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 - 민음의 시 324 (양장)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 - 민음의 시 324 (양장)

$12.00
Description
뒤섞인 시간과 어둠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무수한 과거의 형상들,
희미해진 몸들이 어두운 온기를 나누는
밤과 꿈의 숲
임원묵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이 민음의 시 324번으로 출간되었다. 임원묵 시인은 상실 이후의 사랑을 그리는 “간절함과 미학적인 것의 결속”이자 “기억의 현상학”이라는 평으로 2022년 《시작》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임원묵의 시는 기억이 가진 양가적인 힘으로부터 시작된다. 기억은 사라진 것과 남겨진 것을 만나게 하고, 이별과 사랑,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다. 바로 그 힘으로 임원묵의 시는 양립할 수 없는 가능성들을 동시에 탐색하고 사방으로 팽창해 나간다.
‘작은 점’으로부터 시작된 우주처럼,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은 상실의 순간으로부터 시작된 ‘기억의 우주’다. 이 우주에서 영원불변한 것은 빛이 아니라 사랑이다. 어떤 힘에도 변질되지 않기에 시간과 공간의 절대적 기준이 된 빛처럼, 이곳에서는 사랑이 절대적 기준이다. 빛이 흩어지고 시간이 뒤섞이자 깊은 어둠을 타고 무수한 과거가 현재로 온다. 탄생과 죽음, 멸종과 진화가 나란히 놓이는 이 우주에는 소멸이 없다. 새와 공룡은 개와 늑대처럼 공존한다. 나와 똑같은 이를 만나면 죽음이 찾아온다는 도플갱어의 저주도 힘을 잃는다. 만날 수 없던 나와 나, 너와 너가 도처에서 마주치고, 똑같이 생긴 얼굴들에서 서로 다른 표정과 감정 들이 쏟아진다. 이곳에서 나와 너 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고, 멀어지는 동시에 껴안으며 영원히 함께 있다.
저자

임원묵

저자:임원묵
1989년경기도연천에서태어났다.경희대학교경제학과를졸업했다.2022년《시작》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작은점

친한사이13
콜링14
모르는사람16
하루살이가들어간귀18
흔적20
삼월21
국경의오후22
사랑24
새와램프25
음각풍경28
열번째겨울,바닷마을에서29
고백30
밤에사는푸른고양이32
겨울잠34
비밀에게로36
성탄절38
증언39

2부비를맞고사라지는불

침대43
개와늑대와도플갱어숲44
탄생46
피48
가벼운외출49
하나와둘51
붉은협곡53
흰모래의계절54
영화와영화56
싯다르타와유디트가이해변에서만나면좋겠다고생각했지58
두개의기도60
하수구에핀숲62
처음만난사람64
DIY가구조립66
땅을파는사람들68
오진70
시71
겨울에게72

3부푸른차에기대

먹이활동77
약78
수련회80
다짐81
구조조정82
메리제인84
밀과설탕86
계기88
휴가90
각자의섬92
회식날94
순환열차96
치킨레이스98
서울100
학교앞거리102
빈곳105
선명한날106
연대기108

작품해설송현지(문학평론가)111
추천의글황인찬(시인)134

출판사 서평

너를두고온미래
시간이흐른다는걸알게된뒤로슬프지않은것이없었으니까사랑대신용서를구하기로한셈이지요
-「삼월」에서

임원묵의시가시작되는구심점,상실의기억에는사랑과죄책감이언제나함께깃들어있다.기억을끝없이돌이키며상실이없는미래를찾는임원묵의화자는이기억의재구성을통해사랑의지속과죄의용서를동시에갈구한다.그러나곧어떤미래에서도사랑과용서는양립이불가능하다는사실을알게된다.기억이비추는것은과거뿐이기때문이다.기억을통해사랑과죄가선명해지는만큼,미래는멀어진다.과거의아픔이되살아나는한죄의용서는먼미래의일이된다.그렇게임원묵의화자는“사랑대신용서를”구하는방식으로먼미래에도‘너’를둔다.미래는아직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시간.사랑과죄가없는무구한어둠이지만,그곳에‘너’를둔순간미래도‘나’의사랑과죄가빛나는기억이된다.‘나’를용서하지않는‘너’는‘나’의모든미래에있다.이제나는기쁜마음으로미래를기다린다.짙은어둠을가로질러네가던진돌처럼미래가내게날아들기를.

깊은밤의숲
여긴길의끝이나세계의종말처럼공허하지않습니다.불빛이없어도모종의사건은계속벌어지고,나는더걸을수있어요.
-「열번째겨울,바닷마을에서」에서

책속에서

멸종위기동물에관한글을읽었다밤낮없이사냥당했다,는문장에서

흔들리기시작한
램프아래에서

(…)

작아져만갈뿐사라지지않는
깊은
불에기대서서

멸종과위기를끝내의심하는일
-「새와램프」에서

검게변한것들의감촉.혹은아무것도없다고생각한밤에팔을휘저었을때무수히달라붙는맹수들의어금니자국.(…)그갑작스러운질감을우리는어둠이라부르기로했습니다.(…)여긴길의끝이나세계의종말처럼공허하지않습니다.불빛이없어도모종의사건은계속벌어지고,나는더걸을수있어요.
-「열번째겨울,바닷마을에서」에서

자꾸숨을참았지
생각을버리고싶어서

시를쓰는내가
그게사격술인줄도모르고

내가방아쇠를당기면사냥꾼은말할것이다

이새의날개는비밀로하자
우리는모두이새의날개에
총을쏜적이있으니까
-「개와늑대와도플갱어숲」에서

나는잠에서깬다.

햇빛보다진실하게
내가쓰레기임을증명할수있는몇가지아이디어가있는데,그생각들은뼈처럼희게빛나서떠오르는순간잠에서깰수있다.밤을머리끝까지덮고있어도환한빛으로내부를고조시키고구석구석먼지를일으킨다
-「탄생」에서

견딜수없는일들은
마음에담아두었다가
사흘쯤앓고나면
열이내렸다

선명한진실을담았다가
흰꿈을함부로앓으면
자국이남기도했는데
보이지않는곳이니까
-「구조조정」에서

나는내게웃는사람들을하나씩지웠다길이적을수록움직임은확실해지겠지외로울수록정확한문장을쓰곤했잖니나는당신이아닌것들을검게칠했다오,나는이소실점이마음에드네
-「치킨레이스」에서

『개와늑대와도플갱어숲』에서의밤은언제나“밤이아닌것들”과섞여서온다.여섯개의다리로어둠을헤아리는곤충,팔을물어뜯는맹수들,도로위의고양이,쓰레기봉투앞에서낑낑거리는개.소름끼치고,섬뜩하고,아프고,애처롭게,그렇게밤은살아있는채로‘나’에게달려든다.임원묵의인물들은어둠속에다만머물지않는다.어둠을헤아리거나더듬어감촉을느끼고,어둠속에서태어났다가죽고,서로의몸을바꾸며경계를흐리다가이윽고어둠이된다.『개와늑대와도플갱어숲』은시공간의한계가없는깊은어둠,밤과꿈의숲이다.끝내의심했던‘멸종’과애써믿었던‘진화’,네가없는‘미래’는이미사라져버렸다.이제우리는이어둠이되어,어둠의몸으로서로의온기를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