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 뒤 프루콩 드 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 (박정대 시집)

라흐 뒤 프루콩 드 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 (박정대 시집)

$10.91
Description
고독의 목소리로 묻고 허무의 걸음을 걷는
망명하고 방랑하는 예술가에게 닿은
눈송이의 대답, 시의 결정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하여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아무르 기타』,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삶이라는 직업』, 『모든 가능성의 거리』, 『체 게바라 만세』, 『그녀에서 영원까지』, 『불란서 고아의 지도』 등의 시집을 펴낸 박정대 시인의 신작 시집이 민음의 시 293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 『라흐 뒤 프루콩 드 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은 시인 박정대의 시작(詩作) 시간 30년을 채우고 펴내는 그의 열 번째 시집이다. 그 시간과 무게를 몸소 보여 주는 것처럼 두텁고 묵직한 이 시집에는 시와 노래, 영화와 사진, 친구와 고향 등, 시인 박정대를 이루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시인은 어디에도 결속되고자 하지 않는 방랑자 혹은 망명자처럼 자신을 숨긴다. 다른 언어 속에, 흐르는 노래 속에, 감상한 영화 속에 시를 숨기듯. 그러나 시인은 숨는 동시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리에게 기억되는 수많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하나의 얼굴로. 그는 노래 부르듯 시를 쓰고 토론하듯 시를 쓰며, 그렇게 쓰인 수많은 시들과 함께 어디론가 유유히 흘러가는 듯하다. 그곳은 바로 어디에도 없지만 시인이 마련한 시의 자리, 시인의 고향이다.
저자

박정대

1965년강원도정선에서태어나1990년《문학사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단편들』,『내청춘의격렬비열도엔아직도음악같은눈이내리지』,『아무르기타』,『사랑과열병의화학적근원』,『삶이라는직업』,『모든가능성의거리』,『체게바라만세』,『그녀에서영원까지』,『불란서고아의지도』가있다.김달진문학상,소월시문학상,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
오랑캐이강으로영화「베르데공작과다락방친구들」,「세잔의산세잔의술」,「코케인무한의창가에서」등의각본을쓰고감독했다.현재‘이절아케이드프로젝트’에참여하고있으며,무가당담배클럽동인,인터내셔널포에트리급진오랑캐밴드멤버로활동중이다.

목차

예술가는일종의사회적파업상태에있다
눈의이름17
존재의세가지거짓말19
나의슬픔은세상과무관하고
그대의슬픔은나를울리지못하니20
톰웨이츠를듣는좌파적저녁21
대관령밤의음악제27
위위불란서여인이노래한다59
검결63
시66
비내리는원동의고려극장70
시72
폭풍우치는대관령밤의음악제77


이것은참으로간단한계획91
오,이낡고아름다운바이올린
27행성에내리는센티멘털폭설92
떠돌이자객모로120
아비라는새의울음소리는늑대와같다122
아비정전124
삼나무구락부8진125
어떻게든아름답게135
지금은아주환한대낮의밤
혹은아주어두운밤의대낮137
북관139
생강140
손에는담배를,
탁자에는찻잔을143
대관령밤의음악제145

시는일종의시적파업상태에있다
동네에서가장가까운프랑스179
낭만,적181
빅토르최는한때
혜화동에살았지182
악양184
서울을떠나며186
히네랄리페정원이보이는다락방187
빛속에칠현금189
사랑과혁명의시인190
관산융마191
독립적인영혼194
바람이분다,살아봐야겠다196
톰은죽어서사랑스럽게기다린다199
겨울밤이면스칼라극장에서201
데카르트는아침에일어나는게힘들었다203
담배한갑205
멀리떨어진
가장가까운223
???하,노피곰도??샤
어긔야머리곰비취오시라224

지구라는행성을오래바라본적이있다
영화의기본구조가지구의자전이라면
시의기본구조는지구의공전이다
어떤저항의멜랑콜리229
아름다운시절은흩어져
여인의등에서반짝인다233
이절극장236
추운사월239
불취불귀(不醉不歸)241
흐리고때때로비243
이절에서의눈송이낚시245
아침부터보스포루스해협횡단하기254
오랑캐략사리절외전257
이절에서의눈송이낚시261
산유화,달세뇨표가붙은곳으로가서피네276

작품해설-엄경희(문학평론가)
이주혹은귀환의정신적자서전277

발문-함성호(시인)
은근하고이상한단하나의책303

출판사 서평

■시,그것은눈송이의예술

걸어가는쪽으로내리던눈은
다시돌아오는쪽으로도내린다
지금은귀환의시간
먼곳에서절뚝이며걸어오던시간이
고개를들어눈의영토를바라보는시간
눈속으로내리는또다른눈이하염없이삶의속살을고백하는시간
걸어가는쪽으로눈은내린다
-「눈의이름」에서

시의시간을30여년이나보내고도,시인은여전히시를쥔채걷고부르고묻고쓰는일에질리지않는사람처럼보인다.여전한에너지로혁명에분노하고세상에슬퍼하며허무에서낭만을본다.언제나흥얼거리며주머니에손을찔러넣고걷는사람처럼,“한걸음걸어갈때마다/발끝에차이는것들”(「나의슬픔은세상과무관하고그대의슬픔은나를울리지못하니」)을생각한다.꿈인지사랑인지,혁명인지예술인지하는것들을발끝으로차며,줍기도하며,시인으로사는것이다.그러다가문득그는고개를든것같다.아마도“밤새눈이내”려서였을테고,“거리의추위도눈발에묻혀갈즈음”“우리가밤새찾으려고했던것은생의어떤실마리였을까”하고묻는다.그리고곧장알게된다.“움직이는모든것들이시였고움직이지않는모든것들의내면도결국은시”(「톰웨이츠를듣는좌파적저녁」)였다는것을.눈송이가천천히머리에내려앉듯,그사실을받아들인다.눈송이의결정이모두다르듯쏟아지는언어들이모두다른것에다른어느때보다눈을반짝이며,그의열번째시집에서‘눈송이의예술’을계속해나간다.모두다른그언어들을뭉치고흐트러뜨리며,계속해서쓴다.

■발걸음이멈추는곳

이절에조그만오두막을짓기로생각한후
마음은숭어처럼뛴다
산다는것은뭔가심장이뛴다는것이고
이제나는조금씩살아가려나보다
-「이절극장」에서

정처를모르겠다고작정한것만같고그래서더욱거침없던리듬으로나아갔던시는종종멈춰서서그자리를돌아보곤한다.구르던발과내딛던걸음을멈추는순간은시인이폭설에묻힌듯고독을느끼는순간이다.걸어온것들을더듬는시간.“물끄러미낮달을보고있”는것같은,“낮달속으로걸어들어가망명정부하나세우고싶어”지는순간이며그곳에서시인은“외롭고쓸쓸한사람들모두불러서촛불이라도밝히고,함께조촐한저녁이라도먹고싶”(「음악들」)다.이때쓸쓸함과외로움을생각하느라시인의발걸음은제자리를맴돈다.눈내리는거리를홀로걷는차가운걸음들을생각하다가,푹푹쌓이는눈송이같은시들을생각하다가시인은슬몃정착에의,도착에의의지를내보인다.시인이닿고자하는곳은바로그의작업실이자고향인이절이다.“첫눈의언어를찾아말을타고떠났다가(……)이제사이곳에당도했으니/여기는이절,/불꽃과눈송이로이루어진단한편의시”(「오랑캐략사리절외전」)로설명되는곳.그곳에서시인은오래도록맞아온눈발을털어내고,언발을녹이는난로를켜고,눈이녹은물을끓여훈기를퍼뜨리고,다시노래를시작할것이다.발걸음이멈추어따뜻해지는곳에서다시,시가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