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 민음의 시 311 (양장)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 민음의 시 311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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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노년의 몸과 삶을 마주한
솔직하고도 원숙한 시의 숨결
신달자 시인의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스물에 등단한 이후 쉼 없이 시를 써 온 시인 신달자가 팔순에 펴내는 시집이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시가 된다’는 평을 받아 온 신달자는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에서 섬세하면서도 통렬한 어조로 나이 든 몸의 고통을 그려 낸다. 늙어 가는 몸에서 비롯되는 찌르는 통증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시인의 하루는 몸을 어르고 달래는 일로 채워진다. 얼음과 숯불 사이를 오가며 먹을 것을 만들어 내는 ‘전쟁과 평화가 있는 부엌’은 원숙하고도 고통스러운 노년의 삶에 대한 비유다. “육신이 정신을 앞지르는 나이에 이른” 시인은 젊은 날처럼 “내 것인데 내 말을 잘 안 듣는 육신”을 미워하기보다 앓는 몸을 보듬는다.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은 노년의 시인이 생을 반추하며 써낸 회상록이자 자기 몸을 마주하고 받아 쓴 솔직하고도 깊은 고백이다.
저자

신달자

경남거창에서출생,부산에서고교시절을보내고숙명여대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평택대학교국문과교수,명지전문대문예창작과교수를거쳐숙명여대명예교수와한국시인협회회장을역임하였다.현재문화진흥정책위원회위원장을맡고있다.시와연애하던대학시절의열정으로1964년《여상》여류신인문학상을받으며등단했으며,결혼후1972년박목월시인의추천으로『현대문학』에시를게재하며본격적인창작활동...

목차

1부

책을듣다13
전쟁과평화가있는내부엌15
뻘118
뻘220
풀의목소리22
나의양떼들24
흰빛26
핏줄28
피딱지처럼붙어있는것들이30
미치고흐느끼고견디며32
쌀한톨을그리다34
종이의울림36
촛불의통곡38
관계없음40
죽음연습42
브래지어를푸는밤44
신비는언제나등뒤에서46
트롯의밤48
백담사50
어이!달51

2부

공연55
오늘의공연157
오늘의공연259
오늘의공연361
오늘의공연463
오늘의공연565
바람아너도그세월에절하라67
늙은손68
등짐70
정사(情死)72
내가혼자걷는다구요?73
‘저물다’라는말이저물다76
너무너무77
허공한줌에파닥거리는생78
광야80
오늘나의고요가숨쉬었다82
자장가그바람교향곡84
연둣빛86
푸른잎하나88
손을잡는다90
마음을채우는이있어92

3부

금이가네95
육손을사랑한다97
오늘을삭이다98
눈비뒤섞이는말100
청파동의11월102
원추리와능소화의힘으로103
마음에게104
사라지는몸106
생애단한번의초대108
느리게빠르게110
낮은물소리112
그대목소리가멀어졌다113
낙상(落傷)푸념116
늦은밤혼자118
저타오르는노을속으로스며재가되리120
지금도무서운저산122
그리운목월아부지124

4부

붉은그림자129
가을직지사132
힘133
생명피어나다134
파도그질긴136
틈138
3월139
신달자140
혹시모르잖아요?142
제주의발가락을보다144
‘홀로’라는이름으로하루를꽉채웠다145
어디까지밤인가?146
저마른깃발나무의숲148
대리폭행150
추격자151
육신이라는집153
영랑호저녁7시154
한복이여!드높은하늘의축복이여!155
기억이날못본체하면158
늙은여자의바느질160
딩동댕살점이운다162
민주주의164
산문-살을덮는방법으로166

출판사 서평

■전쟁과평화가있는시인의부엌

이전쟁의핵심은오늘도먹는일
먹을걸만드는일
밤늦도록평화로운공포속
어둠내리면붉은태양같은따뜻한불이켜지는내부엌.

-「전쟁과평화가있는내부엌」에서

“57킬로의노인몸하나”에는찌르는아픔이있다.통증을잠재우고자수술대위에눕고마약성진통제수액으로종일몸을적시고몸에좋다는음식을공손히먹여보지만,“이세상아무것하고도관계없음”,“그냥아픔”.할수있는것은하루하루아픔을견디고몸을달래는일뿐이다.나이든몸으로살아가는전쟁같은일상의핵심에는“먹을걸만드는일”이있다.부엌은평화롭게먹고마시는익숙한장소이자“한주먹털어넣으면영원한안식으로가는약”이“가축뼈를밤새우려낸”끓는물과나란히있는전쟁터이기도하다.죽은것과산것이뒤섞여북적거리는부엌을그려낸시는매일같이몸을돌보는고요하지만전쟁같은일상을보여준다.

■고요속에서숨쉬는희노애락

막이내렸다

다알아들었는데사실대사는한마디도없었다

-「공연」에서

『전쟁과평화가있는내부엌』에서는일상을그리는아름답고간결한언어가삶을들여다보는성숙한시선과만난다.신달자는그만의담백하고시원스러운문장들로산과바람과새를한달음에곁에데려오고,‘바람마저절하고갈만한’묵직한세월을시한편에가뿐하게담아낸다.「공연」과「오늘의공연」연작시에서시인은무대위에자신의생애를올려놓고스스로관객이되어그것을바라본다.무대위에는젊은날의생기가반짝이고,예나지금이나한결같이삶을채우고있는애환들이생생하고절절하다.무대와관객석사이를쾌활하고노련하게오가는동안희노애락이고요속에서생생하게숨쉰다.

책속에서

폐일까?뇌일까?
척추4,5번휘어진뼈대옆일까?
피딱지처럼말라붙어있는것들이
오래엉겨붙어떨어지지못한격한것들이
일제히깃발을들고일어선다
창밖으로펼쳐지는단풍든나무들이
각자개인사연들을움켜쥐고줄지어섰다
---「피딱지처럼붙어있는것들이」중에서

오늘은값이비싸다는힐리언스에우쭐대며방을빌려
내가내손으로몸에좋다는음식을공손히먹여주는데
이세상아무것하고도관계없음

그냥아픔.
---「관계없음」중에서

돈이생기면내의를사는버릇이있다.아직포장도뜯지않은내의가많다.내의를보면안심이된다.따뜻한손같다.내의만한손을만난적이없다.이만큼의보호막이없는것이다.내가나를어루만진다.자위는순전히추위를막는보호제다.아추워!이말은내가늙는동안가장많이한말이다.그래서내의가장갑이목도리가두꺼운코트가나의시가되었다.
---「살을덮는방법으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