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보라를 듣다 (강기원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다만 보라를 듣다 (강기원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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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끝내지 못한 울음의 색,
무한의 세계로 건너간 존재들의 흔적
강기원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다만 보라를 듣다』가 민음의 시 292번으로 출간되었다.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바다로 가득 찬 책』부터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지중해의 피』에 이르기까지, 강렬한 색채의 대비와 혼재로 독보적인 미적 세계관을 선보여 온 강기원 시인이 7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이다.
신체와 사물의 해체, 형태와 색의 분리라는 과감한 상상력을 선보여 온 강기원 시인의 시 세계는 독자적인 힘을 얻어 움직이는 색과 형태 들이 자유롭게 만들어 낸 기이하고도 낯선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강기원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육체의 경계를 넘어 존재를 탈바꿈하는 ‘변신’뿐만 아니라 ‘색’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색’이 되는 감각의 전이, 공감각의 영역으로까지 그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영원히 반복될 것만 같은 변신과 전이라는 시적 환상을 통해 시인은 이제 삶과 죽음, 유한과 무한의 구분이 없는 세계, ‘탈경계’의 문을 두드려 활짝 연다.
저자

강기원

서울에서태어나1997년《작가세계》신인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고양이힘줄로만든하프』『바다로가득찬책』『은하가은하를관통하는밤』『지중해의피』,시화집『내안의붉은사막』,동시집『토마토개구리』『눈치보는넙치』『지느러미달린책』이있다.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현관13
여울고양이14
나비잠자리다리16
물도서관18
호금조21
모린호르(Morinkhuur)22
숨은그림찾기24
흐미26
늙은手巾28
실연박물관29
장마30
비익조32
액자속의이별33
메르헨34
마리36

2부
비밀정원41
먹태42
검은봄44
달빜의달빛46
기벽48
고마리폐쇄화50
빈관52
이명(異名)54
실내낚시터의가죽잉어56
전광판파도58
우울한부케60
공갈젖꼭지61
일요일의고아64
오무아무아66
머뭇머뭇,희끗희끗68

3부
혀73
파도의교실74
심야극장의그랑블루76
촌충79
느닷없이80
ColorHearing82
스르륵84
페이지터너85
태양나침반86
새벽4시-G.G에게88
백로의백로90
억새라는새91
야래향(夜來香)92
붉나무94
귀면각96
봉안담98
서하(西河)100

4부
새벽의회화나무103
보라매104
예루살렘귀뚜라미106
자작나무,골고다108
밤의반얀트리110
사해두루마리112
오디오북114
테이블은듣는다116
제이름이낯선118
붉은,120

작품해설121
깊은곳을본자(Shewhosawthedeep)_송재학(시인)

출판사 서평

■육체의경계를건너는작은존재들
가르릉을버리니
아가미가생기더군요
담을넘지않으니
부레가부풀어요
긴꼬리감추니
어이없는지느러미가돋았죠
-「여울고양이」에서

『다만보라를듣다』는신비로운동식물과사물들이가득차있는한권의백과사전같다.시의제목들만살펴보아도‘여울고양이’,‘나비잠자리’,‘물도서관’,‘호금조’,‘모린호르’,‘귀면각’,‘비익조’처럼이름조차낯선존재들의모습을상상하게한다.강기원시인은이들을발견해오래도록들여다본다.각자의형태와색이고스란히담긴그들의이름을곱씹어보고,그들의표면을구성하는색과형태를하나하나분리해상상한다.고양이의눈을닮아‘여울고양이’라는이름을얻게된민물고기는강기원시인을통해아가미,부레,지느러미가없었던이전의모습,울음소리와긴꼬리를가졌던고양이라는전생을얻는다.강기원시인의시에서이렇듯경계를넘어다른존재로변신하는장면은자주등장한다.이런변신을통해강기원시인이거듭발견해우리에게보여주는것은모든존재가필연적으로가진‘모호한경계면’이다.고양이눈을가진물고기처럼,다섯손가락뼈를가진고래처럼.서로다른종이가진형태적유사성이암시하는변신의가능성이다.강기원시인의시에서변신은소멸과영생을,유한한신체를벗어나무한한생을상상하게한다.

■나는오로지빛깔만을듣는다
내말만큼느린지중해가시달팽이
만이천마리가시달팽이를끓여얻는손톱만큼의보라
달팽이의피,말이되지못한고통의진액
나는다만보라를듣는다
-「ColorHearing」에서

강기원시인에게‘색’은외부세계를구성하는요소가아니라,시인의시선이외부에닿을때새롭게생겨나는감각의세계로서꾸준히다뤄져왔다.이번시집에서강기원시인은색으로부터시작되는새로운세계에대한모험을지속해나가면서도색을소리로,소리를색으로유연하게변화시키는감각의전이를시도한다.호금조의샛노란노랫소리,빙하처럼싯푸른비명,불에끓여지는가시달팽이의보라색소리.이러한감각의전이를두고송재학시인은해설을통해“비명을싯푸른색채의문양으로전이시킨다는것은일종의기록”이라고말하며,강기원의색채감각이비로소“고통의치유라는메커니즘”으로확장되었다고그변화의의미를짚는다.강기원의시에서말하지못한고통,끝내지못한울음,들어줄이를찾지못한웅얼거림은존재가죽고사라져도색이되어영원히남는다.날것그대로의고통을고스란히담은색은다시영원히빛바래지않을소리가되어시인의귀에,그리고우리의귀에닿는다.죽어도죽지않고못다한질주를,노래를,기다림을계속하는색채의소리를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