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 민음의 시 308 (양장)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 민음의 시 308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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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경미 신작 시집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가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1983년 《중앙일보》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경미 시인은 시집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쉿, 나의 세컨드는』 『고통을 달래는 순서』 『밤의 입국심사』 등 도발적이고도 위트 있는 색깔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인 동시에 KBS 클래식 FM 「김미숙의 가정음악」을 통해 매일 아침 청취자들에게 직접 쓴 시를 전하는 라디오 작가이기도 하다.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고 단정하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김경미의 언어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 슬픔을 곱씹는 맛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는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자 2015년 출간한 화제의 시집 『밤의 입국심사』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일상과의 낯선 거리를 빚어내는 탁월한 거리 감각이 김경미 시가 지닌 블랙유머의 특징이라면, 이번 시집에서 그 유머는 날개를 달고 더 멀리 날아간다. “내가 고독해서 얼마나 재밌는지를 알면/ 걱정이 분통과 질투가” 되겠냐고 물어보는 마음엔 슬픔을 곱씹다 슬픔의 단맛까지 알아 버린 인생의 고수가 있다. 그에겐 “내 마음속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재미”가 된다.

■ 고독을 가지고 노는 맛
중년은 “고독이라도 얻어야 한다는/ 구름의 귀띔”이 인생의 비기처럼 들리는 시기일까. 고독이 쉬울 수야 없겠지만, “나의 운동은/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어두워지기”라고 말하자 쉽지 않은 고독의 시간이 스스로와 약속한 운동 시간을 지키는 일처럼 성실하게 임해야 하는 일상적 생활의 시간으로 변한다. 이번 시집에 이르러 ‘중년’에 따르는 외로움의 감각은 더 구체적이고 예리하면서도 한결 느긋해졌다. 보편적이지 않은 그들 각자의 고독과 외로움이 독창적 생의 요소가 되는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고독의 쓰임을 알게 된 사람은 화가 나는 순간 “나이나 반말이나 뿔과 엉덩이 말고// 간격을 쓰는 것”이 제일 좋은 접근법이자 구분법임을 안다. 시인의 귀띔이 인생의 비기처럼 들린다.

■ 고약한 일상을 뒤집는 맛
슬픔의 단맛을 알고, 고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은, 못되게 구는 고약한 일상을 뒤집어 보며 유희할 줄도 안다. 「한겨울 밤 11시 59분 작가 지망생의 귀가」은 이룬 것 없이 보낸 하루를 자책하며 마무리하는 게 습관일 법한 작가 지망생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을 책망하는 대신 “겨울밤의 검정색들과/ 흰 종이같이 눈부신 가로등”이 흑과 백을 차지하고 앉아 “세상 모든 표현 다 써 대니” 자신이 “적당한 문장을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돌을 던지기보다 돌처럼 끄덕 않는 세상에 오히려 무안을 준다. 뒤집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뒤집어 보면 세상의 맛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의 맛
“내가 뒤집히면 누가 나올까.” 살아가며 겪는 모든 고통은 결국 ‘나’를 찾기 위한 방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3D 입체물이다. 나를 온전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가로, 세로, 높이의 차원에서 다 들여다봐야 한다. 달리 말하면,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의 차원에서 다 지켜봐야 한다. 3차원 입체의 묘미는 형상을 한눈에 가늠할 수 없는 데에 있다. 고독과 외로움은 우리 삶을 입체화하는 조건이자 볼 만한 이야기의 필수 조건. 이 재미있는 이야기에서는 “스물다섯 살의 나와/ 서른한 살의 내가/ 서로 너 때문이라면서 말다툼을 하고// 다투다가 끌어안고/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울거나 웃거나 한다. 내가 나의 고독을 재미있어 할 때, 내가 내 외로움의 시청자가 될 때, 비로소 나는 진짜 같은 내가 된다.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아직도 ‘나’를 찾는 그 슬프고 고독하고 속 뒤집히는 여정을 취급하고 있는지.
저자

김경미

[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비망록」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쓰다만편지인들다시못쓰랴』(실천문학사),『이기적인슬픔을위하여』(창비),『쉿,나의세컨드는』(문학동네),『고통을달래는순서』(창비),『밤의입국심사』(문학과지성사)가있으며,에세이집으로『바다,내게로오다』,『행복한심리학』,『심리학의위안』,『그한마디에물들다』,『너무마음바깥에있었습니다』등이있고,노작문학상,서정시학작품상을수상했다.

미국아이오와대학주최[국제창작프로그램(IWP)]참여작가로선정되어활동했으며,한국참여작가로는처음으로IWP발행웹진[92stMeridian]지에영역시2편이수록되었다.한라대학,경희사이버대학강사를역임했다.방송작가로[별이빛나는밤에]를시작으로[명작의고향][양희경의가요응접실][전기현의음악풍경][노래의날개위에]등다수의라디오프로그램원고를썼으며한국방송작가협회라디오작가상을수상(2007)했다.

현재활발한시작활동과함께KBS1FM의[김미숙의가정음악]라디오작가로활동하고있으며,방송오프닝에소개되는‘가정음악을위한시’를통해애청자들에게행복의전율을전하고있다.이시집에실린시편들은매일아침9시면어김없이청취자들을마법에걸린사람처럼라디오앞에귀를세우게하던바로그심미적언어의꽃이다

목차

청춘11
취급이라면12
결심은베이커리처럼14
나의백만원계산법-2021년16
약속이라면18
서랍과옷걸이20
밤의프랑스어수업21
사막에작약이피는법24
눈빛의규모28
방법29
지나치다30
그런남자를만난적이있었다32
늦가을루마니아34
노노노!36
공부38
그겨울의C호텔40
자유론43
커피숍에서44
거기그꽃이있었다면안갔을겁니다46
달걀빌리러가기49
데칼코마니52
역무원을찾아서54
바닥57
쓸쓸하다면58
내기분이라면주로60
다쓴다는것62
누명63
고수출입금지66
호모커머스68
혈안의세계70
11월이란72
다봤다74
구두끈76
구색을갖추다77
한밤의심사심사관한밤의심사관심사78
다툼80
떠들지않는법82
Marie-Pierre와Philippe부부의축사84
달력86
나의국제‘가죽’들88
이상한방식으로이뤄지는소원90
휩쓸리다91
이별192
바보같은날94
밤을믿다96
현대인의지출98
유행의역사100
라디오작가글쓰기강의목차102
타국엘가곤하지요104
오늘의주문목록106
제게그러지마세요108
피아노소리110
마음111
구두의회전112
기다림은추한것114
나의제1외국어116
손전등117
사이다118
오지선다120
꿈122
설명123
터크스앤드케이커스126
찾아서129
귀-역병의시절130
구분법132
수첩과신134
연표136
그는흔하고나는드무니138
한겨울밤11시59분작가지망생의귀가140
추천의말?김기택(시인)141

출판사 서평

고독을가지고노는맛

중년은“고독이라도얻어야한다는/구름의귀띔”이인생의비기처럼들리는시기일까.고독이쉬울수야없겠지만,“나의운동은/하루에한두번씩은꼭어두워지기”라고말하자쉽지않은고독의시간이스스로와약속한운동시간을지키는일처럼성실하게임해야하는일상적생활의시간으로변한다.이번시집에이르러‘중년’에따르는외로움의감각은더구체적이고예리하면서도한결느긋해졌다.보편적이지않은그들각자의고독과외로움이독창적생의요소가되는길을발견했기때문이다.고독의쓰임을알게된사람은화가나는순간“나이나반말이나뿔과엉덩이말고//간격을쓰는것”이제일좋은접근법이자구분법임을안다.시인의귀띔이인생의비기처럼들린다.

고약한일상을뒤집는맛

슬픔의단맛을알고,고독을가지고놀수있는사람은,못되게구는고약한일상을뒤집어보며유희할줄도안다.「한겨울밤11시59분작가지망생의귀가」은이룬것없이보낸하루를자책하며마무리하는게습관일법한작가지망생의불안하고초조한마음에서시작한다.그러나화자는자신을책망하는대신“겨울밤의검정색들과/흰종이같이눈부신가로등”이흑과백을차지하고앉아“세상모든표현다써대니”자신이“적당한문장을쓸수없는것”이라고볼멘소리를한다.좀처럼곁을내주지않는세상을향해돌을던지기보다돌처럼끄덕않는세상에오히려무안을준다.뒤집는다고세상이달라지지는않겠지만,뒤집어보면세상의맛이달라질수는있을것이다.

바다와빗소리와작약의맛

“내가뒤집히면누가나올까.”살아가며겪는모든고통은결국‘나’를찾기위한방황에서비롯되는것이아닐까.나는3D입체물이다.나를온전하게경험하고싶다면가로,세로,높이의차원에서다들여다봐야한다.달리말하면,바다와빗소리와작약의차원에서다지켜봐야한다.3차원입체의묘미는형상을한눈에가늠할수없는데에있다.고독과외로움은우리삶을입체화하는조건이자볼만한이야기의필수조건.이재미있는이야기에서는“스물다섯살의나와/서른한살의내가/서로너때문이라면서말다툼을하고//다투다가끌어안고/변한게하나도없다면서”울거나웃거나한다.내가나의고독을재미있어할때,내가내외로움의시청자가될때,비로소나는진짜같은내가된다.당신의세계는아직도바다와빗소리와작약을취급하는지.아직도‘나’를찾는그슬프고고독하고속뒤집히는여정을취급하고있는지.

추천사

외롭고낮고소박한존재는얼마나위대한가!실수와잘못이빚은일상은얼마나슬프고흥겨운가!혼자노는쓸쓸함과외로움의놀이는얼마나유쾌한가!평범하고어리숙해보이는존재속에숨어있는영혼은얼마나아름답게빛나는가!그러나이블랙유머가흘러나오는곳을찾아계속거슬러올라가면그끝어둡고깊은곳에서홀로쪼그리고앉은지독한고독을마주하게될것이다.온갖대박과진미와아름다움이유혹해도웃지않는,웃을수없는,“나의운동은/하루한두번씩은꼭어두워지기”(「손전등」)라고말하는외로움을만나게될것이다.그리고그고독과외로움이지금까지‘나’라고불렸던얼굴이고목소리이며존재자체임을알아차리게될것이다.
-김기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