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늑대와 걸어가기 - 민음의 시 318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 - 민음의 시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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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희곡과 시를 오가며 시의 지평을 넓혀 온 이지아 시인의 신작 시집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가 민음의 시 318번으로 출간되었다. 2022년 제4회 박상륭상을 수상하며 시적 영토의 고유함을 증명한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지아 시인에게 시 쓰기란, 그가 자서에서 밝히듯 “BC 390년에서부터 날아온 시의 구름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는 미래로 향하는 시간의 흐름에 맞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시의 시원을 좇는다.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는 시인이 시를 쓰고 있는 현재와 시가 탄생한 기원전의 어느 때라는 긴 시간이 시편마다 함께 녹아든 독특한 시간성 위에 서 있다.

일상의 무게로 점철된 삶에 찾아와 준 시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오직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기원부터 좇는 시인의 태도에는 경외감과 동시에 찾아오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삶을 이루는 소중한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전혀 모른 채 살아간다. 그렇게 일상에 잠식되어 간다. 이지아의 시는 지독한 일상의 무게를 떨치고 시를 마주한다. 그때 비로소 찾아오는 기이한 자유가 있다. 어쩌면 자유 이전의 무엇일지 모르는 자유가.
저자

이지아

시인이다.

목차

I.pileus

셰익스피어발레작품에서마음이녹아내릴때

생강이된다는것13

운명과자두와힘14

스무디와희생을생각하는몇가지26

모처럼,그래28

아기미소,아기자유30

그런건그냥슈만의것이라고34

음악없는마음35

갤러리에서작별38

태어나는물39

눈·코·입이없는저녁에40

II.fidamen

모과나무야,너의뼈를믿어

이어지는세대들45

내일은포근한절망으로47

고요한쿠키48

기타시외582350

기타시외546252

기타시외576054

기타시외554855

노래하는페이지56

모순책58

세상을바라보는갈색키위의균형59

미래가끝난다음에도60

호박과호박의피와호박의시간62

파란밤64

책과마법66

III.jubar

별과체리와빛

이미지와나77

조약돌소극장78

휠과철96

스피커시대의곡선정타임97

존재성가득한베이비목장에서98

투영하는물질들100

잠자리를타고날아가면서107

까마귀라는언어108

떠도는불113

표현과맹세117

오버뷰125

IV.viridia

초록집두개,시냇물하나

작은오리와작가129

상계동135

언제부터대파에게음악을가르쳐줄까136

에칭프레스140

기타시외5501144

기타시외5507145

기타시외5529146

양탄자147

넓고가득한그것148

수첩보다작은방154

V.momentum

나의수평선

번역불가능한혼합인격과극시159

작품해설-양순모(문학평론가)189

출판사 서평

희곡과시를오가며시의지평을넓혀온이지아시인의신작시집『아기늑대와걸어가기』가민음의시318번으로출간되었다.2022년제4회박상륭상을수상하며시적영토의고유함을증명한시인의세번째시집이다.이지아시인에게시쓰기란,그가자서에서밝히듯“BC390년에서부터날아온시의구름을찾아”가는여정이다.그는미래로향하는시간의흐름에맞서과거로거슬러올라가며시의시원을좇는다.『아기늑대와걸어가기』는시인이시를쓰고있는현재와시가탄생한기원전의어느때라는긴시간이시편마다함께녹아든독특한시간성위에서있다.

일상의무게로점철된삶에찾아와준시가어디로부터온것인지,오직시를사랑하는마음으로그기원부터좇는시인의태도에는경외감과동시에찾아오는슬픔이깃들어있다.우리는삶을이루는소중한것들이어디서어떻게왔는지전혀모른채살아간다.그렇게일상에잠식되어간다.이지아의시는지독한일상의무게를떨치고시를마주한다.그때비로소찾아오는기이한자유가있다.어쩌면자유이전의무엇일지모르는자유가.

■거꾸로걷기

텍스트,얼마든지변할수있다는생각

내식탁위의바게트,바게트연구,왜오늘의아침식사는나무보다바게트에더관심이가는지

행여,텍스트의구조와뼈대,얼마든지비극이될수있다는생각

무질서,

공포,

―「번역불가능한혼합인격과극시」에서

모든예술은형식으로부터출발한다.모든텍스트가시가될수있을지라도시라는형식에대한거대한합의없이시가완성될수는없을것이다.우리손에쥐어진모든시편들은형식에대한인식과고민으로부터출발하여쓰였다.형식은이지아시인에게도오랜화두였다.『아기늑대와걸어가기』에는“서사시의형식으로”,혹은“극시의형식으로”라는부제를단장시들이등장한다.언뜻‘나의시’를위한최적의형식은무엇일까라는,예술가들의오랜고민을반복하는듯보이는그의시편들을가만들여다보면그방향성이정반대를겨누고있다는것을알게된다.이지아는형식으로부터출발하여시를완성하고자하기보다는형식그자체를탐구하기위해거꾸로길을걷는다.“식탁위의바게트”에대해쓰기보다는“왜오늘의아침식사는나무보다바게트에더관심이가는지”그근원을향하는시.불확실로점철된이여정은때때로“무질서”와“공포”에휩싸이지만시인은걷기를멈추지않는다.

■차창밖으로쏟아져내리는풍경들처럼

그렇다면누가이걸다정해놨을까

마음대로를산소라고배웠지

커가는내내

도저히,안되는건멈춰야한다고

하지만다시는갖지못할,나는요컨대자유이전의그것을알아

―「아기미소,아기자유」에서

시적여정은끝날기미가없다.목적지가너무멀리있어서라기보다는목적지에다름아닌“다시는갖지못할”“요컨대자유이전의그것”이존재하기때문이다.그리고화자는“그것”이존재한다는사실을이미알고있다.『아기늑대와걸어가기』는여행이무한히이어질지모른다는가능성을알고출발한여행자특유의단호함과여유를등에업은채수많은장면들을보여준다.“따라가기어려울정도로”“너무나빠르게전환,변환”되는(문학평론가양순모)이미지들은개체가아닌연속성에그의미가있다.이지아의시는차창밖으로수많은풍경들이쏟아져내리는기차를탄것처럼질주한다.우리는승객이되어하나의장면과도같은시편들을연쇄적으로읽어내며그의시가새롭게정의한시간성의의미를가늠해본다.끝을향해내달리는것이아닌,무한히이어지는여정동안마주치는장면들을만나기위한시,그리고시의시간.낯설고도친근한아기늑대와동행하며시의시원으로향하는여정에함께해보자.뜻밖의장면들과의만남이우리를기다리고있을것이다.

추천사
인간의자유를넘어선자유,자유이전의자유.인간의자유가하나의목표이고그렇기에자꾸이데올로기와같은것이된다면,‘순간이전’‘자유이전’을생각하며시인은순간과자유를,그토록인간적인그것들을기어이부수고자한다.

─양순모(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