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를 적다 (홍일표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중세를 적다 (홍일표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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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를 잃은 채 세계를 읽는 시의 희열
다시 나로부터 시작되는 세계의 빗소리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자신만의 시적 영역을 구축해 온 홍일표 시인의 신작 시집 『중세를 적다』가 민음의 시 280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계에 대한 독해가 불가능하다는 직관을 ‘불립문자’로 쓴다. 세계를 알 수 없음을 고백하여 삶에 대한 이해로 다가든다. 이해 불능의 세계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과 고독은 그 알 수 없음을 알아 버린 세계에 진입해서야 삶으로의 의지로 몸피를 바꿀 수 있다. “무궁한 세계의 아침과 저녁”을 불러오고 “수백 년 전 깨진 얼굴, 불타 버린 심장”을 다시 오게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살게 된다. 독해할 수 없는 세상을 시의 언어로 비추면서. 그리하여 깊고 조용한 희열을 느끼면서.
저자

홍일표

1988년《심상》신인상과1992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살바도르달리풍의낮달』『매혹의지도』『밀서』『나는노래를가지러왔다』와청소년시집『우리는어딨지?』,평설집『홀림의풍경들』을펴냈다.지리산문학상,시인광장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낙타13
정물화15
계동과가회동사이16
중세를적다18
낮꿈20
숯너머동백22
코끼리傳24
가릉빈가26
본색28
묵음30
질문32
너34
송전탑35
낚시꾼36
꽃의본적38
나무의영역40

2부
의문45
Y47
병48
북극50
사라진문자52
다리의처음54
오리배를읽는시간56
그날58
푸른코끼리60
금요일62
불멸의사전63
열쇠64
화석66
서쪽의우산68
암각화70
숨은천사72
만신73

3부
다른형식의새77
당신의컵79
폭설80
죽은인형82
시84
방언86
보라의방향88
모과90
저녁이라는물질92
202호남자94
독무96
어느날의오후98
벌새100
텍스트92

4부
빵의양식105
없는말107
픽션들108
소리의행방110
얼음장을읽다112
징후들114
어떤날116
돌사자118
붉은날120
클릭122
빗소리경전124
입구126
설원128
이상한오후130

작품해설
불립문자를향유하는시간133

출판사 서평

■세상의절망과시쓰기의희열

돌도나뭇잎도아닌
하느님도나비도아닌
너였다가너의미래였다가
아무것도아니면서모든것인
다만지금은황홀한한때
-「화석」에서

홍일표의시에서시적주체인‘나’는자주사라지거나최소한희미해진다.아무것도아닌나는또한그무엇이라도될수있는가능성과잠재성을지닌다.코끼리가되고돌사자가된다.사라진문자가되고야생의어둠이된다.현실과비현실의경계를아무렇지않게오가는‘나’는그러나마냥평안하고자유로운상태에놓인것은아니다.무엇이든될수있기에무엇이든볼수있고,무엇이든볼수있기에그모든것을받아적어야하는책무가주어졌기때문이다.거기에는아우성과분노가있다.회한과탄식이있다.보기싫어도보이지만그것이무언지는잘모르겠기에그것을적기위해서그것을더자세히보아야하는운명.시인은그운명을황홀한한때로,희열의순간으로받아들인다.

■세계의(비)독해와다시삶을향한언어

여러생을건너와
오직천지가득명랑하게뛰노는빗소리
빗소리
-「빗소리경전」에서

그럼에도불구하고시인은,시에등장하는숱한‘나’는세계를독해할수없다.독해할수없음을시인또한알고있을것이다.그래서시인은‘불립문자’를쓴다.불립문자는안개처럼끝없이모호하고계속해서지워져쉽사리읽을수없다.그것은경직되고가시적인인간의언어와대비된다.시작과끝이확연한인간의세계와는달리불립문자의세계는한존재가다른존재로변하고,끝과시작이부드러운원형으로맞닿아있는듯하다.마치윤회하는삶처럼.이토록해석불가능한세계의삼라만상을독해하려는시인의노력은아이러니하게도살고자하는의지로연결된다.삶의순간과편린들은돌고도는것이기에그자리에멈추는것이아니다.오히려영원할처음이기에새로운의지를필요로하는것이다.『중세를적다』를읽는일은여러생을건너와천지가득명랑하게내리는빗소리를듣는것과같게된다.중세에서부터이어진삶의경전이라고하여도감히충분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