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짐승 사전 - 민음의 시 309 (양장)

검은 머리 짐승 사전 - 민음의 시 309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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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불시착한 여기에서 엉망진창을 끌어안기
나와 너의 괴상함마저 태연하게 유희하는
매혹적인 일탈의 시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신이인의 첫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이 ‘민음의 시’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완벽한 관리자이면서 특별한 난동꾼’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데뷔한 신이인은 2022년 문지문학상 후보로 선정되고 2021 ‘시소’ 프로젝트의 ‘여름의 시’에 꼽히는 등 신인임에도 평단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 왔다. 관리자와 난봉꾼이라는 모순된 수식어에 걸맞게, 신이인의 시에는 시 전체를 압도하는 이미지에 더해 그 바깥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잉여의 감정들과 존재들이 있다. 잘못된 장소에 불시착한 채로 시작하는 시들은 아름답지도 매끄럽지도 않은 ‘검은 머리 짐승’들을 얽히고설킨 채로 늘어놓고 그 엉망진창을 즐겁게 유희한다. 가볍게 뛰어넘고 일탈하는 시인의 시처럼 짐짓 태연하게, “아무것도 아닌 듯이 소개해 주고 싶은”(「머리말」) 신이인의 첫 번째 세계다.
저자

신이인

1994년서울에서태어났다.2021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최고의반려동물
머리말13
마음가짐14
작명소가없는마을의밤에15
배교자의시18
구미24
Grooming―상처를핥을수없는동물27
BeautifulStranger33
나의전부였던나무37
불시착44
훗날그들이웃으며내게손을내밀었다48
먹는재미56

2부좋은사람
투성이63
펄쩍펄쩍66
니트69
멀미와소원74
신혼여행76
평화로운가정80
폴터가이스트84
드라마87
크림91
날미워하지마92
왓츠인마이백94
외로운조지-SummerLover101

3부검은머리짐승
악취미109
검은머리짐승111
스톡홀름증후군113
올드앤드뉴트라우마116
의류수거함122
의류수거함이전의길몽123
학습만화126
외로운조지-자폐131
영접136
영매143
엑토플라즘146
끝나지않는밤의이불148
플라스틱―나는내가작년에죽었다고생각했다150

4부가죽
하루미의영화로운날157
IJust166
타투이스트169
자존2172
팝176
귀빈181
실패한농담보호소184
도둑고양이190
나에게는좋은감촉이있다194
예언197
도마뱀200
끝202
검은머리짐승사전205
스트레칭!208

작품해설?전승민(문학평론가)210

출판사 서평

■불시착한여기에서

운석이떨어지고

거실바닥이패였다
원한적없는모양으로
―「불시착」에서

원한적없던선물이도착했다.지붕에큰구멍을내며떨어진운석.아무나찾아와뻥뚫린집안을들여다보려고하는것만같은어수선함이지나가고,나는“악의라고는한톨도없이”지붕의구멍너머로아름다운야경을본다.뒤늦은슬픔이찾아오지만나보다먼저우는것은거실에드러누운“회색먼지뭉치를굳힌것같은”운석이다.나도운석도원한적없었던불시착.여기가신이인의시가출발하는지점이다.

불시착한세계에서주로일어나는일은기다림이다.해설에서전승민평론가가말하듯,시인은“소외의상황에서슬픔으로직진하지않”고오히려이를“자신의고유한실존적양태의일부로돌출시킨다.”화자는자신만의비밀을간직한채기다린다.그러다가나의이상함을놀이하듯꺼내보이며말한다.“이것이나의무기다”(「배교자의시」)이상하다며소외된상황,서로가낯선지금이자리에서시인은너와나와우리가함께만들어내는이상하고아름다운난장을이것봐,하며아무렇지않게보여준다.

■엉망진창을끌어안기

오리너구리를아십니까?
오리너구리,한번도본적없는
―「작명소가없는마을의밤에」에서

오리도너구리도아니지만오리너구리라고불리는것은신이인시세계에사는존재들의괴상함을보여준다.이세계에는“오리도아니고너구리도아니나진짜도될수없었던”“안에도밖에도속하지못한”이들이주렁주렁달려있다.부리가있는데날개가없고,알을낳지만젖을먹인다는,반은여자고반은남자라는소문만횡행한가운데나는“밖과안을기우며”의연하게말한다.“요괴는그런식으로태어나는겁니다”

이상한것은내안에도있는데,가령“징그럽고뻔뻔한개구리”(「펄쩍펄쩍」)처럼,나의생각을비웃으면서자꾸튀어나가려는마음이다.그마음의배를갈라죽이고싶다고나는못된생각을하지만,진짜나쁜건펄쩍펄쩍하는마음을못보고지나치는사람들이다.나는두려움과미움마저내보이는솔직함으로어지럽고들끓는것들을향해팔을벌린다.불시착한이곳,엉망진창인세계의사랑은가장소중한것을숨기지않고표적처럼매달고다니는일,내던져졌기때문에모른척했던것을끝내꺼내서선물처럼건네는일이다.내보이면서어쩔수없다는듯이말해보는것이다.“아,이상해.”(「작명소가없는마을의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