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라 (양장본 Hardcover)

물보라 (양장본 Hardcover)

$12.60
Description
물보라처럼 예측할 수 없이 튀어 오르는
슬픔과 고통, 그리움의 파편들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첫 시집 『립싱크 하이웨이』를 통해 기이한 꿈속과도 같은 세계를 구축해 내며 존재감을 드러낸 박지일 시인의 신작 시집 『물보라』가 민음의 시 326번으로 출간되었다. 박지일 시인은 2021년, 2024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 후보에 선정되는 등 꾸준히 평단과 독자의 신뢰를 받아 왔다.
신작 시집 『물보라』는 우리의 현재를 불시에 습격하고 압도하는 과거의 슬픔과 고통 들을 오래도록 응시하고 세밀하게 기록하는 시인만의 관찰 일지다. 「물보라」라는 동명의 시 스물한 편으로 시작되는 이번 시집은 기억의 물방울 안에 어떤 인물과 사건이 깃들어 있는지, 그리고 이 모든 시들이 어떤 시간 속에서 쓰였는지에 대한 시편들로 이어지며 끝내 시 너머 삶 쪽으로 흘러넘친다. 삶에서 시 쪽으로, 시에서 삶 쪽으로 부딪치다 흩어지는 물보라에 대한 이 기록은 물 밀 듯 밀려드는 기억의 홍수에 잠겨 있는 독자들에게 든든한 부표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

박지일

저자:박지일
2020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부문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립싱크하이웨이』가있다.

목차


물보라13
물보라15
물보라17
물보라18
물보라19
물보라20
물보라22
물보라23
물보라24
물보라25
물보라26
물보라27
물보라28
물보라30
물보라31
물보라33
물보라34
물보라37
물보라38
물보라40
물보라42

하염없이무엇을생각합니다

「물보라」45
위리안치75
「물보라」우수리편81
매일자정이코마산에서「투실솔:만날수없는만남;물보라와-물보라와-물보라와-」를매질하는모리나가유우코씨94
「물보라」와상관없는ThomasDeQuincey102
「물보라」를위한사전설문조사:12월17일14:17~14:52경복궁역3-1번출구110
투실솔:만날수없는만남;물보라와-물보라와-물보라와-112

『물보라』를위한부록,일지,참고노트,혹은함께이어볼이야기

11月1日117
11月1.3日118
11月2日119
11月2.4日120
11月3日121
11月3.1日122
11月4日123
11月4.3日124
11月5日125
11月5.9日126
11月6日127
11月6.4日128
11月7日129
11月7.2日130
11月8日131
11月8.9日132
11月9日133
11月9.7日134
11月10日135
11月10.8日136
11月11日137
11月11.3日138
11月12日139
11月12.6日140
11月13日141
11月13.8日142
11月14日143
11月14.6日144
11月15日145
11月15.3日146
11月16日147
11月16.4日148
11月17日149
11月17.8日150
11月18日151
11月18.7日152
11月19日153
11月19.4日154
11月20日155
11月20.1日156
11月21日157
11月21.7日158
11月22日159
11月22.9日160
11月23日161
11月23.4日162
11月24日163
11月24.5日164
11月25日165
11月25.8日166
11月26日167
11月26.2日168
11月27日169
11月27.4日170
11月28日171
11月28.9日172
11月29日173
11月29.3日174
11月30日175
11月30.1日176

발문-신종원(소설가)177
추천의글-채호기(시인)187

출판사 서평


물보라처럼예측할수없이튀어오르는
슬픔과고통,그리움의파편들

2020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부문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한이후,첫시집『립싱크하이웨이』를통해기이한꿈속과도같은세계를구축해내며존재감을드러낸박지일시인의신작시집『물보라』가민음의시326번으로출간되었다.박지일시인은2021년,2024년문지문학상‘시’부문후보에선정되는등꾸준히평단과독자의신뢰를받아왔다.
신작시집『물보라』는우리의현재를불시에습격하고압도하는과거의슬픔과고통들을오래도록응시하고세밀하게기록하는시인만의관찰일지다.「물보라」라는동명의시스물한편으로시작되는이번시집은기억의물방울안에어떤인물과사건이깃들어있는지,그리고이모든시들이어떤시간속에서쓰였는지에대한시편들로이어지며끝내시너머삶쪽으로흘러넘친다.삶에서시쪽으로,시에서삶쪽으로부딪치다흩어지는물보라에대한이기록은물밀듯밀려드는기억의홍수에잠겨있는독자들에게든든한부표가되어줄것이다.

물보라의불안과초조

펜은바람위에다가너를써갈기며달아난다.
질주하라.질주해!
그곳에너는없고,
물보라,물보라.
걸음을옮기려들때마다고꾸라지길반복하는멧닭만이있다.
―「물보라」에서

시집『물보라』를펼치면스물한편의「물보라」가시작되고또이어진다.물보라가‘물결이바위따위에부딪쳐사방으로흩어지는자잘한물방울’이라는점을고려해볼때,스물한편의「물보라」는튀는모양새가불규칙적이라는점에서조금씩다른얼굴을하고있지만모두같은물방울이기에서로닮은구석이있다.「물보라」는하나같이망설인다.“열거나,열지않거나,선택을어찌해야하긴하는데…”“네게너는주도권이없는것”같기에,어렵게마음먹은다짐은다음문장에서곧바로전복되고,정과반을어지러이헤매던화자는결국고꾸라지고만다.채찍질하는목소리(“질주하라.질주해!”)에움직이지않을수없는그는어느방향으로든일단달려보기를결심하지만이내넘어지기를끝없이반복한다.불안하고초조하여끝없이움직이되곧장넘어지는물보라.우리의삶을머나먼곳에서비춰본다면,그양상은어쩌면물보라의그것과닮아있을지모른다.

불시에튀어오르는기억

너는할일을마쳤고,네가썼던글이너를기억하려든다;밀려가는파도있을것이니,밀려오는파도있을것이라고.당연한것만말하고싶고,당연한것이라도말하고싶다고.
제발.

다옛날일이다.
다옛날일인데.
―「「물보라」」에서

물보라의불규칙성,무작위성은기억의속성과닮았다.불시에떠오른기억이하루를덮쳐올때마다우리는그것에꼼짝없이사로잡히고마는데,이사로잡힘은일생내내지속되는하나의숙명과도같다.시간이지남에따라기억은뿌연안개처럼흐려지기도하지만,머릿속에서거듭재구성되며자신의존재를새로이드러낸다.그리고물보라처럼무작위로우리를급습하는기억은대개슬프고,고통스럽고,하염없이애틋하다.스쳐지나간사람들,다시는볼수없는사람들,꿈이많았던사람들,나의거울과도같았던사람들은시인으로하여금그들에대해쓰지않을수없게만든다.그럴때면내가기억에대해쓰는것이아니라,내가“썼던글이너를기억하려”드는것만같다.화자는자신의기억이정확한지계속해서의심하고다시쓰면서튀어오른물보라를오래도록바라보려한다.

늘려놓은시간안에서오래도록바라보기

너는거울을납치하여등에업고날아오른다.너는물구나무한다.네긴머리카락이손잡이처럼흔들린다.세상이뒤집히고열차는순환한다.아무것도바뀌지않는다.
―「11月9.7日」에서

불확실한기억을보다정확하게세공하는일에는물론시간이필요하다.하지만기억은희미하고,그것이우리를찾아오는순간은찰나에불과하기에시인은시간을무한히늘려기억을보다자세히관찰하고자한다.11월서른개의하루사이사이박지일은‘9.7일’과같은중간날짜를끼워넣는다.그러자11월은60일이된다.60일이된11월은어쩌면90일,120일로무한히늘어날수도있다.시간을무한히늘리는행위를통해박지일은물보라의방울마다스며있는기억과,기억이품은슬픔과그리움을관찰기를쓰듯자세히기록한다.이것은시인이과거의기억을잘다스리고소화하여현재를기꺼이살아내려는분투의한방식이다.““생각”보다살아냄이실행되어야한다.그고투의기록이이시집이다.”라는채호기시인의말처럼시집『물보라』는현재에겨우존재하는한사람의생존일지와도같다.박지일이기록해낸,물방울만큼작고자세한슬픔들은우리가각자의슬픔을다루는데있어좋은참고서가되어줄것이다.