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사랑의 미래 - 민음의 시 283

재와 사랑의 미래 - 민음의 시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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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깨지기 쉬운 시의 언어로 조각한
겁 없고 단순한 사랑의 얼굴
2018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연덕 시인의 첫 시집 『재와 사랑의 미래』가 민음의 시 283번으로 출간되었다. 김연덕 시인은 데뷔 이후 줄곧 사랑을 향한 시를 쓰는 일에 몰두해 왔다. “쓰는 자리와 사랑하는 자리가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랑은 언제나 시보다 환하거나 어둡다.”라고 쓴 데뷔 소감에서 사랑이 그의 시의 동력임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사랑의 얼굴을 정확히 포착하는 시를 쓰고자 하는 욕망과는 달리 사랑의 실체는 언어로부터 자꾸만 달아난다. 김연덕의 시는 욕망과 현실의 간극으로부터 출발한다.
시인은 숱한 실패에도 사랑의 시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유리 공예를 하는 사람처럼 신중한 태도로 사랑을 쓴다. 이 느리고 세밀한 시도들은 날카롭게 벼린 언어로 나타나기도 하고,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삽입되기도 하며, 순간의 빛을 포착한 흑백 사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번 시집은 사랑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기 위한 모든 시도들의 총합이다. 실패할 것임을 이미 알고 시작한 시도들은 그 자체로 감동과 위안이 된다. 시집을 덮은 뒤 우리는 저마다 다른 형태일 사랑의 모호한 얼굴들을 가만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연덕

저자:김연덕
1995년서울에서태어났다.한국예술종합학교서사창작과를졸업했으며2018〈대산대학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너의등뒤로미끄러지듯이닫히는문
긴초들15
긴초17
재와사랑의미래19
roundwood32
빙하의빛또는가끔가끔진짜일수있던빙하34
포프리40
재와사랑의미래43
나의건설학교54

2부
삼각산59
여름장미68
아이스버그70
rosewoodoil74
사랑의미래76
재와사랑의미래77
잠든사람의친구들89
유리장미92
장미유리94
재의미래96
재와사랑의미래98

3부
수만가지자세의수만가지껴안음111
악마는왜항상일인분의다정으로오는가117
라틴크로스122
소외보다나은124
아는사실126
유리빛128
그릭크로스130
사랑의미래139

4부
예외적인빛147
사랑이아니라고외치는사람의사랑이언젠가잃어버린슬리퍼를찾을때158
사냥전에160
당신은아직아무것도보지못했다164
내가사람의말안다해도166
웅크리기껴안기171
사월비176
유리함178
재와사랑의미래180
whitebush190

5부
서점은구름과고급종이를동등하게파괴시킨다195
?196
cropcircle198
현실은시작되어야만할것이다205

6부
재와사랑의미래211
재와사랑의중추식미래219

발문┃성동혁(시인)
불분명한미래만이전부였을때221

출판사 서평

■깎고벼리고만드는사람

거기쭈그려앉아얼음산을깎는네가있다.크지도작지도않은중간사이즈각얼음앞의너는아주어리고아주느려어떻게보아도너같지않고어쩐지지금보다지친얼굴나이든얼굴을하고있는데
―「재와사랑의미래」에서

김연덕의시에는‘만드는사람’이자주등장한다.그들은유리나얼음처럼작고투명한재료들로무언가를열심히만들고있다.유리를가열하고얼음을깎는작업은조금만삐끗해도과정전체가망가지기십상이다.때문에화자는곤두선시선으로재료들이깨지지않게주의를기울이며정교한작업을이어나간다.조각에서솜털을발견할때까지,미약한빛에서빛의입자를찾아낼때까지대상을끈질기게관찰하고어루만진다.“어쩐지지금보다지친얼굴나이든얼굴”로작업을해나가던화자는마침내“어둠속에서유리는따뜻한동물처럼보이”(「재의미래」)는순간을마주한다.차갑고날카로운재료들이온기를지닌생명체로거듭나는,성립되지않는인과관계를치열하게설명하는일이곧김연덕의시가된다.

■얼굴을모르는사랑과나란히서있기

수영모를쓰고
복잡하게고안된컴퍼스를쥔
미래로가는사람곁에

모르는사랑곁에서있다.
―「재와사랑의미래」에서

“복잡하게고안된컴퍼스를”쥐고작업대앞에앉은‘만드는사람들’은어떤재료를가지고어떻게만들어야할지,완료된작품을완성된작품이라고할수있을지고민이많다.까다로운재료들을더욱예리하게벼리는과정과그렇게완성된작품들의작고약한형상이어쩌면사랑의모습과닮아있는것일까.사랑이바로이런것이라고확언할자신은여전히없지만그들은자신도모르는사이결국“사랑곁에서있”게된다.사랑을완벽하게표현해내는데는실패했을지라도사랑곁에머무는일에는성공한것이다.그리하여『재와사랑의미래』는사랑에가닿아보려했지만실패로끝이난모든시도들을기록한백과사전이자당신이지금느끼고있는괴로움과기쁨,슬픔과혼란이모두이미사랑과가까운곳에서벌어진일일지모른다고말해주는위로의책이된다.현실이‘재’와같이보잘것없다고느껴질때에도결국그미래는‘사랑의미래’와같을것임을,어쩌면이미사랑과함께걷고있었을지도모른다는사실을『재와사랑의미래』는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