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를거부하는시
너는집에서살것이다.너는집을짓게될것이다.네가가진유일한재료이자소재인것으로.
―「건축」에서
『정신머리』를여는‘0’부는수상한죽음에서기묘한탄생으로이어지는단세편의시로구성되어있다.첫시「수지」는‘수지’라는여성의죽음을다룬다.이시의화자는수지를키운양육자로,세상의모든불합리와폭력으로부터수지를보호하기위해23년간매달육백만원의연금보험료를지불하며“노력하지않아도”살수있는삶을마련해주었다.이로부터수지는살해,강간,취업난,왕따,성희롱,결혼,연애가모두사라진“티하나없이생활기스하나없이깨끗”한삶을얻지만,중년이된어느날자신이“수지로태어난게모든문제의시작이었다”고말하며조력사로사망하기를택한다.한편‘0’부마지막시「건축」에서는‘너’의탄생을그린다.‘너’는“네가가진유일한재료이자소재”인“말”로집을짓게될것이라는예언속에태어난다.네가살아갈‘말의집’은“연결을위한유일한수단이면서단절을초래하는”‘말의감옥’이기도하다.이곳에서‘너’의소명은매일매일집을보수하고새로짓는일이다.
‘수지’의죽음과‘너’의탄생은앞으로시인이『정신머리』를통해보여줄모든사건을예고한다.가장인위적인죽음이된‘자연사’와돌발적이고우연한‘조력사’의발견은『정신머리』에서일어난모든사건의진위와맥락을의심하게만든다.믿는동시에의심하고,끌어안는동시에밀어내게된다.시인은집이자감옥이되어버린이세상을영원히함께배회해보자고말한다.저주하면서,그러나꿈꾸고사랑하기를멈추지않으면서.
디펜딩챔피언에맞서는챌린저
이것을다묶는의식이있으면좋아요이를테면사상같은
―「이렇게쓰세요」에서
박참새의화자는부모,선생님,의사,신부님을수시로마주한다.역사상단한번도디펜딩챔피언자리를빼앗겨본적없는이들은하나같이의기양양한얼굴로화자를내려다보고있다.박참새의화자는마음을절박하게고백하고호소하며“어딜가야사랑받을수”있는지물어보다가도,한순간차갑게돌변해“선생님도모르겠죠/표정보니까그런것같아요”(「창작수업」)라고비아냥거리며공격한다.깊은사랑과끈질긴집착을넘나들며박참새의화자가집요하게파고드는것은‘디펜딩챔피언’들이감춘진실이다.이들의말은텅비었다.이들의언어는“진리를덮기위한진리”(「청강」)로남은지오래되어이제‘아무도보지않는표지판’같다.그러나박참새는그표지판앞을떠나지않는다.오히려알수없는“악취”(「커피하우스가는길」)를따라근원을찾는다.죽어버린말들을제것으로삼아시를쓴다.강의실에서배운“금칙같은것들”(「창작수업」)은폐기하기로한다.“감상이지나치고질척”대는‘구린’말을그냥쓴다.‘구린것’은‘말’그자체가아니라,이미텅빈언어를있는그대로직시하지도못하고새로운의미부여도하지못하는채로쓰기만하는일종의‘관성’이자‘회피’이므로.
본능적인난해함을믿기
내가나의아군이라면
나자신을원하겠지
―「Defense」에서
박참새는의미가텅빈말을다른언어로부러채워감추지않고있는그대로보여준다.시에불쑥끼어드는수많은인용,‘글’로읽히기보다‘텍스트형태의이미지’로먼저다가오는문장들은우리가익숙한방식대로읽기를멈추고『정신머리』의방식대로뒤바꿔읽기를유도하는박참새의시도들이다.그외에도『정신머리』에는정교하게만들어진‘가짜’들이넘쳐난다.뉴스링크,전시도록,논문,인용문출처처럼무엇보다진실로믿어지는형식속에가짜들이숨겨져있다.챗GPT가“번역작업을수영처럼부드럽고자유롭게수행한다는의미”(「Defense」)를담아지어준번역가이름‘이수영’처럼,박참새의시에서는‘가짜’야말로오직나만을위해만들어진,나를결코배신하지않는“나의아군”이기도하다.그러므로『정신머리』에서중요한것은진짜와가짜의구분이아니라진짜와가짜의완벽한혼재이다.박참새는사실의진위따위는묻거나따지지말고,난삽하고복잡하게,다각도로의심하며이시집을읽으라고권한다.기어코이시집을집어든“당신의본능적인난해함”만을믿으면서.박참새가그를둘러싼세계에그러했듯,이시집을읽는당신또한샅샅이파헤치고낱낱이쪼개며자유롭게오독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