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포 - 민음의 시 304 (양장)

소공포 - 민음의 시 304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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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형식과 내용이 끝없이 전복되는 미지의 항로,
길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그다음의 시’
배시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소공포』가 민음의 시 304번으로 출간되었다. 배시은 시인은 독립문예지 《베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해, 질서와 반복으로부터 미묘하게 벗어나 있는 내용과 형식의 추구를 통해 그만의 고유한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배시은의 독특한 시선과 언어 실험은 시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향한다. “우리는 곧바로 그다음 상황에 놓인다”는 「자서」의 선언적인 문장처럼, 페이지마다, 연과 행마다 의외의 상황과 언술들이 부지런히 이어진다. 시집 『소공포』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장면을 향하는 배시은의 독특한 시선과 함께 더불어 기존의 형식과 내용을 재배치하여 그 너머를 도모하는 시적 시도가 두드러지는, 배시은 시 세계의 첫 결실이다.
『소공포』에는 모두가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소원을 비는 가운데 소원의 내용에 주목하는 대신 아무도 그 소원의 내용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역소원」) 발생하는 낯선 정서와, 기존의 기호와 형식을 활용해 새로운 시를 도모하는 낯선 형식이 함께 존재한다. 내용과 틀이 끊임없이 전복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유동성의 시집 『소공포』는 이렇게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알리며 시의 또 다른 미래를 열어젖힌다.
저자

배시은

저자:배시은

목차

1부
바퀴달린짐가방13
칫솔14
회전문15
백미18
평균자유행정20
역소원22
참가시은계목23
묵독파티24
익익월26
현재형일기29

2부
소공포33
은점토34
수관기피35
활력징후38
소공포(2022)39
미세운석먹기46
비더빙디비디48
교통섬50
무배치간이역55
날씨가그지역을넓히고있다58
공생발생60
종합영원62
너의가방은내용물이보이는가방64
디지털수족관66
해상물류68
소공포72
무한목숨캐릭터74

3부
「최선을다하지않는다는느낌」에반해버렸다81
물음84
한글입숨85
모든것을하는것86
해체전90
akzkeka92
네얼굴작은점들로이루어져있고96
해체전98
추위100
헬로월드102

4부
체크아웃107
구원110
연극배우112
축일전야114
은점토116
근린117
이슈쟌118
은점토120
바지121

작품해설_김뉘연(시인)123
추천의말_김유림(시인)137

출판사 서평

■구멍너머펼쳐질뜻밖의장면들

소공포는구멍이뚫려있는멸균된면포로지금은나의얼굴이다나의얼굴은구멍이뚫려있는멸균된면포로너의얼굴에내려앉는다너와나의얼굴은하나의얼굴이다
얼굴은접히거나펼쳐진다얼굴이겹겹이쌓인다
―「소공포」에서

시집제목‘소공포’는단어자체로끊임없는“그다음상황”(「자서」)를만들어낸다.‘소공포’를마주한우리는단어안에도사리고있는작은(小)공포에사로잡힌다.그리고그다음,단어의정확한뜻을알기위해검색을시도할것이다.또다시다음,단어가표준국어대사전에등재돼있지않은것을확인하고당황한다.마침내온라인상에서그것이치과나외과진료시수술부위에덮는초록색면포를일컫는말로통용되고있음을눈치챈다.
‘소공포’의쓰임새역시겹침을통해“그다음상황”을엿보게하는물건이다.소공포가수술부위에가닿는순간,구멍을통해드러난부위에서는우리가기대하거나,두려워하거나,궁금해하는일들이벌어질것이다.
시집『소공포』에서벌어지는수많은‘겹침’들은어김없이독자들을이다음의공간과시간으로,단어와문장의우연적접합이만들어낸의외의형상앞으로데려간다.배시은이배치한상황의연쇄를따라고요한미지의모험을떠나보자.다음장에도사린순간은나의예측과얼마나같을까?혹은얼마나다를까?

■용감하게다음단계를도모하는시

무엇이든액자에가둬봐
「이렇게」
「그럴듯하게」

마지막날을피해서「마지막날전날의전시장」에왔다

작가의일생이벽에붙어있다
작가는「작가의일생」에동의한적있을까?
―「「최선을다하지않는다는느낌」에반해버렸다」에서

『소공포』가예상치못한장면들로가득한이유는배시은이내용과형식을모두품는시적시도에부지런한시인인덕분이다.김뉘연시인이작품해설에서짚었듯,‘언어’란단어와문장을통해하나의내용을형성하는수단이고,‘기호’란‘언어’로형성된내용을이미받아들인채자신을확장해나가는사회적약속이다.배시은의시는이미굳어진기호에의외의내용을담고,그것으로이루어진새로운질서를만들어내는등언어와기호의특성을자유자재로넘나든다.홑낫표기호(「」)를액자라고정의하면무엇이든액자에담긴작품으로만들어낼수있다는선언의시「「최선을다하지않는다는느낌」에반해버렸다」가마지막행에서“용기”를말하며끝을맺는이유는무엇일까.배시은은언어와기호의메커니즘을깊이이해하고,그로부터시의이다음단계를도모해보려한다.“「무엇이든」액자에가두”어보려는그의시도와실험은용기가없다면불가하며,이작고단단한용기로부터비로소그의시가미래를향해귀중한발자국을내딛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