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선물 (조해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가벼운 선물 (조해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2.26
Description
풍경의 시간과 단어의 무게를 바꾸는
세심한 관찰과 무심한 표정
이제 시의 다른 감각을 이야기하는
조해주의 두 번째 시집
2019년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조해주의 두 번째 시집 『가벼운 선물』이 민음의 시 301번으로 출간되었다. 조해주는 담백하고도 용기 있게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하는 시를 선보이며 독자와 동료 시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조해주의 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물화를 그리는 듯한 시선으로, 불필요한 형용을 과감히 제거하는 수다스럽지 않지만 존재감 있는 문장으로 쌓여 왔다. 첫 시집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하던 시인은 두 번째 시집 『가벼운 선물』에서 이제는 가벼워지자고 제안한다. 그가 물으면 “무거워?”(「잠이 쏟아지면 울기 어렵다 눈이 자꾸 감기기 때문이다」)라는 질문도 가볍게 들린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가벼워서”(「풍선의 무게」)라는 말의 뒷맛은 생각보다 무겁게 남는다. 조해주는 아주 자세히 봐야 알아차릴 수 있는 섬세한 무표정으로 가벼움의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묻는다. 조해주가 우리의 손에 들려 주는 물음표는 중력을 이기는 새로운 시적 감각이다. 시인으로부터 받은 이 선물로, 이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느껴지는, 시의 무게를 바꿔 볼 수 있다.
저자

조해주

2019년시집『우리다른이야기하자』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밤산책11
여기서부터는혼자갈수있어요12
가까운거리15
여전하네,잘지냈어?18
평일21
좁은방24
표범의마음27
처음보는사람30
조용한사람32
트램펄린35
체조경기를보다가38
근린공원40
최근42
나무들이끝없이늘어선길을가로지르는사람44
시먼딩46
여의도48
일곱시51
아웃포커스54
옆에있는사람56
아홉시58
파리공원61
에게64
끝67
생일70
주말73
안방해변76
CLOSED79
생활감82
안목해변85
누수88
한동네에서오래91
이브94
편식97
잠이쏟아지면울기어렵다눈이자꾸감기기때문이다100
소금항아리102
백년서점104
참외의길이106
다름아닌땅콩108
마침110
음악때문에112
가방의깊이114
셔츠의크기116
좋은하루되세요118
OPEN120
그런사람122
풍선의무게124
BREAKTIME126
일기예보128
펜팔130
잘찾아오실수있겠죠?132
여력134

작품해설-박혜진(문학평론가)137

출판사 서평

■사려깊은이가문득덧붙이는물음표
『가벼운선물』에서는우리가일상에서주고받는질문들을어렵지않게찾아볼수있다.그러나조해주시의화자들이물음표를건네는순간은일상적이면서도시적이다.무심히건네는것같지만상대방의상태나의식이나와같은곳에있는지확인하는질문들.시속에서그런질문을받아든이들은그상황을통해다시한번자신의자리,혹은존재를재인식한다.“무슨생각해?”라는질문에대체로우리는어떻게대답할까?조해주시의상황은아주단순한질문으로세계를확장시킨다.이를테면“그는어떻게알았을까내가흩어지고있다는것을”(「여기서부터는혼자갈수있어요」)이라고대답하는장면으로.조해주에게물음표는다른세계로넘어가는열쇠처럼작동한다.아주작지만상상이상의에너지를지닌버튼처럼,눈에보이는세상으로부터멀어지거나다른존재가되어가는나자신을발견하게하는것이다.시인이이신기한작동법을지닌물음표를붙이기까지사려깊은얼굴로고민하는모습을상상한다.이상한나라의앨리스가작은병에든물약을마실까말까고민할때처럼.조해주의시속에서는“여기서뭐하니?”같은안부인사마저질문을받는이로하여금어느덧공간을벗어나고거리를넘어선자신을발견하게하기때문이다.“박물관앞에서/만리장성위에서/폭포밑에서/붉은광장한가운데서”(「여전하네,잘지냈어?」)새로운현실을감각하는일.시인의작은물음표하나가우리를그렇게만든다.

■나의삶에불쑥들어오려는작은것,시같은것
조해주의시속화자들은종종비일상의순간과맞닥뜨린다.그때마다그들은익숙했던세계의질서를벗어난것이조금은불편하지만,변해버린상황을담담하게받아들이는편이다.서두르지않고,우왕좌왕하지도않고,자신의상태를조용히납득하고자하는마음.조해주는적응하는화자를탄생시킨다.평소처럼물컵을들여다보다가“바닥에가라앉은것을자세히살핀다는것이그만/눈동자안에통째로유리컵이들어가버렸다”고진술하는화자는어떤가.그는눈에물컵이들어간상황에적응하기위한일상에돌입한다.“컵에물이찰랑이고있어서”“함부로물구나무를”서지않는다.눈에들어온물컵과함께사는일이일상적임을받아들이려는비일상적화자.우리가조해주의시에서사귈수있는독특한친구들이다.그러나그들의태도는충격을무시하는것이아니라흡수하는쪽이므로,그로부터오는미세한변화를감지하게될것이다.“컵이눈에들어온뒤로/무엇을보면쉽사리잊히지도않아서”(「좁은방」)라는고백이그것이다.조해주의화자들이그들의몸에불쑥들어온작은것들을받아들이려는시도,순식간에내몸의일부가되어버린그것들을이리저리느껴보려는시도는우리가시를읽는순간과닮아있다.눈에보이지않는시는어느새우리마음에붙어아주작은변화들을일으킬것이다.『가벼운선물』을읽은뒤우리는어떻게변하게될까.이제우리가시를받아들일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