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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천
1971년경남하동에서태어났다.고려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문학사상》으로등단했으며시집『국외자들』『스윙』『저렇게오렌지는익어가고』가있다.2008년〈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동덕여자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시인의말1부암흑물질하는일과있는것들휴일의감정어디있을까아주작은실수매직쇼읽을/힐수없는OutThereOuthere잃어버린열두개의밤운명이라고하기엔고양이군의엽서겨울잠희망버스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낫아웃말과사물의그늘2부하쿠나마타타보호구역이웃은어디있는가우리가우리를읽을때유령들태양의기울기에대한만국강아지들의생각시민의두려움이웃이되어주세요목소리들햇빛한줌혼자이거나아무도없거나안녕에대해지상의감옥건너는사람쓸데없는빈손희망고문3부발자국기념일우정의세계끊임없이,말손이크다는것연필을깎으며어디에있을까없는것보다못한두개의유리창과하나의얼굴누구의시간연기가필요할때모란작약쌀을씻으며누가그를울리는가우리들의풍선프놈바켕의일몰슬픔은자란다4부문앞에서이토록긴편지변신감을수없는두눈으로그녀에대해말할것같으면스투디움마주치고싶지않은메아리히스토리그이후에외로운이름들기억-가만가만기억-그날이후기억의테크놀로지두개의기억저기너머로문밖에서작품해설_오류와오차를위한여정허희(문학평론가)
슬픔의소화기관을지나며흡수되고저장된삶의예감들오늘에서내일로이어지는매일에서슬픔의목록을보는사람이있다.하루를더산다는것은하루만큼의슬픔이더해진다는것.거꾸로말하면하루를더산다는것은살아내야할슬픔이하루만큼줄어든다는것을의미한다.슬픔으로가득한사람에게필요한것은오로지“슬픔의소화기관”이겠지만불행하게도인간의마음은슬픔을소화하도록진화하지못했다.그렇기에시가있다고,슬픔이관통한몸에서시가탄생한다고말하면지나친비약일까.모든시가슬픔에서비롯되는것은아니지만모든슬픔에는시적인것이잠재되어있다.여기,시가되려는슬픔의순간이지금막깨어나려한다.여태천신작시집『감히슬프지않을수있겠습니까?』가‘민음의시’로출간되었다.2008년,시집『스윙』으로김수영문학상을수상하며“관중없이홀로마운드에선올해의김수영”이라불렸던여태천은‘야구시’라는개성적호명을이끌어내며치열한시단에전에없던위치를만들었다.이후출간한『저렇게오렌지는익어가고』에서는침묵과기다림이라는정적인에너지를충만을향해나아가는명랑한운동으로탈바꿈시키며완숙한서정의세계를보여주었다.2020년의여태천은오늘이내일로사라져가는감정에깃듯슬픔의탐구자가되어돌아왔다.더이상존재하지않는것들,어긋난마음들,미지근하게식어가는것들에대한그리움으로채워진“삶의허기”를직시하는그의눈빛은우리에게질문한다.감히,슬프지않을수있겠습니까?■내일이없는사람들‘우리’는종종비어있다.여태천시인에게‘우리’는오늘을지키기위해애쓰는사람들이다.이들은내일이오지않도록시간을멈추고싶어한다.지나가는시간을붙잡고싶은마음은오늘을사수하기위한애끊는노력으로드러난다.이를테면그들은“얼릴수없는기침같은말”을아쉬워한다.어디론가다사라져버리는기침같은말이없어지고말오늘처럼느껴지기때문이다.“우리는맹세코오늘을지키기로했네./내일이오지않도록/오늘을위해/불을피우고노래를부르고/우리는우리를지켰네.”이들에게내일은사라진오늘에대한증거물에불과해보인다.‘내일은없다’거나‘내일이없는것처럼산다’는말은관습적이리만큼일상적인표현이지만‘오늘의공동체’에게이러한말은내일속으로사라져버릴시간에대한두려움과아쉬움이공존하는실체적슬픔이다.■쌀쌀하지만상쾌한실험적인단어그러나악착같이붙잡고놓아주지않으려해도오늘은내일에자리를내어주고이웃이자시민으로만났던우리역시어느새인가사라지고만다.“깊은밤잿더미속에불씨를감추어야하는/나이”에이르면잡을수없는것들이달아나는속도는더빨라지고더선명해진다.오늘의공동체에몰입하는사람들은사라지는현재에대한두려움을‘저녁의감정’으로표현한다.“아침의이슬과꺼지지않는촛불/어렵지만느낌을전해줄수있는/뭐랄까/실험적인단어가필요해./쌀쌀하지만상쾌한”하루의끝에서도래하는또다른하루를기다리는마음의온도는쌀쌀하지만상쾌하다.집안으로들어가게만드는한겨울추위가아니다.분위기를환기하기위해조금더밖에머물게만드는추위.“슬픔을오래쌓아두면몸이상한다고들했지만”온도차는슬픔을긍정할수있는힘이되어준다.여태천이관조하는슬픔의목록을읽은독자들은시집의어느화자처럼“슬픔이라는단어가그리싫지않았다.”고말할수있게될것이다.그리고시인의질문에답할수있으리라.감히슬프지않을수는없겠지만슬픔을소화시킬수는있을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