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 민음의 시 306 (양장)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 민음의 시 306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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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절단하고 접붙이며 이어지는 시의 장면
그 낯설고 아름다운 이음새를 감각하게 하는 몰입의 언어,
잘라낸 장면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정교한 설계도

제4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제4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김석영 시인의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가 민음의 시 306번으로 출간되었다. 심사 당시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는 시인이 시마다 스스로 던진 화두를 스스로 해결해 내는 매력적인 완결성과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정서와 정서를 만들어 내는 시적 문장, 그리고 시와 시 사이의 치밀한 구성으로 시를 조립하는 재미가 풍성한 ‘단 한 권의 시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예고편이 있고 A 쇼트와 B 쇼트로 나뉘어진 시집, 엔딩 크레딧과 쿠키 영상까지 마련된 시집은 ‘단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는 아마도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가까울 것이다. 김석영의 시가 상영되는 곳에, 관객이자 독자는 언제나 30분 정도 늦게 입장한다. 늦은 입장은 이 시집의 힘이다. 늦었기에 더욱 신속히 시적 상황으로 진입하며, 인물과 배경과 대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충실히 몰입한다. 늦은 입장 이후 독자들의 내면에 암적응이 시작될 때, 시인의 문장은 흰 자막처럼 뚜렷하게 떠오른다. 시인은 독자를 상황의 절단면에 서게 하여 다음에 올 이음새를 기다리게 만든다.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가 지닌 시적 에너지는 중간에서 온다. 중간 이후 시작이 올 수도, 결말이 올 수도 있는 자유를 쥐고 시인은 다음을 향해 간다.
저자

김석영

1981년서울에서태어났다.추계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중앙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2015년《시와반시》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밤의영향권』이있다.제41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풀―예고편13

A쇼트

플래시백15
폴리오미노16
AnimatedAnti-animal18
불완전한세개의이미지19
가까워지려고21
기도24
침묵26
죽음이빠져있는사전28
심판30
충돌과반동32
진짜돌34
흑백의주인36
보라색바탕에흰글씨38
푸티지39
독백40
오늘의꼬리42
검고메마른44
크랭크인46
회복의모양48
선택50
상상선52

B쇼트

선택58
두개의여름과두개의결과60
폴리오미노62
평면을세워66
불완전한세개의이미지38
서랍속개의풍경70
기도72
삽입곡73
정물처럼앉아74
낮잠속에서꽃잎이떠내려간다76
환기80
마른식물82
가짜돌84
납구름86
흰바탕에보라색글씨88
편집90
손의예고92
달리기94
다정한냄새96
플래시백98
사용99
광물102
멸망104
연기론106
암상자108

엔딩크레딧

넌진화할거야113
화상과환상115
파레이돌리아118
소음120
해일122
돌을쥐려는사람에게124
쿠키―비둘기가많네요126

작품해설조대한(문학평론가)127

출판사 서평

■서로다른세계를연결하는작은것들의시

물에비친돌은나뭇가지를
나뭇가지는개의얼굴을
한다
-「가까워지려고」에서

김석영의시에는정물같던풍경이나대상이불쑥움직이거나,우리가알고있던단어가익숙한의미를벗어던지고더넓어지거나혹은뒤집히는장면이등장한다.바닷가에서“조개껍데기를모르는채조개껍데기를줍는동안”조개껍데기가“무덤”이되어무덤을“줍는경험”을하는시「광물」이나,“예전에불탄자리였”다던해안가의절에서“녹았던자리를기억하는초”같은바다를바라보다가이것이정말로“캔들”이었다는전환으로이어지는시「검고메마른」이그렇다.조개가무덤이되는것은시간을뛰어넘은것처럼느껴지고,녹은초같다는생각을했던풍경이정말로녹은초였다는이야기는호접지몽처럼전해내려오는꿈이야기같다.김석영은가장유연한멀리뛰기선수처럼이쪽에서저쪽으로훌쩍넘어간다.다른두세계의절단면을찾아이어붙인다.이때제법거칠어보이는절단면조차대담하게성큼접붙이는시인의상상력과사유는독자로하여금절단면을연결선으로여기게하고,거친면보다거침없음을느끼게한다.

이러한인식은시인의자서(自序)에서도엿볼수있다.“달은돌기때문에달이다/돌지않으면돌이다”라고말하는시인은우리가떠올리기에작고움직이지않는것에불과한돌이라는이미지를더거대하고영원히움직이는것에가까운달이라는의미로까지확장한다.지구의표면,그러니까땅의바닥으로부터주워들수있는것에서저멀리도는달까지,김석영의시적(무)중력은이토록가능하고또무한하다.

■삭제되었으나진행중인화면바깥의이야기

그장면만빠져있는
스크린위
(……)

나의독립영화가비로소상영되었다
-「선택」에서

『돌을쥐려는사람에게』에는종종중간에서시작된다.“파이를엎었을때/나는부엌식탁에서있었다”라고시작되는시「마른식물」이그렇다.독자가그장면을목격했을때이미파이는엎어졌고,화자인‘나’는식탁에서있다.그장면이전에‘나’가어쩌다파이를엎었는지,혹은훨씬더이전에왜파이를구워야했는지는이시에등장하지않는다.그저“바다액자가걸려있는거실”에“초를들고왕관을쓴여자가사람들에둘러싸인채기괴한표정으로멈춰”있다는이후의장면만이등장할뿐이다.“그이후로/나는숨을잘쉴수없게됐다”(「회복의모양」)같은문장역시그렇다.우리는시의화자가언젠가부터,어떤사건으로인해숨을잘쉴수없게되었는지알수없지만,바로화자의상황과심정에이입하기위해몰두하게된다.비밀을지닌이에게선뜻무슨비밀인지물을수는없고,비밀의정체가궁금해그사람의말에서최대한의힌트를얻기위해귀를기울이는사람처럼김석영의시에귀를기울이게된다.

그림자가사물을더생생하게보이도록하듯,김석영의이러한도입은우리가잘린화면바깥을상상하게만들며시의이면,시의그림자를만들어낸다.보이지않는것을보고싶게만드는시를읽으며우리는알지못하는것들을상상할수있다.볼수없는것을상상하고알지못하는것을가늠하게만드는것은사랑의속성이기도하다.『돌을쥐려는사람에게』는시를사랑하는구체적인방식을알려주는시집이기도한것이다.

추천사

김석영시의첫문장들은어떤단절과함께독자들을시적상황속으로이끈다.때론동화속으로,때론현장속으로,때론사고실험속으로.거부감없이읽는이를시적실재속으로몰입하게만든뒤자연스럽게사유의끝에안착시키는감각의논리가매혹적이다.
-조강석(문학평론가)

김석영의시는읽는이의호흡에적절히조응하는리듬감을지니고있다.긴시든짧은시든,아니면실험적인형식을띤시든예외없이리듬이살아있다.맥박이뛰고밀물썰물이있는것처럼자연스러운리듬.그리듬은김석영이선택한기호들은왜곡없이잘전달해낸다.그는교향곡한악장을무리없이,빈틈없이잘마무리한지휘자다.
-허연(시인)

첫시집『밤의영향권』의예상못한변주처럼반가이등장한김석영시인의두번째시집『돌을쥐려는사람에게』는“정물처럼움직임이없”(쿠키비둘기가많네요」)는일상의이미지들에서다른겹의아름다움을발견하려는사람들에게,“서로의창문이부딪칠때”(「파레이돌리아」)에도끝까지타인의눈을피하지않으며그자리에머무르려하는사람들에게,“꿈의구조가바다와닮아있다고생각”(「넌진화할거야」)하며그곳에서“물속에최후까지남아있는것”(「해일」)을직시하려는사람들에게,그불가능한돌을손에쥐어보려는사람들에게시인이상영하는낯선시의가능성이자,그들과맞잡기위해건넨열띤두손에다름아닐것이다.
-조대한(문학평론가)

책속에서

물에비친돌은나뭇가지를
나뭇가지는개의얼굴을
한다

작별인사를하는것처럼
작별인사는하지않을수없는것처럼

돌이나무에게나무가개에게
흔들려서
손을흔들었고

돌을닮은개에게
개를닮은돌에게
한다
---「가까워지려고」중에서

돌이반복된다.할머니가액자에들어있어서.돌을든할머니가액자를쳐다봐서.둘은영영눈을맞추지못할텐데.
두개의액자를나란히걸어놓은곳.
먼저죽은할머니와방금죽은할머니와무거운돌과더무거운돌.무거움은오브제로단순하게들고있기.미신이었던때가있었지요.죽은자의혼령이떠돌아다닌다고믿었던무당은돌을들어야했지요.

이제돌은액자에
---「충돌과반동」중에서

나는겉모습입니까내부입니까

풍화를겪으면
어떤것이상처인지본질인지알수없게됩니다

돌을쥐려는사람에게
돌을수집하는사람에게
돌을던지는사람에게

나는언제부터나를갖게되었습니까
---「진짜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