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극장 - 민음의 시 320 (양장)

개구리극장 - 민음의 시 320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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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2년 《계간 파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마윤지 시인의 첫 시집 『개구리극장』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마윤지의 시를 이루는 것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물과 장소들이다. 시인이 호명하는 사물들을 만지고 그 장소에 함께 머물고 나면 알싸한 맛이 남는다. 맑고 간결한 시어들이 잃어버린 기억을, 묻혀 있는 것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언뜻 평온한 세계에 남은 잔상. 그 잔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생생한 유년의 장면들과 해소되지 않은 죽음이 떠오른다. 한 겹 아래 우리가 들여다보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인식, 묻어 둔 채 잃어버린 것을 찾아내고 늦지 않게 슬픔을 건져 올리는 손길. 한여름 그늘 아래처럼, 초겨울의 아침 공기처럼 다정하고도 서늘한 마윤지 시의 촉감은 여기에서 온다.
저자

마윤지

저자:마윤지

1993년서울에서태어났다.

2022년《계간파란》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
오랑은사람우탄은숲13
아이들15
스타팅라인17
윤달19
포천20
사월22
사과는조금좋다24
개구리극장25
연천28
여름촉감29
필요하신분가져가세요32
풍경34
혜미의아파트36
여름방학38
봄이아니야40
새해42
스키캠프45

2부
이세계를걱정하는방법49
우리영혼의바닥까지줄을내려사랑을길어올리는동안52
오늘의한가운데55
무릉리무릉도원집58
동지(冬至)61
작게말하기63
새에대한믿음166
불가능도시68
타임코드71
쎄쎄쎄74
읽고싶은책이없을때77
잘지내고있습니다78
수요일의사람80
천사가아닌82
생일85

3부
새해89
생활과비생활91
폭염94
괴산에서96
용이게이트볼클럽98
새에대한믿음2100
몸.조망되기.102
오후104
공원색칠하기105
黑108
여기서일어나는일들111
가을인사114
산책116
설탕기둥118
과적합120
사랑의경로123
해안순환버스126

작품해설박혜진(문학평론가)129
추천의글이원(시인)146

출판사 서평

보이지않는것을들여다보는맑은시선
그끝에만져지는좋은예감

2022년《계간파란》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마윤지시인의첫시집『개구리극장』이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마윤지의시를이루는것은일상에서마주치는사물과장소들이다.시인이호명하는사물들을만지고그장소에함께머물고나면알싸한맛이남는다.맑고간결한시어들이잃어버린기억을,묻혀있는것들을일깨우기때문이다.언뜻평온한세계에남은잔상.그잔상을가만히들여다보면여전히생생한유년의장면들과해소되지않은죽음이떠오른다.한겹아래우리가들여다보아야할중요한것이있다는인식,묻어둔채잃어버린것을찾아내고늦지않게슬픔을건져올리는손길.한여름그늘아래처럼,초겨울의아침공기처럼다정하고도서늘한마윤지시의촉감은여기에서온다.

입안을맴도는단어들

모종은방울토마토흑토마토
생활은액자,안마기가져가세요
―「사과는조금좋다」에서

마윤지의시를읽다보면단어들이자꾸맴돈다.입안에서말들을굴려보게된다.방울토마토흑토마토블루베리딸기같은제철과일.액자안마기사탕산책같은생활의말들.포천,연천,괴산,지명과수요일,가을,동지(冬至)같은시기.여름방학운동회스키캠프소원약속같은어린시절전부였던말들.마윤지시인은익숙한단어들을꺼내서새롭게발음해보도록만든다.되뇌는동안생경한감촉으로떠오른단어들은읽는이를낯선데로데려간다.기억속에가라앉은장면들이상연되는극장으로.

죽음을상영하는극장

나는극장에서사람구경을자주해요
사람들이어둠뒤에숨어울고웃는걸
반짝이는죽음이라고이름붙였거든요
―「개구리극장」에서

개구리극장은시인이독자들을데려가는장소다.죽은사람이개구리가되어만나는이곳에서는“언제든자신의죽음을다시볼수”있다.저마다의이야기로채워지는어두운극장에서어린시절에했던천진한약속이그때와같은무게로떠오르고오롯한슬픔이떨어져나온다.고요하고생기로운개구리극장에는울고웃는사람들을지켜보는이가,그걸“반짝이는죽음”이라고이름붙이는시인이있다.떨어져나온슬픔을늦지않게낚아올리려는다정하고찬찬한시선이다.

보이지않는곳부터보이지않는데까지

그무엇보다많이만져보는거지
나중엔번쩍번개가되는거지
오렌지색같은하늘이된다맛도향기도
―「동지(冬至)」에서

“보이지않는곳부터보이지않는데까지”를보는시선은우리가서있는이곳을감각한다.시인은스타팅라인에선아이의“심장의출발”을,“도착과는상관없는일”을일러준다.땅아래묻힌죽음을생각하며여름과일의단맛을곱씹는다.말을아끼고차분하게바라보는시선끝에예감처럼좋은순간이온다.“묻어놓는것은숨기는게아니라”무엇보다많이보고만지기위함이라는태도는그것들이“번쩍번개”가되고“오렌지색같은”맛과향을낸다는믿음으로이어진다.계절이바뀌기전에는바람이불것이고,분명무언가남아있을것이다.‘장독대안의매실’같은작지만단단한것이.오래귀기울인이들에게찾아온약속이다.“나타나기전에이미닿아있는”,마윤지의시를읽는독자들에게도찾아올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