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양장본 Hardcover)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양장본 Hardcover)

$12.47
Description
시를 낳을 때마다 다른 시인이 되고
태어난 시로 인해 또 다른 시인으로 변모하는
감응의 산파술, 영원히 완성되는 기념비

문정희 신작 시집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가 민음의 시 299번으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사랑』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시력 50년에 달하는 문정희의 기념비와도 같다. 타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기념비일 때 기념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품이자 영원한 기념을 가능케 하는 예술품이 된다. 시를 욕망하던 어린 시인이 시와 함께 살아가다 이제는 시로써 자유로워진 장대한 시간은 그야말로 기념비에 비견할 만하다.
저자

문정희

1947년전남보성에서태어나서울에서성장했다.1969년《월간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남자를위하여』,『오라,거짓사랑아』,『양귀비꽃머리에꽂고』,『다산의처녀』,『나는문이다』,『응』,『지금장미를따라』,『작가의사랑』등다수의시집과장시집을비롯해『시의나라에는매혹의불꽃들이산다』등의에세이집이있다.현대문학상,소월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육사시문학상,청마문학상,목월문학상과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수상했으며,스웨덴하뤼마르틴손재단이수여하는시카다(Cikada)상을수상했다.고려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동국대학교석좌교수를역임했다.14권의시집이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등10개언어로번역되었다.

목차

1부
나잘있니13
겨울키스14
비누16
나는내앞에앉았다18
절벽위의키스20
망각을위하여22
네가준향수24
머리카락26
탱고의시28
젊은나에게34
이길이선물이아니라면35

2부
투포환선수39
도착41
나의검투사42
그녀,엄마43
부엉이시인에대한기억44
디자이너Y46
수상소감48
시시50
시인의장례식52
어디를열어야당신일까53
어린떠돌이54
여기까지나를끌고온것은무엇인가56
눈송이당신58
인생59
난징의저녁60
첫눈은못질소리로온다62
카페단테64
보고싶은사람68
독립문을지나며69
내가만든나라70

3부
벌집75
내가TV라면76
예술가와상78
여자작가80
코레의레전드를생각하는파리의아침82
타조울음84
국경마을내친구들86
모든길에는야생개가있다88
폭염90
냉혈자궁92
방독면96
암탉읽기98
두사람100
서원에오른여자102
청와대앞길104
좋은코106
젖은지폐108
대통령이되고싶은사내109
폭면110
태풍속의공항112
정크아트114
나버리기116
나는세계이다118

4부
모른다123
보석잠자리가있던골목124
슬픔은헝겊이다126
아도니스128
해골노래130
야간비행132
잊어버렸다134
알몸뉴스135
장사꾼다이어리136
초여름신도시138
펜과깃털139
꿩140
떠날때141
작품해설/최진석(문학평론가)
기념비의시학

출판사 서평

■기념비의시학
시인은언제나자기를향한기념비를짓는존재다.세계의외관을서술하는산문가와달리,타인의작품을해석하는비평가와도달리,시인은언제나세계속에서자신의내면을읽고타인의작품을통해자기와대면한다.그것은번뜩이는지성의철학적성찰을통해서도아니고계량된수치를열거하는사회학적분석을통해서도아니다.오히려매번의시선을통해,그리고매번의발화를통해늘스스로에게돌아가자신을발견하고표현하며다른삶을찾아낸다.그반복속에서‘나’라는사건을짓는다.

스무번의봄날을지나
아니,서른번의겨울을지나
나는내앞에앉았다
너는한번도떠난적이없으니
늘함께숨쉬었으니
나에게서걸어나와
다시내앞에앉은것이다
-「나는내앞에앉았다」부분

■시는‘나’에게건네는대화
사랑은그리움과슬픔을원료로작동한다.문정희시작(詩作)의추진체로서그리움과슬픔은감상어린비애의관념이아니다.실존하는타인,이름부를수있는누군가를향해유행가가사마냥읊조린노래가아니라오직자신을대상으로자신에게건네는대화의표현으로서시는직조되어있다.때문에“당신은그리움과슬픔이너무많아”(「머리카락」)라고되뇌는것은시인자신이지만,듣는이또한시인이외의다른이일수없다.시인이자신을“고독의혈족”(「희귀종」)이라부르는것도그런이유이니,매번사랑에감응할때마다마주하는것은그자신이고,이자신이라는고독을넘어설수없음에비로소시가탄생한다.문정희가끝없는반복으로‘나’와만나고대화하며건넨말들이문정희의시다.

나는울다가눈을떴다
그래이것이네운명이라면
그렇다면이대로절뚝이며살아라
나또한헛짓을하며즐거웠다
나는시들을자유로이놓아주었다
-「망각을위하여」부분

■완성되지못하기에완성적인
시인은시와자신,자신과또다른자신,세계사이의무한한분열을목도한다.분열의세계에서“정상”이라불리는척도란있을수없으며‘나’의정상상태역시존재할수없다.비정상,곧규정불가능한운동과흐름만이세계와나,너,모든것의원리이다.따라서문정희의기념비는고정되고절대화된어떤무엇도가능할수없음을통찰하는반(反)시학적명명이다.그렇게시인은줄지어늘어선기념비들에무심히등을보인채,그어떤기념비도최종적으로완성될수없음을확신하면서다시유랑에나선다.“아무나만졌지만누구도만지지못”하는기념비를염원하면서.

나는너와다르다
오직하나인옷
다만든옷을잘라미완성을만든다
그것이그의완성이다
완성을향해가고있는
그언어만이진짜라고생각한다
(중략)
아마나는여기까지시인이다
-「디자이너Y」부분

■추운사랑의노래
그리하여지금문정희의시는처음만져보는추운사랑을긍정한다.도착한곳에머무르지않고만족하지도않는“시의혈족”은언제나유랑중이다.유랑하는그에게나침반이있다면오직고독과미완성뿐이다.고독과미완성을추진체로움직이는문정희의시는추운사랑만이사랑을계속할수있는이유임을알려준다.혼자이고,그마저도분열되며새로운상태를향해나아가는이사랑은추워도좋다.“직선으로소리치고싶”다고말하는시인은말한다.오늘은좀추운사랑도좋아.

처음만났는데
왜이리반갑지요
눈송이당신
처음만져보는데
무슨사랑이이리추운가요
하지만오늘은좀추운사랑도좋아요
하늘이쓴위험한경고문같아요.
-「눈송이당신」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