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정재율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정재율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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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픔이 머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고
사랑을 볼 수 있도록 창을 닦아 주는,
아직 부서지지 않은 영혼들을 위한
약하고 튼튼한 마음의 작은 집
2019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정재율의 첫 번째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가 민음의 시 298번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섬세하고 투명한 ‘마음’을 닮은 시편들로 꾸준한 주목을 받아 왔던 정재율 시인의 작품들이 시집이라는 ‘몸’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마음을 담은 이 한 권의 몸은 혼자인 듯 혼자가 아니고, 흔쾌히 산뜻하지만 한없이 가볍지 않으며, 불현듯 슬프지만 곱씹을수록 용감하다. 시인의 시선은 눈앞에 없는 사람에게 가닿고, 시인의 시간은 지나갔거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오간다. 정재율은 어린아이였던 시절로 돌아가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 버린 아이들을 불러 모아 더 이상 그들의 영혼이 부서지지 않도록 따뜻하고 연약한 집에서 머물게 한다. 가끔 그 집에 정재율이 홀로 남을 때면 이제는 더 이상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온다. 떠나 버린 사람들이 이 세상에 살 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시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의 말을 받아 적는다. 모든 혼자였던 이들과 살고 싶던 이들에게 “우리는 서로 닮았다”고 말해 주는 시인. 작별하기 위해 초대하고 사랑하기 위해 잘 우는 시. 정재율이 지은 마음의 집으로 들어서면 그런 것들을 만나게 된다.
저자

정재율

1994년광주에서태어났다.2019년《현대문학》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작은유리알파편처럼
물탱크13
투명한집14
개기일식17
축복받은집-숲18
몸과마음을산뜻하게20
빛을내는독처럼23
최후의빛26
가정예배28
매미소리와빗소리와망치소리가들리는여름30
현장보존선32
줄눈35
물고기의마음38
사랑만남은사랑시41

2부사랑했던것을조금남기는기분으로
축일47
라스우바스(Lasuvas)50
축복받은집-레밍52
끝과시작54
056
종합병원60
홀62
레몬과회개65
프랑스영화처럼68
시네마천국71
영화와해변74
최초의빛76
예배당78

3부잘우는사람이되고싶어
고해성사83
여름은온통내가사랑한바깥이었다86
선이맞는않는91
미약한세계94
감자보다고구마를좋아해96
어떤향은너무강렬해서오래기억에남게되는데99
굴뚝집102
최초의잼104
서교동사거리107
너무열심히달려서108
공110
축복받은집112
로즈메리114
여름일기117
사슴의이야기를나는좋아한다120

4부더깨끗한마음을가지고서
밤123
가지는착하다125
롤러코스터를처음보는사람처럼128
생활132
초판본시집134
입석136
선샤인호텔140
부표142
온다는믿음145
라인크로스148
달리고달려도바뀌는건없고여전히날씨는제멋대로입니다152

5부진심으로비춰보면진심으로갈수있다믿었다
수영모157

작품해설-김보경(문학평론가)
멜랑콜리페이션시158

추천의말-문보영(시인)
슬픔의정원사175

출판사 서평

■함께울기위해지은집

숲이나무를흘리고다녔다.나는그것을주워집을만들었는데이집은영원히타오르지않을거야,내가말했다.
-「축복받은집-숲」에서

정재율은부지런히자리를만든다.작은토끼가들어와편히쉬도록산속오두막을지키는노래의주인처럼,이곳에오고싶은이들이언제든올수있고이곳에서가벼워진사람들이언제든떠날수있도록.그곳에서시인은가장인내심이많고가장관찰력이뛰어난집주인이된다.마지막까지그집에와야할사람들의기척을기다리며,온감각을곤두세워그신호들을수신한다.“사람떨어지는소리”(「물탱크」)를들으려귀를기울이고,“생각보다많게/숟가락을더놓고/준비한찻잔을꺼”(「어떤향은너무강렬해서오래기억에남게되는데」)낸다.담담해보이는이과정은실은정재율시의화자들의꿋꿋하고아름다운노력에의해가능해지는데,이들이거듭다짐하는것은“잘우는사람이되고싶”(「너무열심히달려서」)다는마음이다.이들은확신보다는소망으로,이미그런사람이된영웅처럼굴지않고꼭그런사람이되고싶다고아이처럼바랄뿐이지만,그약하고어린기도는떠난사람들과주파수를맞추기에충분하다.잘우는사람은슬픈사람이고,간혹“둥둥떠다니는마음같은건/다가라앉아서없어져버렸으면좋겠다고”(「몸과마음을산뜻하게」)생각하게되지만그는함께우는일을그만두지않는다.“모두한꺼번에슬픔을나누면/그건그거대로슬프지않”(「축복받은집-레밍」)다는믿음을붙들고있는사람이기때문이다.

■지워지며되살아나는사랑

사랑이뭐라고생각해?라는물음에나는물을담듯이두손을모아내밀어보여주었다
-「영화와해변」에서

정재율의시에서는고통받고외롭던이들이미약한목소리로되살아나속삭인다.“한여름이오기전에시코쿠에가고싶어”(「매미소리와빗소리와망치소리가들리는여름」)라고말하는목소리,“같이걷고싶어서요”(「현장보존선」)라고말하는목소리.정재율의화자는시코쿠에가고싶다는말에고개를끄덕이고.같이걷고싶다는말에함께걷기시작한다.목소리를잃어버린이들에게몸과대답을빌려준다.목소리들이서로투닥거릴때는아주다정하게,“너희에게내만화책을몽땅나눠줄게그러니싸우지마”(「축일」)하고달랜다.정재율의화자들은상대방을빈틈없이끌어안기위해자신을비운다.자신의얼굴이비치지않는유리창에목소리만남은“죽은생명체들”의모습을“붓과물감으로/더자세하게그”(「사랑만남은사랑시」)린다.자신을지우고흐릿해져가는이의얼굴을되살리는일.정재율이보여주는기억과재생과대화의시도는‘나를비우는일’이자흰종이만으로사랑을고백하는일이다.정재율시의화자가보내는편지에는“사랑하는사람에게”(「사랑만남은사랑시」)라고만쓰여있고,보내는이의이름은없다.사랑을보내지만자신의흔적을지움으로써오로지받는사람을위하는편지를완성한다.자신의이름이놓일자리를지우며그곳까지마음으로채워둔다.이시집을받아든이들이알수있듯,편지에가득담긴것은마음,보이지않는자리의이름은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