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김경미 신작 시집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가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1983년 《중앙일보》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경미 시인은 시집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쉿, 나의 세컨드는』 『고통을 달래는 순서』 『밤의 입국심사』 등 도발적이고도 위트 있는 색깔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인 동시에 KBS 클래식 FM 「김미숙의 가정음악」을 통해 매일 아침 청취자들에게 직접 쓴 시를 전하는 라디오 작가이기도 하다.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고 단정하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김경미의 언어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 슬픔을 곱씹는 맛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는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자 2015년 출간한 화제의 시집 『밤의 입국심사』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일상과의 낯선 거리를 빚어내는 탁월한 거리 감각이 김경미 시가 지닌 블랙유머의 특징이라면, 이번 시집에서 그 유머는 날개를 달고 더 멀리 날아간다. “내가 고독해서 얼마나 재밌는지를 알면/ 걱정이 분통과 질투가” 되겠냐고 물어보는 마음엔 슬픔을 곱씹다 슬픔의 단맛까지 알아 버린 인생의 고수가 있다. 그에겐 “내 마음속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재미”가 된다.
■ 고독을 가지고 노는 맛
중년은 “고독이라도 얻어야 한다는/ 구름의 귀띔”이 인생의 비기처럼 들리는 시기일까. 고독이 쉬울 수야 없겠지만, “나의 운동은/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어두워지기”라고 말하자 쉽지 않은 고독의 시간이 스스로와 약속한 운동 시간을 지키는 일처럼 성실하게 임해야 하는 일상적 생활의 시간으로 변한다. 이번 시집에 이르러 ‘중년’에 따르는 외로움의 감각은 더 구체적이고 예리하면서도 한결 느긋해졌다. 보편적이지 않은 그들 각자의 고독과 외로움이 독창적 생의 요소가 되는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고독의 쓰임을 알게 된 사람은 화가 나는 순간 “나이나 반말이나 뿔과 엉덩이 말고// 간격을 쓰는 것”이 제일 좋은 접근법이자 구분법임을 안다. 시인의 귀띔이 인생의 비기처럼 들린다.
■ 고약한 일상을 뒤집는 맛
슬픔의 단맛을 알고, 고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은, 못되게 구는 고약한 일상을 뒤집어 보며 유희할 줄도 안다. 「한겨울 밤 11시 59분 작가 지망생의 귀가」은 이룬 것 없이 보낸 하루를 자책하며 마무리하는 게 습관일 법한 작가 지망생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을 책망하는 대신 “겨울밤의 검정색들과/ 흰 종이같이 눈부신 가로등”이 흑과 백을 차지하고 앉아 “세상 모든 표현 다 써 대니” 자신이 “적당한 문장을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돌을 던지기보다 돌처럼 끄덕 않는 세상에 오히려 무안을 준다. 뒤집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뒤집어 보면 세상의 맛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의 맛
“내가 뒤집히면 누가 나올까.” 살아가며 겪는 모든 고통은 결국 ‘나’를 찾기 위한 방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3D 입체물이다. 나를 온전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가로, 세로, 높이의 차원에서 다 들여다봐야 한다. 달리 말하면,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의 차원에서 다 지켜봐야 한다. 3차원 입체의 묘미는 형상을 한눈에 가늠할 수 없는 데에 있다. 고독과 외로움은 우리 삶을 입체화하는 조건이자 볼 만한 이야기의 필수 조건. 이 재미있는 이야기에서는 “스물다섯 살의 나와/ 서른한 살의 내가/ 서로 너 때문이라면서 말다툼을 하고// 다투다가 끌어안고/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울거나 웃거나 한다. 내가 나의 고독을 재미있어 할 때, 내가 내 외로움의 시청자가 될 때, 비로소 나는 진짜 같은 내가 된다.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아직도 ‘나’를 찾는 그 슬프고 고독하고 속 뒤집히는 여정을 취급하고 있는지.
■ 슬픔을 곱씹는 맛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는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자 2015년 출간한 화제의 시집 『밤의 입국심사』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일상과의 낯선 거리를 빚어내는 탁월한 거리 감각이 김경미 시가 지닌 블랙유머의 특징이라면, 이번 시집에서 그 유머는 날개를 달고 더 멀리 날아간다. “내가 고독해서 얼마나 재밌는지를 알면/ 걱정이 분통과 질투가” 되겠냐고 물어보는 마음엔 슬픔을 곱씹다 슬픔의 단맛까지 알아 버린 인생의 고수가 있다. 그에겐 “내 마음속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재미”가 된다.
■ 고독을 가지고 노는 맛
중년은 “고독이라도 얻어야 한다는/ 구름의 귀띔”이 인생의 비기처럼 들리는 시기일까. 고독이 쉬울 수야 없겠지만, “나의 운동은/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어두워지기”라고 말하자 쉽지 않은 고독의 시간이 스스로와 약속한 운동 시간을 지키는 일처럼 성실하게 임해야 하는 일상적 생활의 시간으로 변한다. 이번 시집에 이르러 ‘중년’에 따르는 외로움의 감각은 더 구체적이고 예리하면서도 한결 느긋해졌다. 보편적이지 않은 그들 각자의 고독과 외로움이 독창적 생의 요소가 되는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고독의 쓰임을 알게 된 사람은 화가 나는 순간 “나이나 반말이나 뿔과 엉덩이 말고// 간격을 쓰는 것”이 제일 좋은 접근법이자 구분법임을 안다. 시인의 귀띔이 인생의 비기처럼 들린다.
■ 고약한 일상을 뒤집는 맛
슬픔의 단맛을 알고, 고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은, 못되게 구는 고약한 일상을 뒤집어 보며 유희할 줄도 안다. 「한겨울 밤 11시 59분 작가 지망생의 귀가」은 이룬 것 없이 보낸 하루를 자책하며 마무리하는 게 습관일 법한 작가 지망생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을 책망하는 대신 “겨울밤의 검정색들과/ 흰 종이같이 눈부신 가로등”이 흑과 백을 차지하고 앉아 “세상 모든 표현 다 써 대니” 자신이 “적당한 문장을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돌을 던지기보다 돌처럼 끄덕 않는 세상에 오히려 무안을 준다. 뒤집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뒤집어 보면 세상의 맛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의 맛
“내가 뒤집히면 누가 나올까.” 살아가며 겪는 모든 고통은 결국 ‘나’를 찾기 위한 방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3D 입체물이다. 나를 온전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가로, 세로, 높이의 차원에서 다 들여다봐야 한다. 달리 말하면,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의 차원에서 다 지켜봐야 한다. 3차원 입체의 묘미는 형상을 한눈에 가늠할 수 없는 데에 있다. 고독과 외로움은 우리 삶을 입체화하는 조건이자 볼 만한 이야기의 필수 조건. 이 재미있는 이야기에서는 “스물다섯 살의 나와/ 서른한 살의 내가/ 서로 너 때문이라면서 말다툼을 하고// 다투다가 끌어안고/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울거나 웃거나 한다. 내가 나의 고독을 재미있어 할 때, 내가 내 외로움의 시청자가 될 때, 비로소 나는 진짜 같은 내가 된다.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아직도 ‘나’를 찾는 그 슬프고 고독하고 속 뒤집히는 여정을 취급하고 있는지.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 민음의 시 308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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