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임정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임정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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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끝없이 달아난 끝에 도착한 낯선 세계에서
이야기의 손을 잡고 강변을 거니는 시간
임정민 시인의 첫 시집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가 민음의 시 289번으로 출간되었다. 2015년 《세계의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임정민 시인은 시편마다 새로운 공간과 세계를 창조하여 그 안에 머무는 인물들의 독특한 사고를 시적 언어로 형상화하는 작품들을 써 왔다.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라는 제목은 쓸쓸한 체념의 어조로 읽히기도 하고, 단호한 결심의 서두로 읽히기도 한다. 이 시집은 두 가지 태도를 한 몸에 지녔다. 시의 인물들은 잔뜩 긴장한 채 떨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미지의 지점으로의 모험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당찬 성정을 지녔다. “똑같은 몸짓으로는 매번 달라지는 감정을 설명할 수 없어요.”라는 문장처럼 임정민의 시는 익숙한 것으로부터 계속해서 미끄러지고 달아난다. 시집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는 그 달아남과 도망침의 생생한 기록을 담은 한 권의 ‘탈출 일지’다. 임정민의 시편들이 어디로부터 도망쳐 왔는지, 어느 곳에 도착했는지, 도착한 곳에서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읽어 내는 일은 저마다 무겁게 등에 진 권태를 어떻게 부술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일과도 같다.
저자

임정민

1990년부산에서태어났다.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으며,2015년《세계의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

목차

1부
HEENT13
사물시는작게말한다19
조형시는골지위에쓴다22
공상과포위25
공백의광선33
아날로그39
벌신(BeeGod)46
콕토의검색58
자율의오도161
자율의오도262
자율의오도363
자율의오도464
자율의오도565
자율의오도666
자율의오도767
자율의오도868
자율의오도969
자율의오도1070

2부
좋아하는것들을죽여가면서73
태화강오후86
갈증92
스몰토크99
밀실102
모래주머니의S와돕는연인들104
루지,언더트리108
interlude113
가장다정한116
asap118
선경121
공주130

3부
htmlghost135
루블140
기숙사144
검은옷의혼선에서서146
크로나150
스키를타는것154
수조를보는것158
크로나164
Loveless169
크로나176
푸른빛이페달을181
물방울치과185
1227188

발문│송승언(시인)
숨은길189

출판사 서평

■매일새로운곳에서태어나는사람들

지루함속으로더흘러가기로할때
나는머리채를잡힌다.
나는달아난다.
-「좋아하는것들을죽여가면서」에서

일상의사전적의미는“날마다반복되는생활”이다.일상을살아갈수록우리는우리의일상을구성한것들에조금씩익숙해진다.익숙해진다는것은평온함을가져다주기도하지만,동시에모든것이낯설때느꼈을긴장감은점점사라진다는의미이기도하다.임정민시의인물들은낯섦에서익숙함으로,긴장됨에서평온함으로흘러가기마련인일상의흐름을정반대방향으로거스른다.그들은삶이지루해지려는찰나,“머리채를잡힌”채“달아난다.”누군가그뒤를쫓는것이아닌데도끝없이,적극적으로도망친다.인물들의도망은쫓기고내몰리는수동적인행위가아닌,망치를들고지루한것들을부수며무뎌져가는시간의감각을날카롭게벼리는적극적인행위이다.내게익숙한것들,익숙해서좋은것들을죽여가면서시간의흐름을거스르는임정민시속인물들은그리하여매일새로운곳에서태어난다.그들은언뜻보기에낯선것들에둘러싸여떨고있는약한존재처럼도보이지만전혀그렇지않다.그들은적극적으로이곳에도착했다.다시내일이되면아무도모르는곳으로떠날것이다.

■이야기들과대화하기

썩은치즈와전원생활의
관계가움직이는것을목격했다

나는시계를보았다
벽에걸려있었다
-「밀실」에서

임정민시의인물들은혼자있는법이없다.늘이야기와함께있다.이때이야기는책상위에놓여누군가에게읽히기를기다리는고요한대상이아닌,스스로말하고움직일수있는생명체에가깝다.사람들의얼굴이모두제각각인것처럼,이야기도저마다다양한모습을하고있다.“썩은치즈와전원생활의관계”처럼서로전혀관련이없어보이는것들이인물들의시선에의해한편의이야기로새롭게완성되기도하고,안데르센전집과같이오래된이야기가인물들에게새삼스레말을걸어오기도한다.이야기는때로내손바닥위작은공간에서만움직이는초식동물같고,때로는강변을함께거닐며지친아이를업어주는든든한어른같다.이야기의크고작은기척을모두눈치채는섬세한감각을지닌임정민시의인물들은이렇게묻는다.“너는알아챌까?”“과연그럴까?”그들은우리가혼자있을때에도실은무수한이야기에둘러싸여있음을알려주고싶어하는것같다.이야기를발견할수있게된다면우리역시이야기와많은대화를나눌수있을것이다.말하고움직이는이야기와함께걷고웃고떠들기도하면서.

■추천의말
먼미래에그는말을찾아간다.이미모든말들이소진된땅위에서.자율적으로.이미모든말들을써버린세계에도영원히쓰이지않는말들이있다는듯이.좋아하는것들.내게익숙한것들을죽여가면서.모르는사람처럼행세하면모르는사람같다.앎은힘이다.우리는그힘을나침삼아우리가잘모르는미지의지점까지나아갈수있다.그리고모름은무한한힘이다.그힘의방향이잘못되었다는점에서우리는모두악마들이다.
-송승언(시인)┃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