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체육관 (조혜은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눈 내리는 체육관 (조혜은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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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혜은 신작 시집 『눈 내리는 체육관』이 민음의 시 300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구두코』를 통해 사회의 소외된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존재하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애정과 그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자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 준 조혜은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신부수첩』을 통해 한층 성숙하고도 파격적인 통증의 형식으로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담아 내며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두 번째 시집으로의 도약은 다음 시집에 대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6년 만에 출간하는 세 번째 시집 『눈 내리는 체육관』은 그 기대를 가뿐하게 넘어선다. 독자들을 슬픔으로 전율케 하는 이번 시집은 보다 강해진 진실의 체력으로 고통과 대면하며 낡은 사랑을 찢고 새 사랑을 낳는다.
저자

조혜은

2008년《현대시》에「89페이지」외2편의시를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구두코』와『신부수첩』이있다.

목차

자서(自序)

1부꿈
위안13
레드-손14
봄밤18
4420
202,순조23
실명30
눈내리는체육관-사라진유치원32
작은어머니37
눈내리는체육관-독감41
면제44
모래놀이46

2부벌
신혼일기51
동물원-독감55
집안일56
징벌-장난감놀이59
제빵의달인-장난감놀이60
장례-벌레63
숙제검사70
단식-장난감놀이76
장례-눈79
눈내리는체육관-책장84
눈내리는체육관-손88

3부죄
유권자-장난감놀이93
소금96
비발디의얼굴98
벌레-엄마100
눈내리는체육관-엄마의일기104
그네108
소설-승은언니에게110
둘째112
눈내리는체육관-우산115
노키즈존118
받아쓰기122

4부몸
데이트-폭력127
단발128
응급실130
6인실132
노른자와눈보라135
공원138
병원놀이141
체온-손142
WONDERLAND144
봄비147
화병-손150
눈감기152
환갑여행154
책상정리158
과체중160
겨울162
복수164
목욕168

작품해설/김상혁(시인)171
추천의말/김지녀(시인)189

출판사 서평

■누구에게나‘체육관’이필요하다
이시집에는‘눈내리는체육관’이라는동명의제목을지닌시가4편수록되어있다.시집을관통하는상징적인이미지이자시집을이해하는중요한키워드로서체육관은육체가주도하는공간이다.말이중단되고몸이계속되는곳,공격과방어만이유효한세계.오로지몸에만집중하며근육을키우고체력을단련시키는체육관에서‘나’는이념이아니라물질로존재하며나를둘러싼세계를몸으로상대한다.깊은침묵의공간,창문으로는눈이내린다.아름다운정지화면같은순간,혹은차갑도록무심한순간.세상을침묵으로덮는눈처럼체육관을울리는동작의소리가마음속에떠오르는통증들을뒤덮는다.

■폐기된사랑의신화(神話)
가족이하나의체제라면사랑은체제의존속을위한유일신이자이념이다.사랑에앞서가족이있다.폭력을중심으로전개되는가족서서와중에도끝내사랑의신화가자리하는이유역시사랑이가부장제를구성하는이념이기때문이다.그러나조혜은은“그한결같은사랑의문법들”에서“썩어가는악취를”맡는다.그에게가정은서로가서로를향한폭력을행사하는사건의현장에더가깝다.가족이라는이름으로발생하는각종폭력은그정도나범위를특정할수없을만큼전방위적이다.조혜은은가족의기원이자절대적신념으로서의사랑을폐기한다.이념없이살아가기위해‘나’의감각에집중해야하는우리에게는체육관이필요하다.

■사랑이라는신화(新話)
“내가사랑한다고해도아무런일도일어나지않았”지만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기에그사랑은‘나’의기원이될수있었다.모두의원형이아니라나만의원형속에서“사랑받았다는오해”는없고사랑받있다는기억은있다.사라진사랑의자리를채우는건‘나’에게서비롯되는새로운이야기다.‘나’는아이과함께하는시간속에서절대적상호성,상호적절대성을발견한다.“서로에게서로의무게를기댄채잠이”든모습속에서,‘엄마’라는이름을무한히부르고엄마로부터의사랑을무력하게원하는아이들의아낌없는사랑속에서.아이들과주고받는강렬한의존속에서‘나’는‘엄마’로변해간다.사랑을주기위해희생하는엄마가아니라희생과절망을오가는과정속에서도사랑받으며엄마로자라나는‘나’를통한변화다.

■나를데리러가는중이었다
그리하여조혜은의시집속‘나’들은지금‘나’를데리러가는중이다.잃어버린‘나’가오는길에마중서서그들이오는길을두팔벌려맞이한다.이제“나에게도내가절실”하다고말하던화자들은고립과고독의시간을지나사랑받는‘나’와함께한다.인간은이념으로서의사랑이아니라감각으로서의사랑속에서만자신을긍정할수있다는사실을알기위해체육관에는그토록많은눈이내려야했던걸까.시집을읽는동안우리는이체육관을두고우리네삶의현장이아니라고도할수없게된다.내가생각을그치고세상과몸으로부딪치며혼자만의싸움을하고있을때,눈내리는장면처럼이시집이당신을응원할것이다.“나는지내고있니?/나를지나고있다”잘지내고있냐고묻지못한채나를지나칠수밖에없었던시간을뒤로하고,“나로써완성된나’도뒤로하고,사랑속에서단련된‘나’를만날수도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