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머리 (박참새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정신머리 (박참새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갇힌 자와 가둔 자, 저주와 축복을 뒤바꾸는 전복의 시
전통, 지식, 진리의 언어들을 점유해 나를 말하기
금칙의 원리를 뒤집어 내게 향해 있던 총구를 돌리기
선정 및 수상내역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저자

박참새

1995년부산에서태어났다.건국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했다.제42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0
수지11
양육15
건축17

1
커피하우스가는길23
무해한그릇-물마시는시25
얼음,에덴29
말하는자에게내려지는벌이있는것일까33
Defense39

2
잠은적잠나의적착란50
젊고우울한시53
청강56
우리이제이런짓은그만해야지61
그럴수도있는거잖아65
정신머리71
새집증후군75
울음찾는자79
마지막수업85
T.H.에게남기는편지88

3
꿀벌이완전히사라지면우리에게남은시간은단4년뿐이라고아인슈타인이말했다
인간이성애95
새시대97
이야기서점이야기101
창작수업104
소설「모두가죽지않는다」를위한초기구상108
내가무너질날111
편지생일117
언니나무120
인간나무124
이파리의기분-나무는왜이렇게무책임한거야?”에대한항변(118쪽참조)126

4
멋쟁이토마토A씨의치료일지131
태초에집이있었다137
이렇게쓰세요140
지나친다정함의고통142
전부144
법칙성145
자기만의……침대147
알아두면좋을서로에관한열가지진실149
심장이천천히쌓이는눈에게150

5
국어155
연극「올드러브」를위한……미완성구상156
유랑의인내심161
손과날과말과칼163
패인165
환생168
유감172
유머와센스174
시인의말이라는말은참웃긴말이다177
시인의말181
리퀴드에러183
리퀴드메모리186

6
펜시브193
예쁜얼굴
불편한마음197
국어의신-i에게201
수면의신-모래인간에게203
사랑의신-등장인물에게205

작품해설-최가은(문학평론가)215

출판사 서평

제42회김수영문학상수상작박참새시인의『정신머리』가민음의시로출간되었다.그어느때보다상당한수준에오른작품이많았다고평가한올해김수영문학상투고작가운데서도박참새의『정신머리』는활화산처럼들끓는에너지로심사위원들의이목을단숨에사로잡았다.풍부한문학적레퍼런스를토대로한과감한발상과파격적인형식들,다채로운화자가빚어내는매력은압도적인장점이었지만,심사위원들이이작품을지지하게된결정적이유는그너머에있었다.바로우회나주저함없이끝까지시적주제를파고드는정통적인힘,낱낱의파격을강하게붙들어중심을잡는고유한“자신만의시론”이었다.
“너는너만의말로지은집에서홀로살것이다.”(「건축」)축복이자저주인이말로부터박참새의‘나’가태어난다.‘나’는집,강의실,병원,교회를종횡무진누비며,보이고들리는대로잡아챈말과글과이미지를뒤집고쪼개고접붙이며거침없이시를쓴다.‘나’는자신의존재를부정했던전통,지식,진리의언어들을점유해그것으로자신을드러내고호소하고협박한다.금칙의원리를뒤집어자신을향해있던총구를돌린다.이제저주를받은쪽도,‘말의집’에갇힌쪽도‘나’가아니다.‘나’는저주를벗어난자일뿐아니라스스로축복을내린자,진리를따르는자가아니라진리를선언하는자가된다.
박참새시인은과거의유산을이어받는‘상속자’이자그에맞서는‘챌린저’로서우리앞에선다.누가시를왜쓰냐고물어보면“내깡패되려고그렇소.”라고답하겠다는박참새시인의수상소감처럼,시인은유산을상속받는동시에그에들러붙은규칙과규율을모조리폐기하고오롯이‘제것’으로삼는다.있던것을무너뜨리고새로지어올린다음다시무너뜨리며이상속과폐기를영원히반복한다.이를통해박참새시인은과거를답습하는대신오류를남발하는방식으로,과거와화해하는대신영원히들러붙어싸우는방식으로과거를,우리가사랑하는죽은것들을되살려낸다.수많은사람들,책들,한때믿음으로충만했으나텅비어버린기도들을.


■자연사를거부하는시
너는집에서살것이다.너는집을짓게될것이다.네가가진유일한재료이자소재인것으로.
-「건축」에서

『정신머리』를여는‘0’부는수상한죽음에서기묘한탄생으로이어지는단세편의시로구성되어있다.첫시「수지」는‘수지’라는여성의죽음을다룬다.이시의화자는수지를키운양육자로,세상의모든불합리와폭력으로부터수지를보호하기위해23년간매달육백만원의연금보험료를지불하며“노력하지않아도”살수있는삶을마련해주었다.이로부터수지는살해,강간,취업난,왕따,성희롱,결혼,연애가모두사라진“티하나없이생활기스하나없이깨끗”한삶을얻지만,중년이된어느날자신이“수지로태어난게모든문제의시작이었다”고말하며조력사로사망하기를택한다.한편‘0’부마지막시「건축」에서는‘너’의탄생을그린다.‘너’는“네가가진유일한재료이자소재”인“말”로집을짓게될것이라는예언속에태어난다.네가살아갈‘말의집’은“연결을위한유일한수단이면서단절을초래하는”‘말의감옥’이기도하다.이곳에서‘너’의소명은매일매일집을보수하고새로짓는일이다.
‘수지’의죽음과‘너’의탄생은앞으로시인이『정신머리』를통해보여줄모든사건을예고한다.가장인위적인죽음이된‘자연사’와돌발적이고우연한‘조력사’의발견은『정신머리』에서일어난모든사건의진위와맥락을의심하게만든다.믿는동시에의심하고,끌어안는동시에밀어내게된다.시인은집이자감옥이되어버린이세상을영원히함께배회해보자고말한다.저주하면서,그러나꿈꾸고사랑하기를멈추지않으면서.


■디펜딩챔피언에맞서는챌린저
이것을다묶는의식이있으면좋아요이를테면사상같은
-「이렇게쓰세요」에서

박참새의화자는부모,선생님,의사,신부님을수시로마주한다.역사상단한번도디펜딩챔피언자리를빼앗겨본적없는이들은하나같이의기양양한얼굴로화자를내려다보고있다.박참새의화자는마음을절박하게고백하고호소하며“어딜가야사랑받을수”있는지물어보다가도,한순간차갑게돌변해“선생님도모르겠죠/표정보니까그런것같아요”(「창작수업」)라고비아냥거리며공격한다.깊은사랑과끈질긴집착을넘나들며박참새의화자가집요하게파고드는것은‘디펜딩챔피언’들이감춘진실이다.이들의말은텅비었다.이들의언어는“진리를덮기위한진리”(「청강」)로남은지오래되어이제‘아무도보지않는표지판’같다.그러나박참새는그표지판앞을떠나지않는다.오히려알수없는“악취”(「커피하우스가는길」)를따라근원을찾는다.죽어버린말들을제것으로삼아시를쓴다.강의실에서배운“금칙같은것들”(「창작수업」)은폐기하기로한다.“감상이지나치고질척”대는‘구린’말을그냥쓴다.‘구린것’은‘말’그자체가아니라,이미텅빈언어를있는그대로직시하지도못하고새로운의미부여도하지못하는채로쓰기만하는일종의‘관성’이자‘회피’이므로.


■본능적인난해함을믿기
내가나의아군이라면
나자신을원하겠지
-「Defense」에서

박참새는의미가텅빈말을다른언어로부러채워감추지않고있는그대로보여준다.시에불쑥끼어드는수많은인용,‘글’로읽히기보다‘텍스트형태의이미지’로먼저다가오는문장들은우리가익숙한방식대로읽기를멈추고『정신머리』의방식대로뒤바꿔읽기를유도하는박참새의시도들이다.그외에도『정신머리』에는정교하게만들어진‘가짜’들이넘쳐난다.뉴스링크,전시도록,논문,인용문출처처럼무엇보다진실로믿어지는형식속에가짜들이숨겨져있다.챗GPT가“번역작업을수영처럼부드럽고자유롭게수행한다는의미”(「Defense」)를담아지어준번역가이름‘이수영’처럼,박참새의시에서는‘가짜’야말로오직나만을위해만들어진,나를결코배신하지않는“나의아군”이기도하다.그러므로『정신머리』에서중요한것은진짜와가짜의구분이아니라진짜와가짜의완벽한혼재이다.박참새는사실의진위따위는묻거나따지지말고,난삽하고복잡하게,다각도로의심하며이시집을읽으라고권한다.기어코이시집을집어든“당신의본능적인난해함”만을믿으면서.박참새가그를둘러싼세계에그러했듯,이시집을읽는당신또한샅샅이파헤치고낱낱이쪼개며자유롭게오독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