
그런가하면40
멀리떨어져있는것들에대한42
호출44

2부
6교시49
의심52
탁희에게54
차례
후문56
내두개골의넓이와두께를재려거든57
모르는지침서60
나쁜수업62
둘64
슈가캔디마운틴호두마을66
나빠지지않는관계69
오해를좋아하지만72
모자이크백반74
인식의도구들76
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집78
어떤미래의80
다시찾는82

3부
선산에있는85
도도와모아86
언제라도늙은88
바다사는연습90
날아오는총알을늦추려거든93
잃어버린모든것은다시돌아오지않는다96
우리는맞았다98
폭우100
불의원료102
스테이플러104
파고107
물의다발110
변양112

4부
고정관념117
붉은모델118
그런퍼포먼스119
다른것이있다면122
플란다스의개124
에티카127
신발은인간이벗은두발로서있다130
일라와디132
사신133
인드라136
소동138
shadowing140
작품해설?소유정
탈피의기록159

출판사 서평

■‘진짜’라는말이가린것

원한다면보여줄수있어요!속에있는것이무엇이든!
―단,주머니에서나온것은주머니만든사람도모르니주의할것.
―「슈가캔디마운틴호두마을」에서

인간의마음은진짜나쁘기도,진짜선하기도하다.이서하는진짜라고믿던것들에물음표를달아스스로에게겨눈다.사람들은서로를진심으로사랑하고진심으로미워하며,진심으로사랑하기때문에상처를준다는진실을회피하지않는다.그마음들에대해쓴다.진짜인지아닌지헷갈리는것을헷갈린다고쓰고,우리의진심이우리의욕심일수도있다고쓴다.인간의탓을인간의탓이라고쓴다.욕심에서비롯된현혹,욕망에서비롯한허위는종(種)을가리지않고약자를향한다.본래의서식지에쫓겨난새,가정과학교에서보호받지못하는어린시절의친구,전쟁후마녀사냥을당하는여자들.저지른과오보다나아지기위해,보다인간이기위해우리가다시들어다봐야하는것들이있다.‘진짜’이후의결과,의도가아닌행동이다.이서하는과학자의눈으로거짓없이보고,필경사의손으로핑계없이적으며,시인의마음으로잃어버린새와친구와가족을부른다.그리하여비로소,“숲의진짜주인이걸어나온다”.(「날아오는총알을늦추려거든」

■‘같다’라는말의가능성

그문을열면처음부터다시시작할수있을것만같다
-「에티카」에서

‘~하는것같아.’라고말하면사실을유보하는말이되는동시에그럴가능성을인정하는말이되기도한다.‘같다’는말이지닌여러의미중이서하가끝내쓰고자하는것은유보보다는가능성쪽이다.그러므로‘같다’는말은문이기도하다.어떤사실을인정하게되는순간은다른세계를받아들이거나다른세계로들어가는통로가되기때문이다.시인은‘다치게한것같아.’라고말하는듯하다.인간의역사속에산재한폭력의장면을본뒤,스스로휘두른폭력을인정하는것이인간의가능성이라고믿는다.그리고폭력을직시한시인은더이상유보하지않는다.“1618년마지막도도새죽다”,“1770년모아새멸종”같은폭력의사실에대해서는최대한단정적으로쓰기를택한다.(「내두개골의넓이와두께를재려거든」)어떤가능성을믿는만큼,어떤가능성을배제하는순간또한중요하다는사실을보여준다.그러므로『진짜같은마음』은가능성의문이달린집이다.세계가잃어버린것들의집.그러나시인이잊어버리지않은것들의집.

■본문에서

이를테면이런마음,평생을가난하게살던어느노부부가공사판에나가함께일을하고
집으로돌아온늦은저녁
간식으로받은노란앙금이들어간빵을함께나눠먹으며어휴달다,달어같은말을하는
진짜단것,목구멍에차도록단것
(……)
이제나오지말라며빵을건네받은것이꿈속의일이었던가엊그제의일이었던가
별의별소리가다있고별일이다있는
진짜같은마음
-「꿈에서꺼낸매듭」에서

당신은인간입니까.시멘트입니다.당신은남입니까.검정입니다.당신은미장이입니까.작품입니다.당신은혼합입니까.스케치입니다.당신은평면입니까.맞은편입니다.
진짜시멘트벽같다,진짜콘크리트표면같아재미없는사람은같은말을반복해
-「콘크리트균열과생채기,얼룩,그리고껌딱지로부터」에서
아직도보고있을수도있다,비에젖은나무를그리고있을수도있다,수채화는물이중요하니까
그런생각을하다가나는숨을참을수도있다
무엇을시작할때마다그때가생각난다
텅빈강당에앉아본적없는그나무를그리던때가
-「우리는맞았다」에서



손댈수록불투명해지는구정물처럼
그안에무엇을품고있을지
쉽게이해하지않기로한다

그래도삶은어떤믿음으로나아가고
끊어진전선처럼떼를지어떠나는개미들
-「폭우」에서

■추천의말

인간의책임을배제하는판단을내리지않는,오기(誤記)없는쓺.그렇게쓰는자의‘할수있다’는중얼거림은우리의마음에닿을수밖에없어서,우리는그의시를따라부지런히걷다가도몇번이고걸음을멈추게되는것이다.팔레트에모인색으로어떤미래로향하는문을그려본다면이서하는캔버스를가득채울만큼의커다란문이나여러가지색을칠한화려한문을꿈꾸지않는다.주어진재료로그릴수있는보통의크기이지만단단한문하나가그의것일테다.그너머에무엇이있을지알수없는문,하지만잃어버린것이‘거기’에있고‘할수있다’는목소리가희미하고도분명하게새어나오는문일것이다.“하나가열리면모든게보인다”(「호출」)는말에따라문고리를당긴다.그곳으로향하는걸음은늦출수없다.
-작품해설에서│소유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